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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Oct 18. 2024
노을 지는 풍경
풍경을 기록하는 드로잉
요즈음에는
해 질 녘
에
저녁을
준비하게
됩니
다. 두부와 호박과 양파를 썰고 된장을 풀면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곤 합니다.
아파트 부엌 창으로
바라다 보이
는 해 질 녘 서쪽 하늘은
매 순간
달라서
어느 하루도 같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날, 높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붉은빛과 노란빛이 황홀하게 섞인 노을 물든 낮은 하늘가에는 어두운 구름이 수평선 아래 날개를 펼친 듯
보입니다.
짙푸른 남색부터 연한 파랑까지 그리고 옅은 노랑부터 붉은 기운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하늘빛
그러데이션은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또 어떤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아래로 내려온 태양과 그 주변을 물들이는
따뜻한
색들의
조화로움이 너무
아름답습
니다.
서해안고속도로 뒤편으로 펼쳐진 서해 바다
,
내와
바다가 만나는 개펄에 밀물이 들어
오
면
노을 지는 하늘
이 바다로 내려와
붉은빛으로
내와
바다를
물들입니다
.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과 풍경의 다양성과 조화로움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아름답다는 심미적 위안과 평화로운 마음을 느끼고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과 색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나
봅니다.
아름다
운 경치를 보니 그 빛깔을 표현하고픈
창조
적
욕구가
저에게
물감을 들고 종이에 노을 지는 하늘을 그리게 만듭니다.
프러시안 블루를 풀어 진한 어둠을 표현하고 노랑과 주황을 풀어 노을 지는 하늘을 표현하고 페인스 그레이와 반다이크 브라운을 섞어 어두운 구름을 표현해 봅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그려
봐도
노을 지는 하늘과 구름 표현은
언제나 어설픕니다.
단순한 그림이 복잡한 그림보다 훨씬 어렵고 힘
든 일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노을 지는
하늘에
동네 풍경을 그려
넣습니
다.
제가 사는 동네 골목길 풍경입니다. 오래전에 세워졌을 전봇대에는 전깃줄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습니다.
7,80년대에 지어진 것 같은 붉은색 대문은 낡았지만 오래된 담장은 말끔히 페인트칠을 하고 꽃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담벼락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길모퉁이에는
동네 어르신이 텃밭을 살피고 계신가 봅니다.
반 세기 전만 해도 이 골목길은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로 시끌벅적 했을 텐데, 지금은 노인들만 살아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습니다.
오래되어 낡은 골목길 풍경 속에 서쪽 하늘에서는 노을이 노랗게 남아 마지막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은 묘한 여운과 쓸쓸함을
줍니다.
오래된 동네도 그렇고 밝음이 사라져 가는 해 질 녘 노을빛도
그렇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 속에 우리도 포함되어 있음을, 단지 자연사는 조금씩 천천히 일어날 뿐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일아차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노을이
아름다워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 속에서 삶을
,
흐르는 강물처럼 받아들이며
살려합니다.
keyword
노을
풍경
드로잉
밝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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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가끔씩 그립니다. 마음의 소리가 지혜가 되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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