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었다.
뭘 하던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쉬고 있다는 것이 두려울 만큼 열심히 살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점심을 먹으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잠시 책을 내려놓으니 차창 밖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책 속의 이야기만으로 채워졌던 나의 머릿속은 바깥 풍경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외면한 건 아니지만 현실을 두고 활자로 들어오는 내용을 나의 머릿속에서 가공하여 상상력을 만들어 나만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많이 조용한 내 자리 주변에 육아휴직과 퇴사자가 넘쳐난다. 그동안 그들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무시해왔었다. 그러고 올해 7월이 넘어가는 지금, 다시 그 명단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안보이던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더 이상 여기 한 공간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왜 그들이 나가게 되었는지 특별히 알고 싶진 않지만, 난 왜 이 공간에 머물고 있는지 이유가 없다.
내가 나가야 하는 이유가 수천 가지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나를 원망하게 된다.
열심히 했었다. 뭐든, 목표가 있고, 계획도 있고, 실천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공간에 내가 있다.
기회를 기다라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