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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Oct 27. 2024
동네 꽃집 풍경
일상을 기록하는 드로잉
가을볕이 좋아서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시월의 오후는 따사로왔고 걷기에 너무 좋은 날들입니다. 먼 동네의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는 노란빛으로 물들었지만 우리 동네 나무들은 여름의 끝에서 이제 막 가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후의 가을볕을 맞으며
산책하다가
6년 동안
제가 다닌 초등학교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어릴 적 넓어 보이기만 했던 초등학교가 세월이 지나서인지 작아 보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니 알록달록 돈을 많이 들여 리모델링한 초등학교 건물이지만 왠지 초라해 보입니다.
어릴 적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는 교문을 들어서면 좌측에는 나무로 지은 목재 교사가 있었고 우측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노란색
2층 건물이 있었지요.
그 뒤로도 건물이 한 채 더 있었는데 한 학년에 여섯 반씩 6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반에서 공부했습니다. 6학년 때는 교실이 모자라 6반이었던 저
는 1년 내내 과학실을 교실로 사용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넓게만 보였던 학교 운동장은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아이들로 시끌벅적했고 운동회 날은 파란 가을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렸지요.
하교길 학교 앞 문방구점에는 삼삼오오 무리진 아이들이 항상 몰려
있었는데
어떤 아이는 딱지를 사고 누구는 종이 인형을 샀지요. 저도 그 중에 하나였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문방구점이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어 먹고 살기 힘들어졌겠지요. 그리고 그 자리에는 꽃집이 들어섰습니다. 작은 평수의 가게답게 꽃집이름도 ‘미니’입니다.
그 옛날 그 건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면을 유리 통창으로 바꾸고 벽에는 페인트칠을 하고 간판은 노란색으로 달아 놓았습니다.
제철 맞은 가을
국화는
가게 밖
3단 거치대에 쭉 늘어 놓았습니다. 노란 국화 자주 국화, 분홍 국화… 봉오리지거나 피고 있는 가을 국화들이 예쁩니다. 각각이 예쁘고 모여서 또 예쁩니다.
사람도 그렇겠지요.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각자가 비슷해 보이면서 다 다른데 그 다름이 특징이고 개성이라서 누구는 노란 개성을 가지고 있고
누구는 보랏빛으로 보이고 누구는 노랑과 보라 그 사이에 있는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요.
같은 화분에서도 어떤 꽃은 일찍 피고 어떤 꽃은 봉오리를 맺고 있는 걸 보면 각자의 화양연화도
각자가
다르게 나타나는 거겠지요.
꽃집 앞을 장식하고 있는 가을 국화를 그리면서 비슷하지만 다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가진 국화들이 모여 있으니 더 조화롭고 아름답다 생각됩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겠지요. 비슷하지만 각자 다른 개성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고 보람찬 일을 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발휘되고 아름다워지겠지요.
동네 꽃집을 그리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되었는데 아스라해진 추억은 현재와 맞물려 묘한 감회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색색으로 다르게 피어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국화를 보면서 우리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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