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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운동을 할 때마다 애플워치의 운동앱을 킨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면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아내의 애플워치에 나의 운동기록이 전송된다. 처음 애플워치로 서로의 운동기록을 보면서 누가 더 많은 칼로리를 태웠는지 서로에게 관심을 가졌다. 즉 아내와 나의 운동량이 목표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운동량 변화는 그때와 비교해서 별 차이는 없지만 아내의 운동량 변화는 많은 차이가 있다. 출산 후 몸의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면 필자가 운동을 시켜주기로 하였지만, 육아와 일의 병행으로 둘이 같은 공간에서 운동할 시간을 제대로 낼 수가 없었다. 아내가 언제 운동을 시켜줄 거냐고 물어볼 때마다 나의 핑계는 입금 후 PT 가능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내에게 입금을 받은 지도 몇 달이 지났다. 하지만 방구석 PT는 가동되고 있지 않다.
조건이 된다면 둘이 같이 헬스장에 가서 아내가 하는 운동에 대해서 가르쳐 주고 개인 트레이닝을 시켜줄 수도 있지만 난 헬스장을 가지 않는다. 새벽에 맨몸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어나기 전 새벽에 운동을 끝내기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아내조차 운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애플워치에 친구로 등록되어 있어서 운동을 끝내면 아내의 애플워치에 필자가 운동을 끝냈다는 메시지만 갈 뿐이다.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오프라인 PT 구독 중지 통보 합니다."
아내는 몇 년째 자신을 운동시켜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래서 개인 PT로 나를 구독해 달라고 했다. 입금과 함께. 그러나 지금 구독 통지를 알려준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부부사이에 운전을 가르쳐 주지 않듯이 운동도 부부사이에 가르쳐주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필자가 헬스장에서 개인사업자로 트레이너라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운동을 가르쳐 줄 것이다. 필자의 운동 철학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운동의 방향이 조금은 잘 못 되었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르쳐 줄 것이다. 보디빌딩 개념으로서 개인트레이너가 아니라 고객 자신이 원하는 부위의 근육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지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경우는 다르다. 아내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편으로서, 개인 트레이너로서 필자의 운동철학대로 운동을 지도하고 싶었다. 운동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조금은 재미없더라도 짧은 시간에 극대의 효과를 주는 방향으로 운동을 지도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바람은 그것이 아니었다. 아내는 조금 더 편하게 쉽게 살이 빠지는 방향으로 운동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내는 고전적인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응용동작을 원했고 유튜브나 새롭게 발견한 운동동작을 원했다. 하지만 초보자가 응용동작을 하려면 기초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인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도 운동을 가르치다가 운동에 대해서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PT 기간 때문이다. 아내는 나에게 운동을 배우든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든 3개월 정도 운동을 배운 후 스스로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곤 했다. 운동 초보자들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3개월 동안 운동을 모두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의문의 정답은 3개월의 기간은 너무 짧다 이다. 일주일에 3~4회, 1 세션에 50~60분, 3달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운동을 가르쳐 주기로 하였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다. 물론 가르쳐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운동을 다 배운 후 눈을 감고도 운동동작이 정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운동은 공부와 다르게 머리는 익히는 것도 있지만 몸으로 배우는 면이 더 많다. 몸으로 배우고 무의식적으로 운동동작을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기계가 정해진 경로를 무한 반복하듯이 웨이트 트레이닝도 매번 할 때마다 정확한 동작으로 수행해야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운동의 효과도 안 좋을뿐더러 부상의 위험도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