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의 나뭇잎의 그 연두 빛처럼
한 번씩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고려 시대 얘기 네”
아내와 달리 대학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얘기하다가
예를 들면 “미국에 이러이러한 것이 있었다”
는 식으로 얘기하곤 한다.
한국에 없는 것도 있고 딱히 예를 들만한 게 없었기에 오래전 미국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들었겠지만 반복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나를 옛날 사람, 그것도 고려시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멜론의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된 노래들이 옛날 노래들이 많다. 어린 시절에는 옛날 노래를 그것도 반복적으로 듣는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내가 지금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뒤처지지 않으려고 매일 책을 읽고 새로운 거 배우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여행도 자주 가면서 생각이 정체되지 않고 유연하게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생각이 막혀 있진 않지만 젊어지진 않았나 보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세월에 따라 조금씩 늙어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 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의 노력으로 벌을 받고 있는 나가 보인다.
4~5월의 나뭇잎의 그 연두 빛처럼 살고 싶다.
나의 생각이 한여름의 짙은 나뭇잎처럼 변하거나 가을의 낙엽처럼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