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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Nov 20. 2024

성곽이 있는 풍경

일상을 기록하는 드로잉

우리 동네에는 키 큰 소나무가 우거져 동네 사람들 누구나 산책하고 운동하는 솔숲 산책로가 있습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소나무가 우거진 솔숲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가을에는 청량한 기운이 있어 자주 애용하는 산책코스입니다.


산책로 한편에는 기와담장으로 둘러싸인 산소가 있는데 량한 가을 솔숲과 기와 담장이 잘 어울려 사진 찍어 와 그렸습니다. 기와 담장을 그리다 보니 기와집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것이 사라진 시내에서 기와집을 찾기란 쉽지 않아서 자동차로 15분을 달려 옛 향교를 찾아갔습니다. 처음 가 보는 길이라  좀 헤매었는데 향교보다 먼저 성곽과 관아문이 보였습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 돌로 만든 성곽과 기와를 인 관아문은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성곽은 1430년 세종 때 완성한 석성인데 적을 공격하는 데 쓰인 적대가 8개, 남문 동문 북문 해서 문이 3개, 우물도 3개소가 있었답니다.


지금은 다 부서져 남문인 해산루와 성벽 70여 미터가 남아있는데 현판 글씨는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의 글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아문은 초석 위에 기둥을 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건물입니다. 기와를 얹은 지붕을 그리다 보니 곡선의 부드러움을 만들어내는 지붕선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산해가 썼다는 현판 글씨 <해산루>는 그림 같이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기가 제각각인 돌로 만든 성곽은 튼튼하고 옹골차 보입니다. 제각각인 돌들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에 따라 그 쓸모와 자리를 만들어 돌을 쌓았을 겁니다. 그 석성이 가을볕에 회색과 갈색 그 사이의 여러 빛깔로 반짝거립니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관아문 뒤편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습니다. 이 동네 아이들은 관아문을 거쳐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를 다닐 겁니다. 


일요일이어선 지 학교는 조용하고 동네는 한산합니다. 어쩌면 평일에도 아이들은 전교생 합쳐야 몇 명 되지 않을 거고 마을 사람들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푸른 가을 하늘과 더불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인적은 없고 저 혼자 여기저기 동네를 구경 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오래된 집들은 낡았지만 소박하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햇볕 잘 드는 담벼락 한편에는 길고양이가 전용 밥그릇에 놓인 먹이를 먹다가 낯선 이를 두려움 없는 눈길로 바라봅니다.


길고양이가 있는 풍경을 사진 찍는 동안 고양이는 고요히 저를 바라봅니다. 주인으로서의 풍모가 느껴지는 자기 영역에 침범한 침입자를 바라보는 눈빛과 호기심 어린 눈빛이 섞여 있습니다.

오래된 지붕과 담벼락이 있는 길고양이 풍경을 담고 집에 와 그려보았습니다.


옛 관아문이 있는 동네는 퇴락해가고 있지만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지극히 평화롭고 한적합니다.


이제 성곽과 관아문이 있는 동네를 떠나 발걸음을 향교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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