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나비 나불나불이가 내 아내가 되었다. 이젠 밤마다 사랑스러운 나불나불이와 헤어지지 않아도 되었다. 홀로 외롭게 잠들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것만은 절대 절대 아니었다. 결혼 전에 나는 나불나불이와 함께 살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천재 메뚜기 베짱이가 아름다운 나비 나불나불이와 결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데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불나불이와 결혼하여 같이 살게 된다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일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나불나불이를 처음 봤을 때 밝게 웃는 귀여운 나비의 모습 한방에 사랑에 빠졌고, 데이트할 때는 항상 방긋방긋 웃고 상냥한 모습에 내 마음은 열받은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나불나불이는 내가 칠칠치 못하게 옷을 뒤집어 입어도 밝게 웃어주며 옷을 고쳐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고, 더러워진 내 더듬이도 깔끔하게 닦아 주기도 하는 상큼한 천사였다.
하지만~
잠잘 때 코를 곤다. "드르렁~ 쿨~ 드렁드렁 드러렁~ 쿨~" 이렇게 예쁜 나비가 코를 골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코 고는 나불나불이가 잠들기 전에 먼저 잠들어야 했다. 하지만 평소에 생각이 많고 잠잘 때에도 생각이 많은 나는 잠자리에 눕는다고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하루는 더 이상 나불나불이 옆에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서 개돌이 집에 가서 잤다. 그것이 나불나불이에게 큰 오해를 불러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침이 되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우리 방으로 돌아온 나에게 나불나불이는 내가 외박했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내가 입고 있는 셔츠를 빡빡 찢어버리고 펑펑 울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신혼 때 외박이라니? 내가 싫어진 거야? 다른 여자가 생긴 거야? 그러면 이혼해!!!"
무서운 나불나불이 그때 나는 좀 어이없었다. 나는 솔직히 진짜로 코 고는 나비 옆에서 잠들 수가 없어서 그런 거였는데.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나불나불이에게 확실한 해명을 해야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개돌이이게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나불나불이에게 사실대로 솔직하게 증언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나의 부름에 개돌이는 우리 집에서 울고 있는 나불나불이에게 사실을 말해 주었다. 객관적 증인 개돌이가 나불나불이에게 사실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나불나불이는 나를 믿지 않았다. 개돌이가 나를 위해 거짓을 말했다고 생각하며 개돌이도 똑같은 나쁜 벌레라고 했다. 나불나불이는 혼자 삐져서 며칠째 말도 안 하고, 더러운 벌레 보듯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나불나불이는 개미조직에 여자라는 성별은 개미여왕과 나불나불이 자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괜한 오해를 했다며, 미안하다며, 자기도 그런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에게 안겨왔다. 무서운 개미여왕과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이다.
'에휴~' 결혼생활이 순탄하지는 않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나불나불이 옷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나불나불이와 결혼해 같이 살게 되면서 우리 집의 옷장에는 나불나불이의 옷으로 가득 찼다. 내 옷은 서랍 한 칸뿐이다. 나불나불이의 옷이 너무 많아 옷장에는 더 이상 옷을 걸어 놓을 수 없었다. 부득이하게 상자에 담아 붙박이 장에 넣어 둘 수밖에 없었다. 안 입는 옷은 개미들에게 주거나 버리라고 했지만, 다 입는 옷이라고 한다. 과연 나불나불이가 다 입는 옷일까? 그러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자주 푸념하며, 홈쇼핑과 백화점에서 옷을 또 산다. 옷이 그렇게 가득 차고 넘치는데 입을 옷이 없다니. 나는 나비라는 종족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나비들도 그럴까?" 나불나불이는 그러면서 자기 옷만 사는 게 미안했던지 내 옷도 가끔 산다. 여자들이란 알 수 없는 존재다.
한 번은 나불나불이가 집밥만 먹기 싫다고 외식을 하자고 한다. 그래 외식 좋지. 그런데 외출하려면 나불나불이가 준비하는데 최소한 두 시간은 넘게 걸린다.
머리 감고 머리 만지는데 한 시간!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는데 한 시간!
이 옷 입었다 저 옷 입었다 하다가 마지막엔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댄다. 옷이 산더미인데 말이다.
