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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Jan 30. 2024

베짱이는 살아있다!(3)

3화 - 개미와 베짱이

https://brunch.co.kr/@7130171e650d4e0/54


나 베짱이는 호랑나비와 꽃잎에 앉아 꿀도 빨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나를 위해 꿀도 꽃도 따주는 친구이자 연인!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알에서 나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벌레.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 내 음악에 질렸는지, 지쳤는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다. 나비니까~ 여자들은 참 변덕이 심해 ㅠㅠ


한동안 입맛도 없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 아픔이 있어야 성장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 베짱이가 한낱 나비 한 마리 때문에 의기소침해 지다니 이건 말이 안 되었다. 다른 더 예쁜 벌레들도 있을 거야.

실연을 잊고 내가 한참 신나게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쪼그만 개미 녀석이 나뭇가지 사이에 낀 커다란 먹을 것을 빼려고 낑낑거리고 있는 거야.



2화에 이어~



베   짱   이  : 안녕! 너는 누구니?

쪼그만 개미 : 나는 부지런한 개미인 개돌이야. 너는 누구니?

베   짱   이  : (자기가 부지런한 개미레~ ㅋㅋㅋㅋ) 나는 베짱이야. 넌 그런데 뭐 하고 있는 거니?

개미 개돌이 : 이 큰 먹이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빼려고 하는 거자나!

베   짱   이  : 이렇게 큰 먹이가 너처럼 조그마한 개미한테 왜 필요한 거야?

개미 개돌이 : .......

베   짱   이  : (쪼그만 게 삐지기는~) 그러면 내가 도와줄게.


내가 기타로 나뭇가지를 툭 치니, 큰 먹이가 땅에 떨어졌다. 나는 힘도 좋고 머리도 참 좋아. 이것 봐! 나뭇가지에 낀 먹이를 간단하게 꺼냈자나. 메뚜기는 머리를 써야 해! 머리를!


개미 개돌이 : 정말 고마워! 그런데 너는 일 안 하고 뭐 하니?

베   짱   이  :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지? 개미 너는 이렇게 큰 먹이를 어디로 왜 나르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큰 먹이를 너 혼자 나를 수 있는 거야? 그러다 다칠라. 안 다쳐도 골병든다 개돌아!

개미 개돌이 : 이 정도는 날라야 나도 한몫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 조직에 보탬도 되고. 이 정도는 힘들지만 가져갈 수 있어.

베   짱   이 :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야? 이렇게 큰 먹이가 너한테 필요한 거야? 네가 이걸 다 먹을 수 있는 거야? 개미먹방 찍니? ㅋㅋㅋㅋ 네가 이걸 한꺼번에 다 먹는다면 구독자 많이 생기겠는걸? ㅋㅋㅋㅋ

개미 개돌이 : 그런 거 아니거든! 우리 조직은 식구도 많고,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거야. 너도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먹이를 모아놓는 게 좋을걸?

베   짱   이 : 힘들게 그런 걸 왜 해! 그때 되면 알아서 또 뭐가 생기겠지. 굳이 힘들게 그런 걸 해야 해? 너도 쉬엄쉬엄 해라 쪼그만 개미야. 몸 삭는다 개돌아이야! ㅋㅋㅋㅋ

개미 개돌이 : 뭐라고? 킹 받네.

