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스타그램 돋보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귀여운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등장합니다.
사실 아내의 피드도 비슷합니다. 우리 둘 다, 동물들에게 한없이 취약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경계심 따위는 없는 골든리트리버나, 먼치킨 고양이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는 모습만 봐도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결혼 전에는 "언젠가는 귀여운 토이푸들을 두 마리 키우자"라고 약속도 했었습니다.
전셋집을 전전하며 그 약속을 이룰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친구들이 더해질 그날을 기대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자라는 건 괜찮은 걸까?"
"강아지가 아이에게 털을 날리거나, 병을 옮기진 않을까?"
"알레르기 같은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공감 능력, 사회성, 책임감, 심지어는 면역력까지도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머릿속을 스쳤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알레르기, 감염병, 호흡기 질환 같은 걱정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저희처럼 아직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은 집뿐 아니라, 이미 임신 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온 가정이라면 이 고민은 훨씬 더 깊고 현실적일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 내 반려동물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정말 같이 키워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은,
“아이와 반려동물,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언젠가 반려동물과 함께할 날을 기다리는 예비 보호자로서 이 주제를 환경의학적인 관점에서 차분히 살펴보고, 걱정과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 잡힌 길을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반려동물이 어른에게 주는 기쁨도 물론 크겠지만, 아이에게 주는 이점 또 결코 작지 않습니다.
동물과의 교감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감정 표현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는 언어가 충분히 발달되기 전부터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과 애착 형성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어린이들이 사회성, 정서적 안정성, 운동 활동량에서 더 나은 경향을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2020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리뷰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감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키고,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또한 반려동물을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먹이를 주거나 배변을 치우는 일처럼 작고 반복적인 돌봄의 행동은,
“내가 무언가를 보살필 수 있다, 혹은 내가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한편, 면역학적 관점에서도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2017년 Microbiom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유아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유아에 비해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ta)의 다양성이 더 높았으며, 이는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과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 연구진은, 임신 중 또는 생후 3개월 이내에 반려동물에 노출된 영아의 경우 아토피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이론과도 연결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보다는, 적절한 미생물과의 접촉이 면역 체계를 더 건강하게 훈련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이런 이점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체질이나 환경 요인에 따라 개별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정서적, 행동적, 생리학적 측면에서 반려동물이 아이의 전인적 발달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점점 더 쌓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긍정적이라면, 우리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은 아이의 건강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1) 알레르기 질환의 유발 및 악화 가능성
반려동물의 털, 침, 비듬, 배설물 등에는 다양한 단백질 기반의 알레르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공기 중에 미세입자 형태로 부유하다가 아이의 피부나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즉, 이 물질들 모두가 아이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이는 유전적으로 이러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는 반려동물 노출이 감작(sensitization) 상태의 어린이에게 천식 및 알레르기 증상의 유의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아지나 고양이의 털은 단순한 물리적 자극을 넘어, 그 자체로 곰팡이 포자, 꽃가루, 먼지 진드기 등 다른 알레르겐을 실내로 운반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반응이 복합적으로 유발될 수 있으며, 실내 공기 질 관리가 미흡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2) 동물매개 감염병의 위험
동물은 다양한 미생물의 숙주가 될 수 있으며, 일부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동물매개 감염병(zoonosis)’이라고 하며, 어른보다는 어린아이에게 그 위험이 특히 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감염병이 있습니다.
- 톡소플라스마증: 주로 고양이의 분변에 포함된 원충으로 인해 감염되며, 임산부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특히 위험합니다.
- 고양이 긁힘병(Cat scratch disease): 바르토넬라균에 의해 유발되며, 발열, 림프절염, 피부 병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기생충 감염(예: 회충, 촌충): 동물의 분변이나 털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으며, 아이가 손을 입에 넣는 습관이 있을 경우 더욱 위험합니다.
