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너바스 이실장 Feb 16. 2024

베짱이는 살아있다!(4)

4화 - 베짱이의 죽음과 삶

그러다가 진짜 추운 겨울이 왔다. 그때까지 베짱이인 나는 아직 집도 없었고(비싸기만 한 아파트를 살 돈도 없었고, 살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모아놓은 식량도 없었다. 하루하루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들며 놀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하얀 눈이 왔다. 겨울이 이런 건가 보다. 먹이는 눈에 덮여 보이지도 않았고, 손과 발이 마비되어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이틀을 굶었다.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도 없고, 정신도 왔다 갔다 한다.

아! 메뚜기의 왕 베짱이는 이렇게 한 인생 짧게 살다가 가나보다. 이제야 쪼그만 개미 개돌이가 큰 먹이를 나르고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아파트도 사놓고, 먹이도 모아놨어야 했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내가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자식도 없고 잔소리하는 마누라도 없다. 나 혼자 먹고 마시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을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살짝 외롭기도 하네. 하지만 개미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죽을 때까지 신나게 놀았으니까. 개미는 죽을 때까지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 팔자자나.


나는 정신을 잃었다.


https://brunch.co.kr/@7130171e650d4e0/55



나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구름 위에서 머리 위에 하얀 링을 달고 있는 엄마를 만났다. 어떻게 엄마인 줄 아냐고? 느낌이다. 유전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저 메뚜기가 엄마라는 것을 안다.


베짱이 엄마 : 베짱아! 베짱아! 내가 너의 엄마란다.

베짱이 자식 : 엄마? (피가 끓는 걸 보니 엄마가 맞는 모양이다) 엄마~ 


갑자기 엄마라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갑작스러운 모자상봉! 내가 알을 찢고 나와 엄마를 찾았지만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지. 가장 궁금한 물음이 하나 있었다.


엄마 왜 나를 버린 거예요?

나는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베짱이 엄마 : 메뚜기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 알에서 태어나 여름한창 놀다가 겨울이 오면 인생이 끝나는 거야.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잖니.

베짱이 자식 : 아~ 원래 그런 거구나.

베짱이 엄마 : 나는 여기 온 지 1년 정도 되었어. 우리 여기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자꾸나. 여기는 먹이도 많고, 메뚜기를 잡아먹는 나쁜 새도 없어. 편하게 살 수 있단다.


엄마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말씀해 주셨다. 메뚜기 인생이라는 것이 짧다면 짧은 것이란다. 온 우주 만물이 태어나고 언젠가는 죽음이 온다는 것. 풀과 나무도, 메뚜기도, 사람도, 그리고 지구와 별들도 언젠가는 죽는다. 다만 수명이 좀 다를 뿐이지. 별은 수억 년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 하지만, 메뚜기는 1년도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단다. 죽음은 이미 결정이 되어 있는 것이고, 다만 중요한 것은 살아있을 때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 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엄마가 생각할 땐,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 물론 삶은 짧지만 말이야. 사람은 1백 년을 살 수 있고, 거북이는 200년을 살 수 있지만 우리 메뚜기는 1년도 살지 못하지. 하지만 다른 동물과 비교해 무엇하겠니. 짧은 삶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수명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란다. 그리고 오래 산다고 해서 더 좋은 것도 아니야. 항상 스트레스받고, 평생 걱정만을 안고 살아간다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피해야고 그날그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산다면? 하루종일 먹고 자는 의미 없는 삶이라면 우리의 짧은 삶이 어떻게 보면 더 나을 수도 있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단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선 자기 자신이 뭔가를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의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해. 그리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야. 일을 하며 보람도 느끼고, 여유가 있다면 힘겨워하는 다른 곤충들을 도와주는 것도 좋지.

살고 죽고 하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야. 네가 메뚜기로 태어난 것을 불평하고 불만족하더라도 네가 처한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 즉 네 부모가 없는 것이 많고 부족하더라도 네 부모를 원망하더라도 네가 처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말이야. 다른 메뚜기보다 처한 상황이 못하더라도 그 환경에서 네가 가진 것들이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어차피 태어난 인생이니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원망하며 한 인생을 보낼래? 아니면, 네가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한철을 보낼래?


어이쿠! 아들을 만나자마자 잔소리가 길었구먼. 어차피 삶이 끝난 베짱이 아들한테 말이야.


엄마는 베짱이 네가 알에 있을 때부터, 네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쭈욱 지켜보고 있었단다. 정말 즐겁고 재미나고 행복하게 살았더구나. 네 여자 친구도 여기 있을 거야. 한번 찾아보렴.

배짱아. 어! 그런데 넌 아직 머리 위에 하얀 링이 없네?

갑자기 나를 아래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점점 강해진다. 머지? 그러다가 나는 아래의 검은 긴 터널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베짱이 : 엄마~~~~! 나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요 오~~~ 요 오~~~

내 메아리가 내 귓속에 맴돌았다.


나는 정신을 또 잃었다.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베짱이는 어렵게 눈이 떠졌다. 여기는 어디일까? 바닥은 딱딱했고, 나는 찬 바닥에 누워있다. 공간은 좁았지만, 움직일 수는 있었다. 나는 방금 전에 엄마를 만나서, 잔소리를 한참 듣다가 갑자기 정신을 읽었는데~


엄마는 어디 갔지? "엄마~"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니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개미새끼(?)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낯이 익은 얼굴 어? 넌 개돌이?


개돌이도 이젠 어린 개미가 아니었다. 그 사이 많이 컸네. 어른 개미만큼 컸네. 아니 어른 개미가 되었네.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개돌이는 나를 일으켜 물과 먹을 것을 내 입에 먹여 주었다. 

개돌이는 "이제 정신을 좀 차리지 그래?"


4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매거진의 이전글 베짱이는 살아있다!(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