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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Dec 12. 2024

메타세쿼이아나무가 있는 풍경

일상을 기록하는 드로잉

자동차에 경고등이 들어와 서비스 센터에 찾아갔습니다. 30분을 기다려 제 차례가 되었는데 눈길에 미끄러질 수 있으니 부품을 갈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은 얼마고 수리하는 데 1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하더군요. 자동차를 구입한 지도 7년이 되어가니 하나씩 교체할 때가 되었나 보다 생각하며 맡겼습니다.


차가 수리되는 동안 동네 산책이나 하자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12월이라 겨울 날씨는 쌀쌀했지만 그래도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게 훨씬 좋습니다.


천변 쪽으로 나오니 멀리 메타세쿼이아나무가 보입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수영장 가는 길에 가로수로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나무를 다른 각도에서 만나니 반갑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크고 높은 초록으로 눈길을 시원하게 해 주어 좋았는데 올해는 늦게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인지 12월 초에도 단풍 든 모습으로 발갛게 주변을 물들이는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예쁩니다.

메타세쿼이아나무가 있는 풍경

가까이서 보는 메타세쿼이아나무도 좋지만 멀찍 감치서 산과 들을 발갛게 물들이는 메타세쿼이아도 좋습니다. 그래서 사진 찍어와 빈 들녘을 배경으로 메타세쿼이아나무를 그려보았습니다.


낙엽침엽교목에 속하는 메타세쿼이아나무는 침엽수인데 가을에 갈색으로 낙엽이 지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본 메타세쿼이아나무의 단풍은 갈색이라기보다는 붉은빛에 가까운, 드러내놓고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하게 고혹적인 붉은빛이었습니다.


수확이 끝난 빈 들과 단풍 진 메타세쿼이아나무를 뒤로 하고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아담하게 혹은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는 길을 걸으며 추운 겨울에도 피어있는 노란 국화를 구경하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해진 감나무에 걸려 있는 주황빛 감 바라보았습니다.


천변 근처 골목에 들어서니 작은 굴삭기 한 대가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나이 칠십은 넘어 보이는 일용직 노동자 몇 명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노인의 나이인 그들은 밥벌이쉬지 않습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작은 굴삭기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쉬고 있는 굴삭기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 살펴보고 그리고 싶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굴삭기가 있는 궁촌의 풍경

산책을 마치고 수리된 자동차를 타고 와 메타세쿼이아나무가 있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천둥 벼락같은 계엄령 선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이없고 황당하고 걱정되고 화나고 분노하는 마음들이 들며 나며 오고 갑니다.


주저앉으려는 마음을 일으키고 일어서는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  일상의 노동을 하면서 굴삭기가 있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며칠 사이 메타세이아나무가 붉은빛을 잃고 죽은 이 되어 겨울 찬바람을 견디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토의 계절,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듯 추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매서운 추위가 따뜻한 봄바람에 물러가듯 겨울을 잘 버티고 이겨내면 우리에게도 평온하고 따뜻한 일상이 곧, 찾아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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