유난히, 봄

by 연재

유난히 봄비를 좋아했다.

벚꽃 잎이 흐드러진 날이, 대체 뭐가 그리 좋았을까.


정작 내 마음 한편에 비 내리는 줄도 모르고 사랑했다.

비 때문에 한 걸음 내딜 때마다 운동화의 앞코가 축축해져도, 비 맞은 나뭇잎이 조용히 머리를 숙여도.


벚꽃 잎이 흐드러진 날이 그리 좋았다.

투명 우산 위 서서히 떨어지는 벚꽃 잎이 좋아서.

나무 아래 물 웅덩이 위에 잔뜩 핀 벚꽃 잎이 좋아서.


이미 오랜 짝사랑일지도 모르는 이 관계가,

누구보다 애틋했고, 누구보다 서글펐다.


이 애틋하고 멍청한 짝사랑의 끝은

매서운 이 봄바람이 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면,

나는 또 그걸 봄의 인사라 착각하고 하염없이 또 기다리고 기다린다.


누구보다 애틋하게, 서글프게.

나를 또 희망고문하는 이 사랑,

유난히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