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딱지가 보석으로 변했다

빚쟁이의 하루, 빛쟁이의 하루

by 스로

한 남자가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깊은 생각에 빠진다. 1시간 뒤, 하루 중 유일하게 행복을 얻는 퇴근을 맞이 하기 위해서다. 퇴근 후 차에 시동을 켜고 어디론가 향한다. 부스럭 대며 양손 가득 비닐봉지와 함께 집에 들어온다. 깊은 생각에 빠졌던 이유는 저녁 반주 메뉴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봉투 안에 있는 것들을 책상 위에 꺼내고는 의자에 앉는다. 소주 한 병, 맥주 두 캔, 치킨, 과자 한봉과 함께 영화를 본다. 술을 다 마시면 새벽까지 게임을 한다. 다음 날, 출근 시간 30분 전 조급한 마음으로 샤워를 한다. 헐레벌떡 출근시간을 겨우 맞춰 사무실에 도착한다.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똑같다. 주말이 되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하루 종일 게임을 한다.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건 없어 보이지만 왠지 한심하다. 놀랍게도 이 남자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행운을 기다리지만 생길 일은 없어 보인다.


다른 남자는 출근 3시간 전 아침을 맞는다. 눈뜨자마자 목구멍에 물 한 모금 넘기고 몸을 푼다. 야밤에 체조가 아닌 눈뜨자마자 체조를 시작한다. 체조가 끝나고 핸드폰을 집어 들고 무언가를 튼다. 명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명상이 끝나고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뜀박질을 시작한다. 뭔가 중얼중얼 대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나는 할 수 있단다.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계속 지켜봤다. 달리기가 끝나면 씻고 방에 들어가 일기를 쓴다. 오늘도 눈뜰 수 있어 감사하다, 숨 쉴 수 있어 감사하다, 출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어 감사하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하루 계획을 노트에 적는다. 책을 집어 들고 한 시간 동안 읽고 출근을 한다. 10분 전 도착해 어떤 일을 할지 정리하고는 일을 시작한다. 퇴근 후에는 간단히 밥을 먹고 강의를 듣거나 책을 본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은 내용을 행동으로 옮겨본다. 이 사람은 위에서 말한 남자와 다르게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이 남자의 꿈도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본 남자보단 가능성 있어 보인다.


사실 너무나도 다른 두 남자 모두 나다. 빚쟁이였을 때 나, 그리고 빛쟁이가 된 나. 과거에는 부자가 될 사건이 생기길 바라면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박 날 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며 인생 역전을 꿈꿨지만 빚쟁이가 됐다. 빚쟁이가 돼서도 하고 싶은 생활은 즐기고 부자가 되기 위한 행동은 없었다. 그저 오늘 저녁은 어떤 맛있는 음식과 반주할 것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꼭 나는 성공할 거야 확신에 차있었다. 빚쟁이의 나는 사는 대로 생각했다.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막연히 부자가 된다는 목표만 있었다.


빛쟁이의 나는 달라졌다. 부자가 될 사건을 만들기 위해 작은 행동을 한다. 새벽 5시쯤 일어나 나의 하루를 그린다. 출근 시간을 겨우 맞추며 급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사한 일을 만들어 일기에 적는다. 하루 목표를 계획하고 하나씩 해본다. 어떻게 하루를 살지 계획하고 생각하는 대로 하루를 산다. 몸과 마음의 위치가 짜증이 아닌 감사라는 곳에서 시작된다. 사실 내가 하는 아침 습관은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의 습관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습관에 대해 다루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은 모두 따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게 성공과 무슨 상관이 있나? 비판하면서 시작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아침 루틴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나를 통제하는 힘이 생긴다.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내가 생각한 하루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사행습인운"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 내 인생에서 이런 말은 길바닥에 붙은 껌보다 못한 말이었다. 지금 이 말은 빛쟁이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말이 됐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다 보니 나만의 습관이 생겼다. 좋은 습관들로 하루가 채워지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 인성이 바뀌고 있다. 운명이 바뀔지는 좀 지나 봐야 알 테지만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느니 잘된 사람을 따라 해보는 게 행운이란 놈이 더 찾아오기 좋을 것 같다.


아직 스스로를 완전히 믿진 않는다. 목표가 생겨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바뀐 습관과 행동들이 성공에 닿을 확률을 높여줄 거라 믿는다. "그렇게 해봤자 안돼. 성공한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기보단 "나 같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성공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주는 사람의 말을 믿겠다.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는 건 힘들다. 그래도 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지 않게 됐다. 아직도 퇴근하면 누워서 영상이나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그래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이 작은 행동들이 모여 분명 빚쟁이에서 빛쟁이로 나를 만들어줄 거라 오늘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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