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계열사를 이동하다.
그룹 내 계열사 이동이 결정되고 별도 휴식 기간 없이 바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당시 플렌트 설계 경력을 4년 정도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구조물 설계에 자신감이 붙어 있었고,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아까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커리어를 재세팅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로봇을 생산 및 판매하는 계열회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이동하게 되는 부서는 로봇을 설계하고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업무와는 공통점이 없는 업무였기 때문에 업무 적응이 가능할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직무명은 설계로 동일했지만 거대한 해양플렌트를 설계하는 것과 상대적으로 작고 정밀한 로봇을 설계하는 업무는 접근법 자체가 달랐다.
로봇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던 결정은 현재 잘되고 있는 산업군에서 직업과 진로를 찾았던 당시까지의 선택과는 완전히 다른 선택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로봇을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로보틱스 분야가 미래 유망 직종이라고 하지만 계열사 이동을 했던 2019년도 즈음에는 제대로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로봇 회사가 국내에 몇 되지 않았었다.
이동한 로봇회사의 경우 그룹의 주요 산업이었던 조선과 해양플렌트 산업과는 다르게 변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산업군에 속해 있었다. 해양플렌트의 경우 구조물 1개를 만드는데 2~3년간의 설계 및 제작 기간이 소요된다. 반면 로봇의 경우 사용 범위와 목적에 따라 설계의 변경이 잦고 제작 기간도 짧다는 특징이 있었다.
당시 내 주변에서는 계열사 이동을 두고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로보틱스 분야는 관련 회사들의 인지도도 없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도 아니었지만 나는 몇 년 내에는 급격히 성장할 분야라고 생각했다. 특히, IT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라면 충분히 고속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는 판단이 들었다.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로봇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 위해 기초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로봇의 경우 기구물의 설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어, 현장적용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업무를 수행하는데 수월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기존 해양플렌트의 경우 조직이 크고 업무 관련 스콥이 어느 정도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었던 반면, 로보틱스 분야의 경우 로봇의 설계부터 생산, 최종 현장 적용까지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및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업무를 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 번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 위에서 치열한 커리어 생존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