- 살모넬라, 캠필로박터 감염증: 매우 드물지만 동물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거나 날고기 사료를 통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감염병의 경우 정기적인 예방접종, 구충, 위생 관리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신생아나 만 3세 미만의 영유아처럼 면역 체계가 아직 미성숙한 시기에는 감염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동물과의 접촉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실내 공기질 저하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를 경우, 공기 중 미세먼지, 암모니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반려동물의 털과 각질, 배설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닥과 카펫, 가구 사이에 쌓이면서, 청소나 아이들의 활동 중 쉽게 다시 공기 중으로 부유하게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실내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평균 2배 이상 높을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기관지가 좁고 민감한 유아에게 호흡기 자극, 기침, 잦은 감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처럼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계절에는 실내 오염물질이 축적되기 쉬우며, 공기청정기 사용이 미흡하거나 필터 관리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 각종 냄새 제거제나 애완동물용 방향제, 배설물 분해제 등의 관련 용품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실내 공기 질 저하와 아토피 악화 등과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4) 고양이와 강아지, 차이점이 있을까?
반려동물 알레르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바로 털이 아니라 침, 비듬, 소변 등에 포함된 단백질입니다.
고양이의 경우, 특히 Fel d 1이라는 주요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이 입자 크기가 작고 공기 중에서 오래 부유하는 특성이 있어, 강아지보다 더 강하고 오래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에서도 주변의 어딘가에서 날아온 고양이 알레르겐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며, 소아의 천식, 비염, 아토피피부염에 고양이의 털은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강아지는 감염병 자체보다는 잦은 외부활동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들은 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 꽃가루, 곰팡이 포자 등 알레르겐을 털에 묻혀오는 경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산책을 다녀와서 목욕시키는 것은 필수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이에게 좋을까, 해로울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조건 포기하자”도,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이점과 건강상의 위험을 모두 고려하여 균형 잡힌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1) 입양 전 건강 이력 확인은 필수
반려동물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하기 전에 가족 구성원의 알레르기 병력이나 피부 및 호흡기 질환 이력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같이 살지 않는 부모나 형제에게 천식,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등의 질환 이력이 있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면역 반응이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입양 전 전문가와의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면, 아이의 피부 상태, 기침, 재채기, 눈 가려움 같은 알레르기 의심 증상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조기에 파악하면, 알레르기 감작이나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2) 위생 수칙은 일상 속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와 동물이 접촉이 잦은 경우 자주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특히 손을 입에 넣거나 눈을 비비는 습관이 있는 아이의 경우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침구, 장난감, 사료 그릇은 아이의 생활공간과 분리하여 관리하고, 특히나 아이의 수면 공간만큼은 동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물리적인 구획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공기 중 알레르겐 농도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기어 다니거나 장난감을 입에 무는 시기의 영아는 바닥에 있는 알레르겐이나 동물의 털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바닥과 장난감 위생도 함께 관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실내 공기질 관리도 반려동물을 들일 때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실내 공기는 아이의 건강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에서는 털과 비듬, 배설물 냄새로 인해 실내 오염원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기 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입니다.
HEPA 필터는 미세먼지(PM2.5), 동물의 비듬, 꽃가루 등의 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제대로 된 위치에 놓이고, 필터 교체가 주기적으로 이뤄질 때 그 효과를 발휘합니다.
또한 날씨가 허락하는 한, 하루 2~3회 짧게라도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미세먼지 편의 환기내용을 참고하세요.)
단 한 번의 10분 환기만으로도 실내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미세입자 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카펫, 소파, 커튼처럼 털이 쉽게 붙는 패브릭 소재의 가구나 바닥재는 청소기를 자주 돌리거나, 필요시 스팀 살균이나 고온 세탁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패브릭 소재의 제품을 다른 소재로 바꾸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기가 기어 다니는 공간이나 입에 물고 노는 장난감 주변은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자라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따뜻합니다.
하지만 그 공존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정서적 교감과 건강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은 아이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형제이며, 삶의 리듬을 함께 배우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그 둘 사이에서 건강한 경계와 따뜻한 배려를 만들어주는 연결자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과 위생은 공존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작은 실천들이 쌓여, 아이와 반려동물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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