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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Nov 29. 2023

또다시 겨울

따뜻한 겨울을 바라며…


이만 때쯤 되면 남편의 BGM은 크리스마스, 연말 느낌이 나는 노래들로 채워진다. 음악은 내가 더 좋아하는데 집안 음악은 남편이 항상 채운다.

아이들과 집에 있다 보면 음악이고 뭐고 다 정신없게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혼자 오롯이 앉아 즐겨야 맛이 나지, 아이들에게 이리 불렸다 저리 불렸다 하면서 들으면 다 소음 같다.


나는 보통 11월 중순이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곤 했다. 12월 한 달만 꺼내 놓기엔 아깝기도 하고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를 좀 더 길게 느끼고 싶기도 해서다. 그렇다고 새해까지 트리가 있는 건 세일 들어간 상품 같아서 별로다.

헌데 이번엔 트리가 늦어지고 있다. 몸보다 마음이 바쁜 탓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번주 주말에나 트리를 꺼내 보려 한다. 지금이라도 꺼내려 들면 꺼내겠지만 좀 참았다. 대신 현관에 거는 리스만 꺼내어 달았다. 집에 들어오면서라도 분위기를 느끼려고..

어제오늘 날씨가 끄물끄물 내 마음 같더니만 아이들 하교하고 간식 먹는 사이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한송이, 두 송이 날리더니 좀 더 큰 눈송이가 내린다. 아이들이 잠시 나가 놀고 싶다길래 엄마는 춥다고 핑계를 대고 아이들만 현관 앞에 내보낸다.

둘이 꼼짝꽁짝 하더니만 겨울 장갑을 들고나간다.

삼십 분쯤 지났으려나 이제 춥다고 들어온다.

큰아이가 사진을 찍어 왔다.

쌓이지도 않는 눈을 쓸어 담아 주먹만 한 눈사람을 만들었다. 고사이 만든 눈사람이 귀엽다.

겨울, 연말의 분위기에 들떠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거리마다 들려왔던 캐럴만으로도 설레었던 그 시절,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찾을 수 없는 건 내 기분 탓인가? 나이 탓인가?


또다시 겨울이다.

따스하고 밝은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처럼 추위도 잊고 눈사람을 만드는 즐거운 겨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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