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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May 07. 2024

베짱이는 살아있다!(10)

10화 - 개미들의 직접 투표

나는 비단주머니를 개미여왕에게 바치고, 공터에 다시 나왔다. 아직도 386 개미들은 여전히 개미경비대와 대치하고 있었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는 개미여왕과 협의한 내용을 말하며 386 개미들을 설득했고,  개미들의 투표를 위해 한번 더  개미여왕과 만나 협상하기로 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386 개미들은 해산했고, 개미경비대도 철수했다.


나는 개미여왕과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베짱이와 여왕개미의 선거방법 협상

선거 방법을 협상하면서 선거 4원칙 중 비밀선거는 제외하기로 했다. 개미여왕도 방대한 개미조직을 이끌다 보니 정치적 협상기술이 보통을 넘었다. 나의 천재적인 두뇌로 협상에 임했지만, 비밀선거 한 가지는 포기함으로써 혐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 선거의 4원칙

1) 보통선거 - 사회적 신분·교육·재산·인종·신앙·성별 등에 의한 자격요건의 제한 없이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선거권을 인정하는 것

2) 평등선거 -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1인 1표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것

3) 직접선거 - 투표자가 중간선거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투표하는 것

4) 비밀선거 - 투표자가 어느 후보자를 선출하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것


https://brunch.co.kr/@7130171e650d4e0/62




정치적으로도 천재 베짱이인 나는 386 개미들에게 투표율을 높여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이해시켜 주었다.  그리고 투표율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알려주었다. 386 개미들은 다른 일반 개미들에게 투표를 홍보하였고, 주 6일 근무에 찬성하도록 선거운동을 했다. 또한 개돌이를 위시해서 개미여왕을 지지하는 핵심 관계자 즉 개핵관(개미여왕핵심관계자)들은 많은 수를 이루고 있는 늙은 개미들에게 지금 여왕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개미여왕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선대 여왕개미를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일반개미들에게도 하사 식량을 나누어주었다. 금품살포는 인간에게는 불법선거운동이었지만 선거를 처음 실시하는 개미조직에게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인간들도 민주주의를 시작하면서 첫 선거에서는 선거권자에게 고무신도 나눠주고, 돈봉투도 뿌렸었다. 지금도 정치인들끼리 몰래몰래 돈봉투나 현금박스를 건네주었다는 의심스러운 소문이 있다.


선거운동 이틀째 되는 날 개미여왕이 일반개미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고 있는데, 한쪽에서 개미 한 마리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났다.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합니다. 주 6일 근무를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자 개미여왕을 경호하고 있던 개미경비대가 재빨리 그 개미의 입을 틀어막고 육지(여섯 다리)를 들어 개미집 밖으로 끌어냈다. 그 개미는 386 개미 중 한 마리였다. 개미여왕이나 다른 개미들에게 어떤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외치기만 했을 뿐인데 개미경비대는 그 한 마리의 386 개미를 입틀막 하고 끌어냈다. 개미경비대는 신변경호뿐만 아니라 심(心)변경호까지 하는 것일까?

개미경비대의 입틀막 사건

이 사건은 개미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퍼졌고, 일반 개미들은 개미여왕을 더욱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개미여왕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선거대책위원장인 개돌이는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까? 개돌이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했다. 중장년층의 개미들은 386 개미들을 지지하고, 노년층 개미는 개미여왕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젊고 어린 개미들을 유인하는 게 답이다. 그게 바로 세대포위론이다. 세대포위론은 노년층 위주로 구성된 기존 지지층 위에 어리고 젊은 개미들의 지지를 결합하여 중장년 층의 개미들을 포위한다는 선거전략이다.


개돌이의 선거전략은 옳았다. 젊고 어린 개미들에게 병역기간을 줄여주고, 병사 월급을 인상시켜 주겠다고 적극 홍보했다. 투표에서 우선은 이기고 봐야 하니까, 조직이 피해가 가던지 나라가 망하던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은 이겨야 했으니까. 어차피 선거라는 것은 이긴 후에는 이긴 자의 주도로 국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정책을 다시 바꿔 놓으면 된다. 그래서 선거권자들인 국민들은 정치업자들의 선거 공약을 믿으면 안 된다. 개돌이의 선거 공약은 먹혔다. 젊은 개미들은 호응했고, 개미여왕의 지지율은 하락을 멈추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선거 협상 후 3일이 지나고 투표하는 날이 밝았다. 공터에 개미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모여 있다.


개미여왕이 높은 단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공터 중간에 선을 크게 그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쳤다. 주 6일 근무를 원하는 개미들은 왼쪽, 주 6일 근무를 반대하며 매일 쉬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는 개미는 오른쪽에 서라고 공터가 떠나가도록 크게 외쳤다.

개미조직의 첫 투표


많은 수의 개미들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 섰다. 왼쪽에는 중장년의 개미들이 386 개미들을 주축으로  많은 수를 이루었고, 오른쪽에는 노년의 개미들이 많은 수를 이루었다.


어리고 젊은 개미들 중 일부는 투표를 포기하고 한쪽구석에서 딴짓하며 놀고 있었다. 이 선택이 자신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어린 개미들이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인간이나 개미나 젊은이들은 정치에도 크게 관심 없고, 당장 자신들의 놀이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커서 자포자기 한 것일까?


