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면 화장도 하면 안 되나요?

화장대 앞에서 고민이 많아지는 예비엄마들을 위한 글

by Doctor D

임신을 하게 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식습관, 수면 습관은 물론, 피부의 변화 역시도 몸소 다가옵니다. 화장대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하죠.

화장품 역시도 화학제품인데, 과연 우리 아기에게 이것은 얼마나 안전할까 고민도 되고요.

“이 화장품 성분은 괜찮을까?”
“아기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임신 중엔 그냥 화장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화장 자체를 하지 않고 쌩얼로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엄마들도 많겠지만, 출근과 모임, 그리고 변해가는 내 모습에 화장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예비엄마들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화장품, 우리 아이에게 안전할까요?



임신을 하면서 생기는 피부의 변화는?


임신을 하면 산모의 몸은 다양한 변화를 겪습니다. 단순히 배가 불러오고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호르몬 분비, 면역 반응, 피부 생리 등 전반적인 생체 균형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피부에도 영향을 주며, 화장품 사용 시에도 평소와 다른 반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임신한 여성의 대다수가 기미, 주근깨, 색소침착 등 피부 색소 변화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멜라닌 세포 자극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얼굴, 목, 팔 등에 자외선이 닿으면 이러한 색소침착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이 시기에는 적절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과 기초 보습 관리가 권장됩니다. 또한 일부 임산부는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거나 가려워지고, 특정 제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반응은 기존에 잘 맞던 화장품에도 새롭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선택에 있어서 더 신중해야 합니다.



임신 중 화장품 성분,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피부에 바르는 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화장품 성분도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전신을 순환하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보습제나 색조 화장품의 성분은 대부분 피부 표면에 머무르지만, 일부 활성 성분은 모세혈관을 통해 혈류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피부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피부 장벽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흡수율이 평소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양은 음식 섭취나 흡입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고 평가되지만, 임신 중에는 기형 유발이나 내분비 교란 가능성이 제기된 성분들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산부가 주의해야 할 대표 성분들


미국 FDA에서는 임신 중 사용을 주의해야 할 화장품 성분에 대해 정리하여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물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티노이드(Retinoid): 주름 개선, 여드름 치료 성분으로 널리 쓰이는 비타민 A 유도체입니다. 고농도 섭취 시 태아 기형 유발 가능성이 있어, 피부 흡수 역시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분표에 retinol, retinal, retinyl palmitate, tretinoin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사용을 피하세요.

살리실산(Salicylic Acid): 각질 제거나 트러블 케어 제품에 많이 쓰입니다. 저농도(2% 이하)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간주되지만, 고농도 필링제나 전신 적용 제품은 피해야 합니다.

파라벤(Paraben):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일부 연구에서는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메틸파라벤’, ‘부틸파라벤’ 등으로 표시되며, 가능하면 무파라벤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프탈레이트(Phthalates): 향료나 플라스틱 성분에서 검출되며, 일부 제품에는 ‘향료(fragrance)’로만 표시되기도 합니다. 태아의 호르몬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동물 연구 결과도 있어, 임신 중에는 향이 강한 제품을 피하거나 무향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매니큐어, 속눈썹 접착제, 일부 헤어제품에서 방출될 수 있으며, 자극성과 잠재적 독성 우려로 인해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화장품을 사용하기 전에 잘 살펴보고 미리 피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색조화장은 정말 피해야 할까?


임산부가 색조 화장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과도한 걱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색조 제품의 성분과 사용 방식에 따라 주의는 필요합니다.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입술 제품은 경구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장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립틴트, 매트 립스틱 대신 무향 립밤이나 저자극 립글로스가 권장됩니다.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눈가 제품은 흡수가 적은 부위이지만, 방수 기능이 강한 제품은 프탈레이트, 합성왁스 성분이 포함될 수 있어 성분표 확인이 중요합니다.

파운데이션, 쿠션제품의 경우 향료, 방부제, 자극성 성분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한 소량만 얇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색조 화장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 빈도와 사용 제품의 성분 안전성입니다.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 제품의 깨알 같은 성분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 시기별 피부변화와 관리


추가적으로 얼굴의 피부뿐만 아니라, 임신 기간 동안 엄마의 전신 피부는 시기별로 달라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호르몬 변화, 혈류량 증가, 면역 반응 변화 등으로 인해 각 시기별로 피부 반응도 다르므로, 이에 맞춘 관리가 필요합니다.


1기 (임신 1~12주): 변화의 시작

피로감, 입덧 등으로 보습과 자극 최소화 중심의 스킨케어가 중요합니다.

이 시기는 태아 기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레티노이드, 살리실산 고농도 제품은 피해야 합니다.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 피부과 상담 후 적절한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2기 (13~27주): 색소침착과 탄력 저하

멜라닌 생성이 증가하여 기미, 주근깨, 선홍빛 홍조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철저히 하여 색소침착 악화를 예방하세요.

이 시기에는 복부, 허벅지, 가슴 등 피부가 땅기기 시작하므로 고보습 크림 사용과 마사지도 도움이 됩니다.


3기 (28주~출산): 민감함과 가려움 증가

피부가 늘어나며 건조, 트러블, 튼살, 가려움이 흔해집니다.

클렌징은 부드럽게, 보습은 수시로, 옷은 통기성 좋은 면 소재로 선택하세요.

화장은 가볍게 하되, 트러블 발생 시 즉시 중단하세요.



마무리: 화장보다 중요한 건 ‘나를 돌보는 마음’


임신은 단순히 생리적인 변화 그 이상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달라지고 변해가는 내 모습에 기쁘면서도 또 울적해지는 날들도 있을 겁니다. 이전에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주저되고, 고민되는 순간들도 있을 겁니다.
화장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 봐, 매일 아침 화장대 앞에서 고민하게 되고, 화장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의 제품 성분표를 검색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와 나의 모습은 쉽게 놓아지지 않지요.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이 것만 꼭 기억해 주세요.

화장을 한다고 해서 모두 위험한 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피해야 할 성분을 알고, 내 피부의 변화를 살피며, 신중하고 지혜롭게 선택하는 것.

이제부터 아이와 함께 살아갈 환경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안전하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한걸음 엄마가 되어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참고문헌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2013). Committee opinion no. 575: Exposure to toxic environmental agents. Obstetrics & Gynecology, 122(4), 931–935. https://doi.org/10.1097/01.AOG.0000435416.21917.80

Koo, H. J., & Lee, B. M. (2004). Estimated exposure to phthalates in cosmetics and risk assessment. Journal of Toxicology and Environmental Health, Part A, 67(23–24), 1901–1914. https://doi.org/10.1080/15287390490492369

Schaefer, C., Peters, P., & Miller, R. K. (2014). Drugs during pregnancy and lactation: Treatment options and risk assessment (3rd ed.). Academic Press.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n.d.). Cosmetics and pregnancy. Retrieved May 15, 2025, from https://www.fda.gov/cosmetics/cosmetics-products/pregnancy-and-cosmetics


keyword
이전 04화임신 중 맥주 한잔, 논알코올이면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