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보이는 차들, 분주한 대로변.
출퇴근에 편리하지만 우리 아이 건강에 영향은 없을지 걱정도 됩니다.
“차가 이렇게 많은 동네에 살아도 되나?”라는 걱정,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아기띠나 유모차를 끌고 대로변을 걸으면, 우리 아이가 이 공기를 마셔도 괜찮을까 생각이 듭니다.
생각보다 많은 연구들이 말합니다.
아이의 폐가 자라고, 뇌가 발달하는 그 시기에 마시는 공기는 곧 아이의 건강 그 자체라고 말이죠.
차가 지나는 그 길 위엔, 냄새도 없이 스며드는 위험한 입자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우리 아이를 보호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물질들 중 일부는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잠재적 또는 확정된 발암물질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도시 지역, 대로변,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서의 노출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건강에 더 유해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입자’와 ‘성분’에 있습니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연소 효율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입자상 물질(particulate matter, PM)과 질소산화물(NOₓ)을 배출합니다. 특히 디젤 차량은 블랙카본(Black Carbon)이라 불리는 미세한 탄소 입자를 다량 포함하고 있는데, 이 입자는 크기가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하고 혈류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디젤 배기가스를 1군(Group 1) 발암물질, 즉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이 저명한 물질로 공식 분류했습니다. 이는 석면, 벤젠, 담배 연기와 같은 수준의 유해성을 의미합니다. IARC는 디젤 배기가스가 특히 폐암과 방광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디젤 차량이 배출하는 미세먼지(PM2.5)는 크기가 매우 작아 태반도 통과할 수 있으며,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조산, 저체중아 출산, 폐기능 저하, 신경발달 문제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 지역과 대로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용 디젤 차량(버스, 트럭, 택배차량 등)은 정체 구간에서 지속적인 고농도 노출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디젤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에서 이산화질소(NO₂) 농도와 블랙카본 농도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과 천식 증상 악화가 더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디젤 차량의 도심 진입 제한, 저배출구역 설정, 전기차 전환 유도 등의 정책을 통해 이러한 건강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러 대규모 역학 연구에서 아직 몸이 자라고 있는 영유아기와 태아기가 자동차 배기가스 노출에 가장 취약한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
유럽 10개국에서 수행된 ESCAPE 프로젝트에서는, 어린이의 폐기능이 자동차 배출오염물질 농도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WHO는 어린이의 천식 악화 요인 중 하나로 도시 지역 교통 오염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미국, 유럽, 아시아를 포함한 30개 이상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합한 메타분석 결과, 임신 중 PM2.5에 대한 노출이 조산 위험 증가 및 출생체중 감소와 연관됨이 확인되었습니다.
신경발달 영향 가능성
일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임신 중 고농도 NO₂ 및 PM2.5 노출이 자녀의 인지기능 저하나 주의력 결핍 경향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아직 명확한 근거라고 하기에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겠으나 이와 관련한 인과관계는 활발한 연구 주제입니다.
자동차는 도시를 움직이는 필수 수단이지만, 그만큼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특히 도로변, 그중에서도 교통량이 많은 대로 주변에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경우,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더 자주, 더 가까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거주지와 도로의 거리는 어린이와 임산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도로로부터 100미터 이내는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 블랙카본과 같은 교통 유래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특히 높게 나타나는 구간입니다. 이는 도로와의 거리, 풍향, 교통량, 차량 유형(특히 디젤차 비중)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은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히 감소하며, 300~500미터를 벗어나면 비교적 일반적인 주변 농도에 수렴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거리-농도 관계는 미국, 유럽,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로변에 사는 것이 실제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먼저 어린이의 경우, 천식, 알레르기비염,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수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대로변 75미터 이내에 거주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천식 발생 위험이 1.5~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네덜란드, 캐나다, 한국 등의 연구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며, 특히 이산화질소 노출과 천식 증상 사이에는 선형적인 용량-반응 관계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폐기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럽 10개국에서 진행된 ESCAPE 프로젝트에서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 주변에 사는 아동의 경우 폐활량이 더 낮고 폐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증상에 그치지 않고, 성인기까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임신 중인 여성의 경우 대로변에 거주하면 조산, 저체중아 출산, 태반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같은 물질이 산모의 혈류에 들어가 태반 내 염증 반응이나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메타분석 연구들은 이러한 도로 근접성과 임신 결과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반복적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거리 100미터”라는 기준을 주목합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교통 관련 대기오염물질이 주변으로 퍼지는 확산 거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대체로 차량 배기가스에 포함된 입자들은 도로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가장 높은 농도를 형성하며, 이후 빠르게 희석됩니다. 