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드로잉
지금 여기는 가을빛으로 가득합니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는 노랗고, 공원에 심어져 있는 단풍나무는 빨간빛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벚나무와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들은 노란빛과 빨간빛, 갈색빛 그 어느 언저리에 걸쳐 있어 나뭇잎마다 각기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 줍니다.
그야말로 가을 나무들은 자연이 품고 있는 다양한 색의 향연을 펼쳐 세상에 내놓습니다. 올해는 여름이 길었던 만큼 가을도 늦게 와 지금도 여전히 가을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가 대학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친구들과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걷고 있는데 커다랗고 화려한 조형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는 강남에서 그 조형물은 결코 기죽지 않는 모양새였습니다. 거대하게 조형된 금빛으로 반짝이는 인간의 손과 팔목이 하늘을 향해 있는데, 세 개의 손이 무언가를 떠받치느라 모아져 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힘이 느껴지는 그 조형물을 보면서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 내려는 화합과 역동성,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와 도전을 느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사진으로 찍어 온 조형물이 있는 강남의 풍경을 그려봤습니다.
서울에 사는 딸이 요즘 동네 풍경을 사진으로 보내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있는 학교에 다니느라 그 동네에 들어가 십 년 넘게 살고 있는 명륜동 역시 가을빛으로 가득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성균관과 그만큼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푸른빛이 남아있는 나무와 빨갛게 단풍 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가을색으로 아름답습니다.
온통 가을로 가득한 거리에서는 사람들도 가을의 향기를 풍기는 듯합니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와 명륜동의 가을 풍경도 그려 봅니다.
가을은 나무들뿐만 아니라 배추나 무, 대파나 쪽파 등 김장준비를 해야 하는 채소들에서도 느껴집니다. 뒷마당에 심은 배추와 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어 곧 거둬들여 김장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아기 모종을 데리고 와 심은 게 세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 자라 추운 겨울에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하니 기특하고 뿌듯한 마음입니다.
사람도 식물도 나고 자라고 거둬들여야 할 때가 있는 걸 보면 인간인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분으로 느끼며 사는 게 조화롭고 평화롭게 사는 길인 거 같습니다.
올 가을은 이렇게 가을의 정취를 소복소복 느끼고 추운 겨울을 준비하면서 또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게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