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덥다! 더워! 그게 어디 있더라~“
외출하고 들어 온 엄마가 장롱을 뒤진다. 그러더니 큰 꽃무늬 반팔 리넨 블라우스를 꺼낸다. 싹둑싹둑 가위질 몇 번에 슬쩍슬쩍 바느질 몇 땀에 민소매 블라우스로 재 탄생된다.
그러더니 휘리릭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신다.
고등학교 시절 엄마의 모습, 나에게 남은 한컷의 기억이다.
엄마는 여름을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키도 나보다 훨씬 작고 체구도 작은 우리 엄마는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마른 몸이면 더위를 안 탈 듯싶은데 엄마는 더위가 너무 싫다고 했다.
“엄마는 겨울이 싫어? 여름이 싫어?”
“둘 다 싫어! 근데 여름 더 싫어. 겨울은 꽁꽁 싸 메기라도 하면 되는데 여름은 도망갈 곳도 없어!”
여름이면 가스레인지 앞에서 땀을 흘리던 엄마였다.
배꼽에 땀띠가 나서 음식 하기가 너무 힘들고 고역이라면서도 삼계탕 끓이고, 생선 굽고 했던 우리 엄마.
우리 큰아이가 태어나고는 그 더운 여름날 먹인다고 사골에 미역국에 얼마나 끓였던가!
그래도 엄마가 여름 중에 최고로 좋아했던 게 있었으니 수박이었다. 동네에 과일을 싣고 오시는 과일사장님은 항상 아픈 엄마를 위해 2층 우리 집 계단 앞까지 옮겨다 주시곤 했다. 엄마는 수박 한 통을 사면 그 자리에서 반통도 뚝딱 했다. 그리 작은 몸에 그 큰 수박이 들어갈 자리가 있나 싶은데 연신 수박을 열심히 드셨다. 거기에 박자를 척척 맞춰 주는 동생이 있으면 두 사람은 수박 한 통도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난 지금도 수박이 별로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종종 사기는 하나 한 번에 한통을 다 먹을 수 없으니 씻고 자르고 보관하는 것까지 뒷정리가 맘에 안 든다. 하긴 내가 안 좋아하니 정리가 더 마음에 안 들겠지!
이렇게 더워지는 여름이 되면 엄마의 수박이 생각난다. 엄마는 수박화채도 참 좋아했는데 얼음 동동 띄우고 달달하게 설탕 듬뿍 넣고~
<출처: 픽사베이>
꽃무늬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가녀린 팔뚝을 드러내고 통바지를 팔랑팔랑 거리며 걸으며 환하게 웃던 엄마가 문득 생각나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