얼굴 화장하는데 한 시간 걸린다.
화장하는 나불나불이와 기다리는 베짱이 도대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일까? 이 여자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인가?
마지막으로 신고 나갈 신발을 고르는데도 나를 기다리게 한다. 신발도 많다. 넉넉한 신발장도 나불나불이의 신발로 꽉 찬다. 각종 구두와 부츠, 다양한 운동화. 잘 신지도 않는 신발을 버리지도 않는다. 아휴~ 어쩌냐 내가 그런 마누라를 얻었는걸. 내가 아무리 천재메뚜기 베짱이이지만 연애할 때는 모르던 것이, 같이 살면서 나오기 시작한다. 여자의 태생적 본능이라고 베짱이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줄 수밖에.
집에 있을 때에는 나불나불이가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은 것일까. 나불나불이의 잔소리에 치어 나의 꿈!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꿈이 될 것 같다.
"벗은 양말은 빨래바구니에 제대로 넣어라"
"옷을 벗었으면 제대로 걸어놔라"
"신발 좀 제대로 벗어놔라. 아무 데나 굴러다니게 하지 말고"
"우산을 썼으면 말리고 접어야지. 물 떨어지는 우산을 그냥 넣으면 어떻게"
"발톱깎이를 썼으면 제자리에 좀 넣고, 발톱은 집에서 깎지 좀 마"
"네 물건 정리 좀 해라. 네 물건까지 내가 치워야 하냐? 내가 네 시녀야?"
"재활용 쓰레기 좀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고"
"소파에서 과자 먹지 마. 먹으면서 흘리지 좀 말고, 흘렸으면 바로 청소기 좀 돌려야지"
"침대에는 씻고 올라가라. 이불에서 냄새나잖아"
"변기에 소변을 봤으면 흘리지 좀 마라. 남자가 그렇게 조준을 못하냐. 그럴 거면 앉아서 싸라"
"내가 해준 밥이 맛이 없냐? 왜 이렇게 맛없게 먹냐. 맛있게 좀 먹을 수 없니?"
"술좀 그만 좀 먹고 다녀. 알코올중독자야?"
내가 쉬는 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나불나불나불~. 입도 안 아픈가? "아! 그래서 이름이 나불나불이였구나!" 나는 그때에서야 나불나불이 이름이 왜 '나불나불이'였는지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아직 담배 피우는 건 안 걸렸다. 그래서 담배도 시원하게 피우지도 못한다. 나는 일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한 까치 담배로 달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냄새에 아주 민감한 나불나불이(여자들은 냄새에 아주 민감하다)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앞발을 발소독제로 아주 깨끗하게 닦고, 집 앞에서 민트향 가글로 입을 여러 번 헹구고 집에 들어간다. 이제 집에서 응가하면서 담배 피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아이고 내 신세야~ 빨리 아들이라도 낳아야 나에게 하는 잔소리가 아들에게 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개미여왕은 나에게 좋은 소식 없냐고 물었다. 아기 말이다. 그러게 이상하네? 아기가 생길 만한 짓(?)을 했는데 왜 안 생길까?
나와 나불나불이는 개미 한의원과 개미 병원을 오가며 왜 아기가 안 생길까 하며 상담받고 진료를 받았다.
결과는?
나비와 메뚜기가 종이 틀려 자연임신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부득이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만들어야 한단다. 이해가 간다. 나비족과 메뚜기족은 종이 틀리지.
'어쩐지 내 이럴 줄 알았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부질없는 짓(?)을 했구먼'
나는 나를 꼭 빼어 닮은 베짱이 2세를 만들고 싶었다. 아들을 낳으면 공놀이도 같이하고, 사우나 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아들이 크면 소주도 같이 한잔 먹고 싶었다. 그리고 내 모든 삶의 지혜와 기술을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개미병원 난임클리닉에서 시험관 아기를 시술했다. 개미조직은 여왕개미만이 알을 낳는데, 개미병원에 웬 난임클리닉이냐고? 이건 허구적인 픽션이 많이 가미된 어른동화이다. 상식적 과학적이지 못한 내용이 많을 수 있다. 메뚜기가 개미의 도움으로 생명을 연장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12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