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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Dec 27. 2023

베짱이는 살아있다!(2)

2화 - 베짱이의 여자 친구는 누구?

https://brunch.co.kr/@7130171e650d4e0/53


내가 태어난 환경을 탓하고, 부모를 원망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내 인생만 망가질 뿐이야. 한번 아파하고 털어내자. 그래! 정신 차리자. 엄마 아빠가 없더라도 신나게 한 세상 살다 가면 그뿐 아닌가?


나는 특별한 메뚜기야! 알에서 태어났으니까. 나는 특별하니까! 난 혼자 자수성가할 몸이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에 먹을 것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거야. 먹이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지. 굳이 나를 낳아놓고 사라진 엄마 아빠가 이젠 생각나지도 않아. 그래! 그런 슬픈 기억은 생각 안 하는 게 나한테 좋아.



1화에 이어~



나 베짱이가 알을 깨고 땅 위로 올라온 지 몇 시간 뒤. 엄마 아빠가 없다는 슬픔은 거두고, 내 주변을 살펴보았어. 멋진 나무와 풀들!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벌레들. 평화로운 세계! 멋지다. 멋진 풍경을 보다 보니 배가 슬슬 고파왔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뭘 좀 먹어야 했어. 주변이 있는 이름 모를 파란 풀부터 맛보기 시작했지. 그런데 왜 이리 맛있는 거야? 

우적우적!!!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풀들은 헤아릴 수 조차 많았지.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혼자 먹다 보면 탈이난 다는 옛말이 생각났지. 과욕은 금물! 그래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주변에 있는 맛있는 먹을 것들을 찾아 먹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모두 다 새로운 맛인 거야. 메뚜기 알 맛은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지만, 지금은 서른한 가지의 맛을 골라서 먹고 있어. 모양과 맛이 다 틀리네. 아구 아구!!! 배가 부르지만 계속 먹고 있어. 모에모에큥!(음식맛이 좋아지는 주문)


주변에 있는 먹을 것들을 먹고 마시고 하다 보니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어. 이젠 뭐 하지? 먹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고, 먹다가 인생을 끝마치기는 너무 아깝지. 나 베짱이는 이러려고 태어난 게 아니잖아. 많은 벌레들이나 인간들 까지도 삶의 이유를 모르고 살아가지. 먹기 위해서, 더 잘 먹기 위해서, 내 아들도 잘 먹여주기 위해서 살아간다. 삶의 이유는 오로지 먹기 위해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인가? 아니잖아 뭔가 삶의 이유가 있을 거야.


나 베짱이가 태어난 삶의 이유를 찾아야 했지. 내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쿠션 좋은 나뭇가지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배가 부르고, 골똘히 생각을 하게 되었지.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배가 부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메뚜기 중 천재 중의 천재인 베짱이인 나만 해야 하는 거라고. 배가 고프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 아니야? 먹을 것만 찾아 돌아다니겠지.


한 가지 깨닮음을 얻게 되었다. 벌레든 인간이든 나를 제외하고 항상 배가 고파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먹을 것만 생각하게 되거든.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욕심 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수인 머리 나쁜 인간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정책을 드러나지 않게 잘 포장하여 머리 나쁜 것들을 속여 먹는지 이제야 알겠어. 경제를 적당히 어렵게 만들어야 머리 나쁜 인간들이 다른 생각(자신이 기득권을 얻어야 한다는) 하지 않고, 먹을 것만 찾아 일만 하도록 말이야. 경제를 너무 폭망 하게 하면 자신에게도 손해가 되고 뭔가를 깨달은 무식한 것들이 정권을 뒤엎을 수 있으니, 적당히 경제를 망하게 해야 했지. 참 머리 좋은 것들이야.


그래서 난 오로지 먹을 것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어. 기득권? 메뚜기 인생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나에게는 필요치 않아. 그래 잘 생각한 결정이야. 난 자랑스러운 멋진 메뚜기의 왕 '베짱이'니까 ㅋㅋㅋㅋ

이제 재미있는 것을 해봐야겠다. 혼자 춤추고 노래한다고 재미있지는 않을 것 같아. 나는 속이 파여있는 나무토막과 가느다란 나무줄기로 기타와 바이올린을 만들었어. 나 베짱이는 천재인 거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낸 거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니 나 베짱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손기술과 상상력과 창작력이 뛰어난 천재 기술자야. 생각만 하면 척척 만들어 낼 수가 있었어. 요즘 세상에선 상상력과 손기술이 최고지! 나 베짱이가 만약 인간으로 태어났더라면 레오나르도다빈치, 아이작 뉴턴, 알버트아인슈타인이 "큰 형님, 제가 졌습니다"라고 하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를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는 대단한 인간이 되었을지도 몰라.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야. 욕하지는 마.


악기를 만들었으니 연주도 해 봐야지. 음악적으로 유명한 모차르트, 베토벤의 곡도 연주해 봤자만, 별로였어. 내가 직접 곡을 만들어 연주해 봐야겠다. 난 천재 메뚜기 배짱이니까. 기타를 치면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 나는 매일매일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주변에 있는 먹을 것들을 먹고 기타를 치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 기타에 심취하다 보니 난 애릭클랩튼보다 기타를 잘 치는 실력이 되어 버린 거야. 그것도 하루 만에 말이야. 난 천재니까.


한참 내가 노래를 부르며, 기타 연주를 하다 보니, 나의 천재적인 음악연주를 듣고 나비가 내 앞에 알짱거리기 시작했어. 나는 연주를 잠시 멈추고 나비를 바라보았다.

베  짱  이   : 안녕 너는 누구니?

나       비   : 나는 나비야. 나비 중에 제일 예쁜 호랑나비라고 해~

베  짱  이 :  나는 메뚜기의 천재 베짱이야. 그런데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약간 무뚝뚝하게~)

호랑나비  :  오빠 연주가 너무 멋있어서.

베  짱  이 : 허허허!!! (하긴 내 연주가 너무 멋져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지) 너는 예쁜 날개를 가졌구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쁜 벌레가 될 수 있는 거야?

베  짱  이 : 나랑 친하게 지내며 놀자. 호랑나비야. 오늘부터 1일이닷 ㅋㅋㅋㅋ 내가 연주할 테니 넌 춤을 추어보자. 멋진 만남이 될 거야~


나 베짱이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단 몇 마디에 여자 친구를 만들어버리는 작업기술! 멋지다 멋져. 내가 이 세상에서 과연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ㅎㅎㅎㅎ


나 베짱이는 호랑나비와 꽃잎에 앉아 꿀도 빨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를 위해 꿀도 꽃도 따주는 친구이자 연인!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알에서 나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벌레.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 내 음악에 질렸는지, 지쳤는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다. 나비니까~ 여자들은 참 변덕이 심해 ㅠㅠ


한동안 입맛도 없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 아픔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 베짱이가 한낱 나비 한 마리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다니 이건 말이 안 되었다. 다른 더 예쁜 벌레들도 있을 거야.


실연을 잊고 내가 한참 신나게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쪼그만 개미 녀석이 나뭇가지 사이에 낀 커다란 먹을 것을 빼려고 낑낑거리고 있는 거야.


2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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