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소막골 야영장에서
캠핑을 다닌지도 7년이 지났다. 캠핑을 다니다 보면 주변의 텐트와 캠핑장비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하게 된다. 캠핑을 다니면서 새로운 걸 사기도 하고 있는 것도 다시 사곤 했다. 작은 것은 큰 것으로 부피가 큰 것은 비싸지만 콤팩트 한 것으로 바뀌어 있다. 그러한 결과로 지금은 모든 장비들이 교체되어있다. 지금은 웬만한 날씨에 상관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모든 장비가 잘 갖춰져 있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는 국립공원을 다녔다. 자연이 좋고 그저 그 숲 속의 나무향 좋았다. 국립공원 캠핑장의 샤워시설의 열악함을 느끼면서부터 난 국립공원 캠핑장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샤워시설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야외에서도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조금 비싸더라도 계속 이용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캠퍼 인구가 늘어서인지 갈수록 캠핑장 예약이 힘들어졌다. 빈 사이트를 찾다 보니 지리산 소막골 야영장을 오게 되었다. 야영장이라 당연히 샤워장은 없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나니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지만 캠핑 갈 때마다 준비해야 하는 게 갈수록 많아지다 보니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소막골 야영장은 주차장과 야영장이 현수교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모든 짐을 주차장에서 수레에 옮겨 담은 후 약 70미터를 오르막 내리막을 가야지 나오는 야영장이다. 여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수레가 갈 수 있는 곳도 야영장의 중간까지다. 그 이후는 직접 손으로 모든 짐을 옮겨야 되는 상황이다. 사설 캠핑장보단 좀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 텐트를 치고 보니 우리 텐트가 너무 커고 지리산의 자연과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 경력 7년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자연을 즐기고 자연과 함께 있고 싶어서 시작한 캠핑이 어느새 남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고 최대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장비를 갖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텐트를 다 치고 앉아 있는데 젊은 여자가 백 팽킹 장비하나 만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알 수 없는 그 당당함과 장비의 간소함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아주 짧은 시간에 텐트를 치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까지 한 캠핑의 의미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텐트를 치는 시간과 텐트 내부 및 외부를 꾸미는 시간도 많이 들었다. 집에서 출발 전과 도착했을 때 짐을 정리하는 것까지 시간이 많이 들었다. 캠핑이 자연을 즐기는 시간보다는 준비시간이 터무니없이 많이 소비되었다. 단순히 캠핑장비의 미니멀 화가 아니라 진정 내가 원하는 캠핑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장 간소한 또 다른 캠핑장비를 사진 않겠지만 이제는 자연을 즐기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도록 준비시간과 캠핑장비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 지리산 소막골 야영장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캠핑의 의미를 되찾아 준 것 같다.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시설 좋은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야영장에서의 차가운 개수대에서의 세수를 하다 보니 그 알싸한 차가움이 좋다. 이 또한 캠핑의 맛이 아닐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