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베짱이가 첫사랑을 경험하다.
우적우적!!!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풀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 이걸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혼자 먹다 보면 탈이 난다는 옛말이 생각났지. 과욕은 금물! 그래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배가 부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 생각을 하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지. 이런 형이상학적이고 고차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메뚜기 중 천재 메뚜기인 베짱이, 나만 할 수 있는 거라고. 또한, 배가 고프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아니야! 배고픈 동물은 먹을 것만 찾아 돌아다니겠지.
나는 한 가지 깨닮음을 얻게 되었다. 벌레든 인간이든 나를 제외하고 항상 배가 고파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진화가 덜된 동물들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먹이를 구할 생각만 하게 되거든.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욕심 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수의 머리 나쁜 인간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정책을 드러나지 않게 잘 포장하여, 머리 나쁜 족속들을 속여 먹는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경제를 적당히 어렵게 만들어야 머리 나쁜 인간들이 다른 생각(자신이 기득권을 얻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을 하지 않고, 먹이를 찾는 일만 하도록 말이야. 경제를 너무 폭망 하게 하면 자신에게도 손해가 되고 뭔가를 깨달은 무식한 것들이 불만을 가지고 정권을 뒤엎을 수 있으니, 적당히 경제를 망하게 해야 했지. 참 머리 좋은 족속들이야!
그래서 난 오로지 먹을 것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어. 기득권? 메뚜기 인생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필요치 않아. 그래 잘 생각한 결정이야. 난 현명하고 똑똑한 멋진 메뚜기의 왕 '베짱이'니까!
한참 내가 노래를 부르며, 기타 연주를 하다 보니, 나의 천재적인 음악연주를 듣고 예쁜 나비가 내 앞에 알짱거리기 시작했어. 나는 연주를 잠시 멈추고 나비를 바라보았다. 우와! 어리고 예쁘다!
베 짱 이 : 안녕 너는 누구니?
나 비 : 나는 나비야. 나비 중에 제일 예쁜 호랑나비임!
베 짱 이 :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는 나비구나) 나는 천재 메뚜기 베짱이야. 그런데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약간 무뚝뚝하게~)
호랑나비 : 오빠 연주가 너무 멋있어서.
베 짱 이 : 허허허!!! (하긴 내 연주가 너무 멋져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지) 너는 예쁜 날개를 가졌구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쁜 나비가 될 수 있는 거야? (어디를 뜯어고친 티는 나지 않는다. 자연미인이야! 저만한 미녀 나비는 찾기 힘들 것 같다! 던져보자!)
부끄러워하는 호랑나비!
베 짱 이 : 나랑 친하게 지내며 놀자. 호랑나비야. 오늘부터 1일이닷! 내가 연주할 테니 넌 춤을 추어보자. 멋진 만남이 될 거야~
나 베짱이는 예쁜 나비 여자 친구가 생겼다. 단 몇 마디에 여자 친구를 만들어버리는 작업기술! 멋지다 멋져. 내가 이 세상에서 과연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나 베짱이는 호랑나비와 꽃잎에 앉아 꿀도 빨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를 위해 꿀도 꽃도 따주는 친구이자 연인!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이런 게 사랑인 걸까? 사랑은 왜 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번식을 유도하기 위해 내 유전자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나 보다.
알에서 나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벌레.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 내 음악에 질렸는지, 지쳤는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다. 나비니까~ 여자들은 참 변덕이 심해! 이유라도 말해주고 가지 그냥 가버렸네. 나쁜 계집애!
하지만, 내 탓도 있겠지. 내가 남자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입맛도 없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 아픔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 베짱이가 한낱 나비 한 마리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다니 이건 말이 안 되었다. 다른 더 예쁜 벌레들도 있을 거야. 이 세상에 여자는 샐 수없이 많아. 실망하지 말자!
2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