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미세먼지, 정말 괜찮을까?

by Doctor D

아내의 기쁜 임신소식을 접하고 나니,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그저 스쳐 지나갔던 뉴스의 미세먼지 농도 정보가 어느 순간 아내에게 마스크를 챙겨줄지, 산책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나가도 될까?”
“창문을 열어도 괜찮을까?”
“가뜩이나 숨 쉬는 것도 불편한데, 마스크를 꼭 써야 할까?”

특히 임신 중에는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공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좋은 공기가 곧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임신 후 미세먼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요?



산모가 마시는 미세먼지가 태아에게 영향을 줄까?


최근의 여러 연구들은 미세먼지가 단순히 산모의 호흡기에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태아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9년 저명한 Nature 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대기오염 물질이 호흡을 통해 임산부의 태반 조직에 축적될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산모가 흡입한 공기 속 유해물질이 실제로 태아에게 도달할 수 있음이 밝혀진 중요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미세먼지에 심각한 멕시코시티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중 미세먼지 노출정도에 따라 아이의 사회성, 의사소통능력, 적응력 등에서 차이가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태아에게 이러한 미세먼지의 노출은 산소와 영양분의 전달 경로를 방해하거나, 염증반응, 유전자 변이 등을 촉발하여 태아의 발달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위험성이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우리 아이의 뇌 발달


미세먼지 노출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여럿 보고가 되어있습니다. 태아의 저체중 출생, 조산, 고혈압 등 다양한 문제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발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뇌 발달과 인지기능에 대한 영향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된 여러 코호트 연구들은 임신 중 초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주의력 결핍, 인지발달 지연, 언어표현 능력 저하 등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건강한 줄만 알았던 우리 아이가 부모도 모르는 사이 안 좋은 환경노출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부모로서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실내 공기, 바깥공기만큼이나 중요!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하면 실외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가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실내입니다.

특히, 임산부는 활동량이 제한적이고 몸이 힘들기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실내 공기오염 수준이 실외보다 2~5배 높을 수 있다는 미국 환경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경고입니다.

실내에서는 복잡한 공간구조, 가구나 사물들 때문에 공기가 정체되어 환기가 되기 어렵고, 조리나 청소, 생활하며 사용하는 화학물질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VOCs)이 공기질을 악화시키며, 카페트나 이불속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 또한 잘 제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집 밖은 위험하다고 집 안에만 있는 게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공기오염의 주범은 집 밖에 있기보다 우리의 집 안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지키기 위한 실천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외 공기가 나쁘다고 해서 하루 종일 창문을 꼭 닫고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환기를 자주 하자니 냉난방 비용이 걱정되고, 무엇보다 창밖의 뿌연 하늘을 보면 창문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실내 공기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1) 환기는 짧게, 자주

환기는 실내 공기 질 관리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외부 공기가 비교적 깨끗한 시간대 (오전 10시~오후 9시)를 활용해 하루 3번, 30분씩 환기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만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2~3시간 간격으로 1~2분 정도 짧고 집중적인 환기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깥이 뿌옇다고 해도 환기를 합시다!)
환기를 할 때는 창문을 두 방향으로 열어 맞바람이 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2) 조리 중에는 반드시 후드를 사용하세요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그 무엇보다 요리 중에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특히나 고기나 생선을 굽는 과정에서는 초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이산화질소와 같은 유해 가스가 함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리 시에는 반드시 주방 후드를 켜고, 가급적 창문도 열어 외부로 유해가스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렇게만 해도 실내 공기 중 유해 입자의 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3) 공기청정기는 HEPA 필터가 있는 제품으로

저는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때 대기업의 깔끔한 디자인의 공기청정기를 구입했었습니다.

비싼 게 좋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죠. 근데, 알아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군요.

공기청정기를 선택할 때는 기능보다 필터의 종류를 먼저 확인하세요.

여러 기능설명이 여러분을 어지럽게 만들겠지만, 단연코 HEPA 필터가 탑재된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꽃가루, 곰팡이, 일부 박테리아 등까지 걸러낼 수 있어 실내 공기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일부 고급형 제품에서는 활성탄 필터가 함께 적용되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제거에도 효과를 보입니다. 단, 필터는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청소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으니 사용설명서를 꼭 확인해 주세요.


4) 향초, 방향제, 탈취제는 가급적 자제하세요

임신 중에는 몸이 예민해지고, 특정 냄새나 성분에 민감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향초나 방향제처럼 복합적인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환기가 부족한 실내에서는 그 노출 농도가 더욱 높을 수 있죠.

겉보기에는 안전한 제품처럼 보여도, 이들이 방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미세입자가 어떤 방식으로 체내에 흡수되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괜찮겠지’보다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자’는 마음으로 위험한 노출을 줄여봅시다.



마스크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임신 중에는 체온이 약간 오르고, 숨도 더 쉽게 차곤 합니다.

폐활량이 줄어들고,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호흡이 평소보다 더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산부에게 마스크 착용은 단순한 문제를 넘어서, 호흡과 건강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문제가 됩니다.


1) KF 등급, 숫자가 높으면 좋을까?

대한민국에서 인증된 보건용 마스크는 KF(Korea Filter) 등급이 표기되어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높은 차단 효과를 가집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입자를 더 잘 걸러내지만, 그만큼 숨쉬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KF94는 더 높은 차단 효과를 가지지만, 일상적인 외출이나 비교적 공기가 덜 나쁜 상황에서는 KF80만으로도 충분한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무리하게 KF94를 착용해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을 겪는다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N95 마스크(미국 기준 KF94 상당) 착용 시, 임산부의 산소 포화도(SPO₂)가 약간 낮아지고 호흡수와 심박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2) 꼭 필요한 순간에만, 안전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자

장시간 마스크 착용은 체내 환기량 감소, 이산화탄소 축적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사람이 많은 곳, 공기 질이 나쁜 환경에서는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 야외지만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간, 혹은 충분히 환기된 실내에서는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고 휴식

- 마스크 착용 중 어지럼증, 답답함, 두통, 호흡곤란이 느껴진다면 즉시 벗고 휴식


아이를 위해 마스크를 무조건 오래 쓰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마스크를 잘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착용하고,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임신 중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을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의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비록 보이지 않는 공기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이 태아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기보다는 산모가 편하면 아이도 편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가능한 곳에서만 본인의 상태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노력만으로도 우리가 몇 달 뒤 마주할 우리 아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Bové, H., Bongaerts, E., Slenders, E., Bijnens, E. M., Saenen, N. D., Gyselaers, W., ... & Nawrot, T. S. (2019). Ambient black carbon particles reach the fetal side of human placenta. Nature communications, 10(1), 3866.

McGuinn, L. A., Bellinger, D. C., Colicino, E., Coull, B. A., Just, A. C., Kloog, I., ... & Horton, M. K. (2020). Prenatal PM2. 5 exposure and behavioral development in children from Mexico City. Neurotoxicology, 81, 109-115.

Toprak, E., & Bulut, A. N. (2021). The effect of mask use on maternal oxygen saturation in term pregnancies during the COVID-19 process. Journal of Perinatal Medicine, 49(2), 148-152.

Bongaerts, E., Lecante, L. L., Bové, H., Roeffaers, M. B., Ameloot, M., Fowler, P. A., & Nawrot, T. S. (2022). Maternal exposure to ambient black carbon particles and their presence in maternal and fetal circulation and organs: an analysis of two independent population-based observational studies. The Lancet Planetary Health, 6(10), e804-e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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