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가우디다'

책을 읽고

by 밝은 숲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스페인은 가우디다'(김희곤 저)를 인상 깊게 읽었다. 저자는 십 년 동안 건축설계 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한 이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건축가가 보는 가우디의 모습이 글 곳곳에 묻어나 있다.


이 책은 가우디의 탄생부터 청년시절 그리고 명성을 떨치던 시절에 지은 건축물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기적인 요소와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을 중심으로 가우디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852년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 레우스에서 태어난 가우디는 어린 시절부터 폐병과 류머티즘으로 고생을 했다. 몸이 아파 학교도 또래보다 늦게 들어갔고 노새의 등을 타거나 누군가의 등에 업혀서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병약함은 가우디의 예술적 기질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친구들과 맘껏 뛰놀아야 할 나이에 허약한 몸이 주는 좌절과 외로움을 가우디는 일찍 배웠을 것이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대신에 대장간을 하는 아버지 옆에서 평면의 구리가 곡선의 솥뚜껑으로 만들어지는 일상의 기적도 지켜보았을 것이다. 버섯이나 나무, 풀이나 꽃, 나비와 벌 등과 친구 삼아 놀고 관찰하며 햇살의 따사로움과 바람의 서늘함을 느꼈을 것이다.


가우디에게 어린 시절의 병약함은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원만한 사회성을 배우는 대신, 내면으로 향하는 지향성을 통해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예술적 혼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성향은 건축을 배우러 바르셀로나에 가서 그곳에서 자리 잡고 누구보다 독창적인 건축물을 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로 인정받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레이얄 광장의 가로등(p83)


1878년에 건축사무소를 열고 가우디가 창기에 의뢰받은 작품은 바르셀로나 시청에서 주문한 가로등이다. 가로등은 길의 어둠을 밝혀 주는 빛의 역할뿐만 아니라 장식물로써 광장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데 저자는 길과 광장에 대 사색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도시의 모퉁이에서 정신적 위기를 내장처럼 드러내고 살아가는 도시의 영혼들이
다른 영혼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고뇌를 청소하는 곳이 길과 광장이다.
길과 광장은 도시의 고해성사가 난장처럼 이루어지는 곳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창작물이라면 고장 난 영혼을 정비하는 곳이 길과 광장이다.
그 속에서 조각난 영혼들이 절규하며 세상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일어선다.
인간이 주인인 이런 거리를 우리도 하나쯤 품을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희망이 머무는 레이알 광장에 가우디의 가로등이 서 있다. (p78~79)


가우디의 가로등은 레이얄 광장에 서 있는 야자나무를 닮았다. 나뭇가지가 옆으로 퍼져 늘어진 야자나무처럼 가우디의 가로등도 여섯 개의 등으로 갈라져 있다.


인간이 조성한 광장 안에 신이 창조한 나무들이 우람하게 거리 곳곳에 서 있는데 가우디의 가로등은 나무를 닮아서 언뜻 보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의 문명이 조화롭게 함께 서 있는 풍경을 꿈꾸는 가우디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다.


도시에서의 삶은 대부분 각박하거나 냉혹한데 지치고 힘든 영혼들은 길에서 혹은 광장에서 헤매거나 추락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고장난 영혼을 정비하기 위해 길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하고 광장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길과 광장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우디의 가로등이 빛과 희망을 주는 거라고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우디는 사업가 구엘을 만나 그의 집을 지어 주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된다. 구엘 저택과 구엘 지하 경당, 구엘 공원이 그렇다. 그 외에도 카사 비센스와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와 성가족 대성당까지 합해서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 지은 건물 중 7개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카사 비센스(p108)


저자는 사진을 곁들여 가우디 건축물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타일 공장을 운영했던 비센스의 집, 카사 비센스는 기하학적 모티브를 이용한 카탈루냐식 무데하르 양식을 이용해 지은 집으로 가우디의 철학과 열정이 들어간 건축물이라 평하고 있다.


카사 바트요(p214)


섬유업자 바트요의 집, 카사 바트요는 신화의 이미지를 가져와 지었고, 카사 밀라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상상력과 결합시켜 지어냈다고 평가한다.


성가족 대성당(p264)

무엇보다 가우디의 작품 중 가장 위대한 건축물은 성가족 대성당이다. 카사 밀라를 마지막으로 개인이 주문하는 건축물 작업을 중단하고 가우디는 성당 건축에 자신의 전 재산과 영혼을 불어넣었다.


부자들의 집을 지어서 유명해진 가우디는 인생의 마지막을 부자와 빈자 모두를 위한 성당 짓기에 매진한다. 독신이었던 가우디는 아예 거처를 성당으로 옮겨 먹고 자는 일 외에는 성당 공사에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그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성당 짓는 일에 매진해 살던 가우디는 일하던 복장 그대로 남루한 작업복 차림으로 길을 걷다가 전차에 치여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택시 기사들은 누추하고 늙고 피투성이인 가우디를 행려병자로 오인해 시트가 더러워질까 태우지 않았고 병원은 신분증도 없는 가우디를 노숙자로 보았는지 책임을 회피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만들었다.


그 사이에 가우디는 빈자들의 병원에서 빈자들 속에 누워서 사경을 헤매었는데, 뒤늦게 가우디를 찾아낸 지인들과 간신히 인사를 나누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가우디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래서 착잡하기 그지 없다.


세상의 인심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중요해서 남루한 차림새에 신분증도 가지고 있지 않은 다친 노인을 외면했다.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보이는 게 전부인 세상의 인심은 매정하다. 보이지 않는 영혼 속에 신이 깃들어 있고 선이 숨어 있는데 몰인정한 세상은 보지 못한다.


그가 설계하고 조각가와 기술자와 인부들과 함께 일하면서 만들어가던 성가족 대성당은 14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가우디의 뜻을 이어받아 그의 제자들이, 제자의 제자들이 이어받아 공사를 하고 있다.


책으로 만나는 가우디의 건축물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지병을 가지고 태어나 그 아픔을 극복하려 열심히 살아간 가우디의 열정과 노력이 건축물 속에 녹아 들어가 독창적인 미와 장엄함과 숭고함의 빛을 발하지 않나, 생각한다.


자연의 빛을 인간의 건축물에 끌어들임으로써 신의 영광을 인간 세상 속에서 재현시키고 골고루 나누어주고 싶었던 가우디의 꿈은 지금도 유효해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숙련된 장인의 솜씨로 빚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성가족 대성당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