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베짱이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건 개돌이가 피웠는데 난 그 옆에 있었을 뿐이야. 개돌이가 담배를 피우면서 장난으로 나한테 후욱~ 불었는데, 그게 내 날개에 베었나 봐! 담배냄새가 참 독하기도 하지. 한번 베인 냄새는 잘 빠지지가 않아. 골초 개돌이 녀석!"
"그래? 나는 담배 피우는 벌레랑은 절대 만나지 않을 거야. 절대 담배 피우지 마! 그리고 개돌이랑 놀지 마. 담배 피우는 벌레는 나쁜 벌레야. 나랑 계속 만날 거면 조심해!"라고 말하며 토라졌다.
나불나불이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나는 아주 낮은 자세를 취하며, 꽃도 따다 주고, 꿀도 따다 주었다. 다행히 나불나불이의 마음은 풀어졌다. '여자들이란 참~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은 거야! 결혼해서 같이 살게 되면 더 심해질까? 아닐까?'
그때는 다행히 넘어가긴 했다. 담배를 모르는 개돌이에게 미안했지만 개돌이를 담배 피운 범인으로 덮어 씌우면서 나는 겨우 나불나불이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몰래몰래 담배를 피우곤 했다. 나불나불이를 만나기 전에는 항상 흐르는 물에 앞발을 깨끗하게 씻었다. 냄새나지 않는 전자담배로 바꿀까 고민도 했지만, 전자담배는 맛이 없다.
나는 천재 메뚜기이다 보니 내가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았고 머릿속도 복잡하다. 그럴 때 담배를 한 개 피워주면 기분도 좋아지고 머릿속도 정리가 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힘들게 일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피우는 한 개의 담배는 달콤한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냄새에 민감한 나불나불이와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담배를 끊어 버리거나, 적어도 담배 피우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 몇 번 금연 시도는 했었다. 하지만 3일을 못 참고 피우게 된다. 담배는 중독성이 아주 강해서 쉽게 흡연의 굴에서 나오기 힘들다. 아니 내 의지가 강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내 계획은 우선 나불나불이에게 걸리지 않고 몰래 피우는 것이다. 언제까지?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때까지. 설마 아기가 있는데, 내가 담배 좀 피운다고 이혼하고 훨훨 나비처럼 날아가겠어? 그때까지만 조심하자! 담배도 마음대로 피우지도 못하고 으이그~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인간들도 담배를 피우면서도 '건강에 나쁘고, 냄새나는 이 나쁜 담배' 끊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하지만 끊지 못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담뱃값도 비싸고 수명도 줄어들고, 폐암 발병률도 몇 배 올라가는데 왜 담배를 끊지 못할까? 그것은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핑계를 댄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한 개 피운 거야. 이것만 피우고 안 피울 거야!"
"우리 부장님이 자꾸 피자고 하셔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내가 담배를 끊으면 다른 사람과 소통을 못해!"
이유는 많다. 나불나불이 처럼 담배 냄새에 민감하고 성질 잘 내는 와이프랑 같이 살기라도 한다면 몰래 숨어서 피울 수밖에 없다. 담배를 피우고 그 냄새를 지우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독한 가글을 한다. 손도 깨끗하게 싹싹 닦고 세정제로 소독한 후 크림도 바른다. 담배는 차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집으로 올라간다. 그러다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 온다면서 냄새가 안나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나올 때마다 두 개씩은 피우고 들어간다. 안방에서 담배를 피우며 재떨이를 대령하라던 가장의 권위는 사라진 지 50년도 넘었다. 이제는 금연구역도 늘어나 담배를 피울 공간을 찾기 힘들고, 비흡연자는 흡연자를 마약이나 하는 못된 범죄자 보듯 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전매청(담배인삼공사;KT&G)에서는 담배에 붙인 세금을 꾸준히 잘도 걷어간다. 참 아이러니 할 수 없다.
인간들도 20세기에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한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다. 그 나라의 독립과 민주화는 타 세력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힘을 모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족자결주의다. 자기 민족의 운명은 자신들이 결정해야 하며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제창한 것이다. 물론 의도는 다른 데에 있었지만, 민족자결주의를 통해 많은 나라의 독립세력들이 시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외치게 되었고, 독립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더 나아가 개개인의 자기 자신의 운명 또한 자신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 선생님, 친구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일부 도움을 받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자기 자신의 어려움은 자신이 극복해야 한다. 해결하기 두렵고, 귀찮아서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맞기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며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려고 한다. 물론 아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라면 도움을 줄수도 있겠지만, 아이들끼리의 문제라면 아이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부모가 매번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다 보면, 조그마한 문제까지도 아이는 부모에게 미뤄버린다. 의존적으로 자라는 아이의 문제는 100% 부모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아이들끼리의 문제는 아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부모가 힌트 정도는 줄 수 있지만 말이다.
"식량이나 나르는 미천한 일개미들이 모두 투표를 하게 되면 내가 불리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개미여왕님이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비책이 담겨있는 비단주머니 세 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비단주머니를 내놓고 가거라."
"노란색 비단주머니는 지금 열어보시고, 두 번째 푸른색 비단주머니는 지지율이 낮아 선거가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느낄 때, 마지막으로 붉은색 비단주머니는 마음이 너무 불안하여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할 때 열어보십시오.
나는 비단주머니 세 개를 개미여왕에게 바쳤다. 그중 노란색 비단주머니를 열어 비책을 본 개미여왕은 잠깐 고민하더니 386 개미의 집회가 해산한다면 바로 개미경비대를 철수시키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개미들의 투표를 하기 위해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했다.
"개돌이를 활용하십시오. 개돌이는 머리가 아주 좋은 개미이며 여왕님께 충성하는 개미입니다. 개돌이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개돌이에게 개미여왕님의 정책방향과 지침을 내리십시오. 개돌이가 정치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잘생기고 말 잘하는 개돌이는 반드시 투표를 여왕님의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두 번째 푸른색 비단주머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쌓아놓은 식량을 일반 개미들에게 풀면서 개미여왕님을 지지해 달라고 하십시오. 식량과 돈으로 해결 안 되는 문제는 없습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붉은색 비단주머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