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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익현 Jun 29. 2021

건물주 아이 키우기 협회 탄생 이야기 - 두 번째



부동산 영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해주었다. 



회사에서 머리만 쓰는 역할만 했으니, 내가 머리가 아닌 몸을 쓰는 일을 잘할 것인가 라고 우려 섞인 이야기도 많이 했다. 



사실 영업을 함에 있어서 몸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기업 시절 엔지니어 부서에 들어오기 전, 입사 첫 4년 동안 나는 현장 근무를 해야만 했다. 2조 3교대의 현장 근무 직이었고, 기계를 고치는 작업이어서 몸 쓰는 일은 익숙했다. 그 덕분에 무엇인가 고장이 나면 "어떻게?" 그리고 "일단 한번 해본다"가 몸에 완전히 체득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몸을 쓰는 일에 두려움은 없었다.  


사실 기계적으로 하는 영업은 매우 쉽다. 

전단지를 돌리고, 전화를 하고, 현수막을 달고, 모객을 하는 일들은 생각 없이 그냥 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에게 온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다. 기계적인 영업보다는 사람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었다. 

(영업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지겨워질 수 있으니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사람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었고, 사람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헤아리기 시작하자,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나 역시 투자자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제일 잘 알았다. 

상품을 설명하기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주면 자동으로 영업은 되는 것이다. 


길지 않은 시간 내, 전체 계약 1등을 했고, 팀장이 되었다. 

팀장 생활을 하며 1등 팀을 만들어 내고, 1등 팀원들도 만들어 냈다. 매우 바쁜 시간이었지만,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팀원이 점점 늘어나면서 본부장이 되게 되었고, 하위 조직이 생겨나면서 3개 현장을 동시 관할하는 총괄 본부장이 되었다. 


이때부터 큰 손 부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나의 관점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VIP로 불렀다. 하는 일도 그들의 부동산/금융 컨설팅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들에게는 건물이 있었고, 이들은 숨만 쉬어도 돈이 벌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말단 직원일 때보다 몸은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숨만 쉬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루는 VIP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진짜 부자가 뭐라고 생각해요?"


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냥 돈만 많으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주저하자 그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많은 사람이 부자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었다. 내가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인 것이다. 시드 머니를 더 빨리 모으기 위해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니까.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다. 


"그러면 더 빨리 부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질문에 나는 내가 살아왔던 삶, 그리고 지금 해오는 일을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분은 나의 이야기에 동의하며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가족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보세요. 내가 부자가 아니어도 자식에게 박 본부장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줄 때 더 빠르게 부자가 됩니다." 


자식이라고? 나도 부자가 아닌데? 

이것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왜 자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완전히 알게 된 것은 나중 일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나중 건물주 아이 키우기 협회가 시작하게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총괄 본부장이 절대 편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직책마다 어려움이 있듯이,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몸 보다 머리가 훨씬 고생을 한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였다. 


부동산 개발자라고 불리는 시행사는 어떤 일을 하든 최고의 위치이고, 최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망하면 그들은 완전히 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밑에 있는 부동산 회사들을 갈군다. 

또 자신들의 모든 물건을 어떻게 해서든 팔게 한다. 입지가 안 좋아도 팔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기 싫지만, 안 좋은 물건 일 수록 영업 사원들에게 인센티브가 더 높다. 


반복되는 구조와 철저한 갑-을 관계! 그리고 안 좋은 물건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 문제를 가지고 그대로 이 업에 종사하기는 어려웠다.  



부동산 업의 시작은 큰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업에 종사할수록 사람들에게 가치 있고 좋은 것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 갔다. 좋은 것을 투자하면 투자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서로 간의 신뢰까지도 생긴다. 




갑-을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것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져 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드디어 해결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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