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의사, 환경을 공부하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아빠가 쓴 환경과 아이 건강 이야기

by Doctor D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의사이자, 제 눈에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예쁜 한 아이의 아빠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의사’라고 하면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고, 수술을 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그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직업환경의학’이라는 분야는, 환자 한 사람의 병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을 일으킨 ‘환경’을 함께 보는 의학입니다.

직업환경의학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나는 ‘직업의학’, 다른 하나는 ‘환경의학’입니다.

직업의학은 근로자의 건강을 다룹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재해, 과로, 유해물질 노출 같은 문제들을 조사하고 평가하며, 건강진단과 산재평가, 업무관련성 평가 등 실질적인 제도 안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이 분야에서 여러 해 동안 많은 현장과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하지만 환경의학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환경의학은 우리가 사는 ‘환경’ 전체를 바라봅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 만지는 토양, 먹는 음식,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 심지어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까지. 우리 삶의 배경이 되는 환경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야를 다루고 있는 저조차도 ‘환경의학’ 앞에서는 자주 막막함을 느낍니다. 환경이라는 말은 너무 넓고, 우리가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방식은 너무나 복잡하며, 때로는 과학이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제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제게 천사 같은 아이가 생긴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넘겼던 뉴스 속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플라스틱’, ‘기후 위기’ 같은 단어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불안의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이 물을 그냥 마셔도 될까?’
‘공기가 탁한 날에는 외출을 피해야 하나?’
‘플라스틱 젖병은 괜찮을까?’
‘가습기를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부끄럽게도, 명색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라는 저 역시도 이렇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저는 인터넷을 먼저 뒤졌습니다.

너무도 다양한 정보들, 서로 다른 말들이 저를 더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환경의학은 누구도 손쉽게 대답할 수 없는, 여전히 탐색 중인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동시에, 저에게 환경의학을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바로, 우리 아이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래서 시작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앞으로 적어나갈 글들은 제 학습노트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전문의라는 이름 뒤에 숨지 않고, 아빠라는 이름 앞에 서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우리 아이를 위한 건강한 삶과 환경을 고민해 보려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막연한 불안 대신, 과학에 기반한 지식과 따뜻한 경험을 나누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저와 같은 불안 속에 있는 부모님들, 혹은 환경의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과 함께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진짜 나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환경'이 보였습니다.

그 환경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우리 부모들은 이 가운데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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