오른쪽의 노년 개미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개미여왕님이 경제발전을 이룩하시고, 식량 증산에도 힘써주셔서 우리 같은 서민 개미들도 이렇게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거야. 어린 개미들은 그것을 몰라. 에휴~"

"너희 젊은 개미는 북쪽의 적국 개미조직의 간첩 개미한테 속고 있는 거야. 조직이 북쪽 개미조직한테 넘어갈 거야. 이러다 다~ 죽어!"

"요즘 젊은것들은 어떻게 하면 놀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한단 말이야. 라때는 말이야 새벽같이 일하러 가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3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경비까지 섰다는 말이야. 그래도 끄떡없었어"

"내가 젊었을 때에는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서 오는데' 무서운 거미를 만나기도 했었지만 개미다리축지법을 써서 도망쳐 왔었지!"


"할아버지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네요. 적당히 좀 하세요."

"할아버지들은 얼마 있다가 세상을 뜨잖아요. 미래는 젊고 어린 개미들의 세상이에요.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할아버지들은 좀 빠져주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는 매일매일 일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빨리 늙었잖아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일만 하면서 빨리 늙어 죽기는 싫어요!"

"그렇게 심한 말을? 아이고~ 나이 들면 죽어야지~"


"할아버지는 맨날 맨날 죽는다고 하면서 죽지도 않으면서 맨날 그 소리야 쳇!"


"어린 녀석이 노인 공경할 줄 몰라. 너희도 늙어 봐라. 우리처럼 된다!"


오른쪽의 노년개미와 왼쪽의 젊은 개미들이 설전을 벌였다. 어린 개미들은 여전히 공터 한구석에서 자기들끼리 딴짓하며 놀고 있었다. 아저씨 개미와 할아버지 개미들의 말싸움엔 전혀 관심이 없는 어린 개미들!


베짱이인 나는 할아버지 개미와 아저씨 개미들의 설전을 중지시키고,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10'

'9'

'8'

'7'

'6'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투표가 종료된다.

'5'

'4'

'3'

'2'

'1'

'0'


누가 이겼을까?


개미 역사상 이 첫 투표로 개미들도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생긴 것이다. 진보좌파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보수 우파는 전통적 가치와 사회의 안정성을 중시한다. 진보와 보수 둘 다 모두 중요하다. 서로의 장점을 취하고 약점을 서로 보완하면서 나가야 한 조직이나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한쪽으로 너무 편중되면 구조적 문제가 생기고, 조직과 사회는 퇴보한다.




인간들도 이런 비슷한 사건을 통해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생겼다.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국민의회에서 비롯되었다. 국왕에 대한 지지자들이 의회의 오른쪽에 앉았고, 국왕의 절대권력에 반대하며 공화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왼쪽에 앉았다. 이로부터,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을 '우파',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을 '좌파'라고 부르게 되었다.  


좌파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평등과 공정성을 강조한다. 국가의 개입을 통해 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며, 사회적 서비스와 복지를 확대하는 것을 지향한다. 좌파는 또한 환경 보호,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파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한다. 경제적 자유와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통적 가치와 질서, 국가 안보에 대한 강조도 우파의 특징 중 하나다.     


진보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개혁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다. 이는 종종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환경 보호, 인권 증진, 경제적 평등에 중점을 둔다.  


보수는 전통적 가치와 사회의 안정성을 중요시하며, 급격한 변화나 혁신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유, 개인의 책임, 전통적 도덕과 가치를 강조한다.  

[출처]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의미 (작성자 광화문선비)




진보좌파 개미가 조금 더 많았다. 0.73% p의 간발의 차로 진보좌파 개미가 승리했다. 만약 공터에서 놀던 일부의 어린 개미들이 오른쪽에 섰더라면 선거는 개미여왕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개미여왕은 "주 6일 근무"를 선포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여왕의 신뢰가 깨지고 아차 하면 많은 일반 개미들이 들고일어나 왕좌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개미여왕은 격노했고, 386 개미들은 두 발을 번쩍 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개미도 있었다. 할아버지 개미의 "이건 부정선거야~"라는 외침도 있었지만 젊은 개미들의 함성에 묻히고 말았다.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리는 386 개미들

개미여왕의 편에 섰던 똑똑한 개미 개돌이는 개미여왕의 미움을 받아 선거대책위원장에서 사퇴했고 일반 개미로 돌아갔다. 또한 개핵관(개미여왕핵심관계자)들은 새로운 2차 개핵관으로 물갈이되었다. 개미여왕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아직 레임덕은 오지 않았다. "3년은 너무 길다."


386 개미들의 개미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개미들의 직접투표! 자신들의 힘으로 이루어낸 개미 민주화! 이제 386 개미들은 개미여왕의 잘못된 정책과 가족의 부정한 비리를 들추어내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개미조직은 주 6일 근무를 시행했고 베짱이인 나도 예쁜 나비 나불나불이와 7일 중 하루는 종일 같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개미식당에서 맛있는 먹이도 먹고, 개미엔터테인문화부에서 만든 연극과 공연도 같이 보았다. 우리의 사랑은 완성되었고 나는 예쁜 나비 나불나불이와 결혼을 약속했다.


10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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