특히 건물이 밀집한 지역이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골목길, 그리고 아파트 1~2층 저층부에서는 오염물질이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아이와 임산부는 대기오염에 특히 민감한 집단입니다. 폐와 면역체계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태아와 연결된 임산부는 같은 농도의 오염물질에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일상 속에서 몇 가지 실천만으로도 노출을 줄이고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외출 시에는 차량 통행이 많은 대로변보다는, 통행량이 적은 골목길이나 공원, 녹지가 가까운 산책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오전 출근 시간이나 저녁 퇴근 시간처럼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는 가능한 피하고, 대기질이 양호한 시간대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세먼지나 오존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실내 활동 위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유모차를 사용할 경우, 아이의 얼굴 높이가 차량 배출가스에 가까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유모차 덮개를 사용하거나, 교통량이 적은 길로 이동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외출 후에는 아이의 얼굴과 손, 코를 닦아주는 것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창문 필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환기를 할 때에는 바깥공기질이 비교적 양호한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특히 주거지가 도로에 가까운 경우에는 정기적인 필터 점검과 교체가 중요합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정체된 도로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면 차량 공조 시스템을 ‘외기 유입’이 아닌 ‘내기 순환’ 모드로 설정해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어린이용 카시트는 차량 내에서 환기구와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동차는 우리 일상의 편리함을 책임지는 존재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건강, 특히 아이와 임산부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도로 가까이에 사는 환경,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반복적인 노출은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위험 요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긴 어렵지만,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아이의 건강한 폐와 뇌 발달, 그리고 태아의 안전한 성장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교통량이 적은 길을 선택하는 산책,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 차량 내 공조 모드의 전환 같은 일상적인 실천은 작아 보이지만, 아이의 몸에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이와 태아에게는, 우리가 조금 더 앞서 보호막이 되어줘야 할 때입니다.
Bové, H., Bongaerts, E., Slenders, E., Bijnens, E., Saenen, N. D., Gyselaers, W., ... & Nawrot, T. S. (2019). Ambient black carbon particles reach the fetal side of human placenta. Nature Communications, 10(1), 3866.
https://doi.org/10.1038/s41467-019-11654-3
Dadvand, P., Parker, J., Bell, M. L., Bonzini, M., Brauer, M., Darrow, L. A., ... & Nieuwenhuijsen, M. J. (2013). Maternal exposure to particulate air pollution and term birth weight: A multi-country evaluation of effect and heterogeneity.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21(3), 267–373.
https://doi.org/10.1289/ehp.1205575
Gauderman, W. J., Avol, E., Lurmann, F., Kuenzli, N., Gilliland, F., Peters, J., & McConnell, R. (2005). Childhood asthma and exposure to traffic and nitrogen dioxide. Epidemiology, 16(6), 737–743.
https://doi.org/10.1097/01.ede.0000181315.76621.46
Gehring, U., Gruzieva, O., Agius, R. M., Beelen, R., Custovic, A., Cyrys, J., ... & Brunekreef, B. (2013). Air pollution exposure and lung function in children: The ESCAPE project. European Respiratory Journal, 42(3), 1030–1041.
https://doi.org/10.1183/09031936.00144612
Health Effects Institute. (2010). Traffic-related air pollution: A critical review of the literature on emissions, exposure, and health effects (HEI Special Report No. 17).
https://www.healtheffects.org/publication/traffic-related-air-pollution-critical-review-literature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2012, June). Diesel engine exhaust carcinogenic (IARC Press Release No. 213). https://www.iarc.who.int/news-events/iarc-diesel-engine-exhaust-carcinogenic/
Karner, A. A., Eisinger, D. S., & Niemeier, D. A. (2010). Near-roadway air quality: Synthesizing the findings from real-world data.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44(14), 5334–5344.
https://doi.org/10.1021/es100008x
Newman, N. C., Ryan, P., LeMasters, G., Levin, L., Bernstein, D., Khurana Hershey, G. K., & Lockey, J. (2013). Traffic-related air pollution exposure in the first year of life and behavioral scores at 7 years of age.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121(6), 731–736.
https://doi.org/10.1289/ehp.1205555
Stieb, D. M., Chen, L., Eshoul, M., & Judek, S. (2012). Ambient air pollution, birth weight and preterm birth: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Environmental Research, 117, 100–111.
https://doi.org/10.1016/j.envres.2012.05.007
Zhu, Y., Hinds, W. C., Kim, S., Shen, S., & Sioutas, C. (2002). Study of ultrafine particles near a major highway with heavy-duty diesel traffic. Atmospheric Environment, 36(27), 4323–4335.
https://doi.org/10.1016/S1352-2310(02)00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