베   짱   이  : 아이쿠 미안! 내가 밥을 많이 먹었더니 혀가 꼬였나봐ㅋㅋㅋㅋ

그렇게 쪼그만 개미 개돌이는 씩씩 거리며 큰 먹이를 들고 내 앞을 지나쳐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몸의 반도 안 되는 쪼그만 개미들이 자기보다 훨씬 큰 먹이들을 나르고 있었다. 왜 저래? 이렇게 날씨도 따듯하고, 주변에는 음식들이 이렇게 널렸는데 왜 힘들게 저런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개돌이와 쪼그만 개미들을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개돌이와 같은 쪼그만 개미들을 학대하고, 부려먹는 힘세고 나쁜 독재자가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쩔티비! 그건 개미들의 운명인 것을. 세상은 원래 일하는 놈 따로 있고, 놀고먹는 놈 따로 있어. 사고 치는 놈 따로 있고, 사고 처리하는 놈 따로 있는 거야. 동물의 세계도 잡아먹는 놈 따로 있고 잡혀 먹히는 놈 따로 있는 거자나. 세상 만물이 원래 공평하지 않게 만들어졌지. 그리고 세상이 공평해야 할 이유도 굳이 없어.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두 개인 놈도 있고, 다리가 30개 있는 놈도 있는 거거든.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서 행복함을 느끼며 걱정 없이 살다가 한 인생 마감하는 게 가장 복된 삶인 거야. 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마음이 편안한 삶이야.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도달하고 이루어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여 그것을 이루면 짜릿한 맛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은 맞아. 성취감에 젖겠지.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느낌인 거야.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좋아.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도 행복해야 한다는 거야. 즉,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지.


행복에 이르는 또 다른 길 하나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는 거야. 사람들이 왜 불행한 줄 알아? 항상 자기한테 부족한 것, 없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불행한 거야. 난 왜 돈도 별로 없고, 직장도 변변치 않고, 집도 임대주택이고, 부모님도 부양해야 하고, 마누라는 돈도 안벌어오면서 쓰기만 하고, 아들은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거야. 에휴~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야 행복해진다. 건강한 몸뚱아리가 있고, 가족이 있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고, 나와 함께 소주한잔 하며 수다떨 친구도 있고, 편안하게 누울 잠자리가 있고, 배고프지 않게 삼시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고, 그리고 아직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몇십년은 남아 있다는 거야. 이것을 생각하면 행복해질 텐데......



개미들이 일을 하건 말건 나는 신나게 놀았다. 더 재미난 건 없을까 하며 내가 가지고 놀 곤충 장난감도 만들고, 수동식 자동차도 만들어 내리막길에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난 손기술 아니 발기술이 최고야!!!


며칠 동안 개미 개돌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 그래서 개미가 일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편리한 공구를 만들어 주기도 했어. 난 천재메뚜기 배짱이니까ㅋㅋㅋㅋ


몇 달 시간이 지나자, 점점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내 주변의 싱싱한 먹을 것들은 이제 찾아 먹어야 할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천재니까.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은 겁쟁이나 하는 일이니까. 


사람들은 걱정을 달고 살아간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걱정, 비가 안 오면 비가 안 와서 걱정! 일이 많아도 걱정하고 일이 없어도 걱정한다. 참 아이러니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걱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생각을 좀 바꿔서 일이 많으면 돈 벌어서 좋고, 일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놀아서 좋겠다라고 바꾸면 좋지 않을까?


그러다가 진짜 추운 겨울이 왔다. 그때까지 베짱이인 나는 아직 집도 없었고(비싸기만 한 아파트를 살 돈도 없었고, 살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모아놓은 식량도 없었다. 하루하루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들며 놀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하얀 눈이 왔다. 겨울이 이런 건가 보다. 먹이는 눈에 덮여 보이지도 않았고, 손과 발이 마비되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이틀을 굶었다.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도 없고, 정신도 왔다 갔다 한다.

아! 메뚜기의 왕 베짱이는 이렇게 한 인생 짧게 살다가 가나보다. 이제야 쪼그만 개미 개돌이가 큰 먹이를 나르고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아파트도 사놓고, 먹이도 모아놨어야 했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내가 뒤치다꺼리 해야 하는 자식도 없고 잔소리하는 마누라도 없다. 나 혼자 먹고 마시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을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살짝 외롭기도 하네. 하지만 개미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신나게 놀았으니까. 개미는 죽을 때까지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 팔자자나.


나는 정신을 잃었다.




3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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