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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Oct 05. 2023

가고 싶은 길과 가야 할 길

시애틀 추장(글. 그림 수잔 제퍼스, 한마당)

보통 그림책은 아이들을  거지만 찾아보니 어른에게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그림책많다. 집에 있는 책장을 살펴보다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시애틀 추장>을 발견했다. 딸아이가 어릴 때 읽히려고 구입했던 책이다. 책 발행 연도가 2001년이니 세상에 나온 지 이십 년 넘은 나이가 많은 책이다.  책은 화가이자 작가인 수잔 제퍼스의 글과 그림으로 엮어졌다.


수잔 제퍼스는 책머리와 말미에서 설명한다. 아메리카에는 수천 년 전부터 아주 오래된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위대한 인디언 문화로 발전시키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백인들이 밀려와 인디언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살육전쟁을 일으켰다고, 계속된 전쟁으로 인디언들은 땅을 빼앗기고 백인들은 자신들의 소유를 넓혀 갔다고.


그리고 1850년 경 워싱턴의 미국 정부 인디언과의 전쟁 중 마지막 전투가 끝나갈 무렵 인디언 연맹국으로부터  땅을 사 들이려 했다. 이때 메리카 원주민 대표로 시애틀 추장은 백인과 협상 탁자에 앉아 자신의 모국어로 긴 답변을 했고 그의 연설은 감동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 당시 미국의 14대 피어스(1804~69) 대통령은 시애틀 추장의 연설에 감동해 태평양 연안 북부에 자리 잡은 도시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따 '시애틀'로 지었다.

수잔 제퍼스는 표지 그림까지 포함해 총 16장의 그림을 그렸다. 주로 가느다란 펜으로 선을 그리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하나의 형태가 완성되었다. 선을 적게 긋거나 많이 그음으로 명암을 표현했다.


표지 그림인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과 파란 눈을 가진 어린아이, 잠자리도 모두 펜으로 표현했다. 검은색뿐 아니라 빨강, 자주, 초록, 파랑 등 여타의 색펜들을 따로 혹은 섞어서 여러 가지 형태를 실감 나게 표다.



그림책 속에는 시애틀 추장의 연설 내용에 따라 15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나무로 가득 찬 숲 속,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이 길을 걷고 나무들 사이에는 늑대들의 무심한 눈길이 있다. 용맹한 독수리와 올빼미, 부엉이와 새, 말과 사슴, 시냇물과 돌, 구름과 하늘과 산과 함께 살아가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모습그려져 있다. 

반면에 백인들에게 무참히 살육되고 땅을 빼앗겨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는 모습, 무참히 베어져 둥치만 남은 나무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땅들을 통해 백인들이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 장면들을 그림으로 보여 기도 한다.


베어진 나무들이 가득한 땅에 다시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 보여주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백인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시애틀 추장의 메시지가 보인다.


이백 여 년 전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며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시애틀 추장이 던지는 연설의 핵심을 나는 두 문장으로 본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우리가 이 땅의 일부일 뿐."


"세상 만물은 우리를 하나로 엮는 핏줄처럼 연결돼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땅의 모든 자연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긴다. 전나무 잎사귀 하나, 물가의 모래알 하나, 초원의 풀, 안개의 방울 하나, 곤충 한 마리마저 모두 성스러운 존재다.


우리는 이 땅의 일부이고 이 땅 역시 우리의 일부라고 본다. 땅 위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우리의 누이, 곰과 사슴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 속삭이는 물결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자연물 하나도 무시하지 않고 귀히 여기는 그들의 태도는 물과 자연을 허투루 대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변에 작고 사소한 것들에 눈길 주지 않고 멀리 있어 잡히지 않는 것들에 현혹되어 살아왔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든다. 소유하고 싶은 것들로 인해 오히려 공허해지던 날들을 불러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우리는  함께 가는 길보다 각자의 능력과 실력이 각광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 남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내고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잘 사는 것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과 힘을 합해 같이 잘 해내기보다는 남을 제치고 남보다 더 잘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진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은 자연과 점점 멀어져 각박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세상은 각각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엮는 핏줄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우리가 잊고 살던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거 같다.


이 땅과 하늘과 자연은 지배하고 소유하는 게 아니라 보살피고 사랑해야 하는 거라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은 또 우리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기를 당부한다. 이 땅은 우리의 어머니라서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 땅의 아들 딸 우리 모두에게 벌어지게 될 거라고도 말한다.


그의 예언대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온 우리에게 오늘날 기후 변화는 한 해가 다르게 심각하다. 지구가 몸살을 앓는 정도가 아니라 피폐해져가고 있다. 그래서 시애틀 추장의 메시지는 소유와 안락함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자연을 돌아보게 만든다. 풀 한 포기, 돌 하나, 곤충 한 마리가 나와 연결되어 있고 후손들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지혜를 깨우쳐 준다.


가고 싶은 길이 소유와 욕망으로 가득 찬 길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과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가야 하는 길과 일치되어 살기를 나는 다시 한번 이 책을 덮으며 소망한다. 편안한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게 사는 길을, 안락한 삶보다 자연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길을 가게 되기를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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