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 베짱이 아들의 탄생
다섯 개의 알 중 나를 닮은 메뚜기 애벌레가 태어났고 나머지 네 개의 알에서는 반응이 없다. 이상하네! 불안하다.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말을 걸어봐도 반응이 없다. 에효~ 네 개의 알은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안타깝고 미안했다. 혹시 내가 담배를 끊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내가 수정란을 가지고 집에 올 때 조금 흔들리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일까? 나와 나불나불이는 많이 슬펐지만, 하나라도 태어난 준 게 어디냐며 서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라도 잘 키우자. 자식이 하나라면 더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시대의 인간들도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 하나 또는 둘 낳거나, 낳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
아들이었다. 이름은 포카칩! 징그럽게 귀엽다. 드디어 내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이 태어났다.
나와 나불나불이가 낳은 우리의 귀하고 소중하고 하나뿐인 아들 포카칩! 너무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건강하게 알을 깨고 나왔다. 다행이다. "아들아! 아빠가 공부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아.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잘 커다오!"
그런데 우리 아들 포카칩 녀석의 이마에 뭔가가 있다. 붉게 멍자국이 보인다. 머지? 나와 나불나불이는 걱정이 되었다. 알을 깨고 나오면서 다친 건가? 자세히 보니 상처는 아니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조그마한 이상한 점이 보이면 걱정부터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의사 선생님께 확인해 보니 그냥 점이라고 한다. 성충이 되면 없어지거나 색이 옅어져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휴~ 다행이다. 나불나불이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천재 메뚜기 베짱이 아들이기 때문에 이 녀석이 어른이 되면 뭔가 큰 일을 하지 않을까? 그것에 대한 징표가 이마의 점이 아닐까? 부처님도 미간에 빛나는 점이 있다. 그런 것처럼 메뚜기 세계의 위대한 인물이 되지 않을까? 지구를 구한다거나, 메뚜기의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번 해봤다. 하지만 그냥 점이다.
자녀의 탄생!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느낌이랄까? 아기를 낳아 봐야 내가 태어난 이유를 알 수 있다. 내 아이의 탄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의 귀여운 자식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바람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아빠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나 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도 한다. 그리고 내 부모도 나를 낳으면서 이런 느낌이었겠지? 부모님께 나를 낳아주신 것에 감사하며, 잘 챙겨드려야겠다는 효심도 발동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이런 감정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아기에게 밥 주고, 씻기고, 똥 치우고 칭얼대는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주다 보면 엄마들은 자기 밥 챙겨 먹을 정신도 놓게 된다. 아기가 잠깐 잠이 들었을 때나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다. 세상의 보이지 않는 규칙을 모르는 아기는 새벽에도 깨서 밥 달라고 울어댄다. 롱잠을 푹 잘 수 없는 엄마들은 감정이 예민해지고, 아빠의 생각 없는 말 한마디에 눈물도 뚝뚝 흘린다. 임신할 때 찌운 살이 빠지지도 않고 터진 살자국과 늘어진 배를 보면서 망가진 자신의 몸을 한탄한다. 심한 경우에는 산후 우울증에 걸리는 일도 있다. 아빠들은 엄마가 된 아내의 심리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아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아빠가 되면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말도 예쁘게 해야 한다. 가끔 제철 꽃 선물을 하면 좋다. 그리고 집에 올 때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있는 먹거리들을 사가지고 와야 한다. 외식은 아기가 어려 아내를 더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가 좀 더 클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다. 남편은 집안일도 직접 해야 한다. 당연히 아내처럼 능숙하게 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임신 전부터 예비 아빠들은 집안일을 예비엄마에게 배워야 한다. 당연히 아기를 돌보는 것도 선배 아빠의 조언을 들으며 배워야 한다. 이런 아빠들이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다. 출산 후 엄마들을 서운하게 하는 아빠는 평생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
"당신이 결혼해서 도대체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요즘 한국은 출산율 역대 최저치를 연속 갱신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부들은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경이로운 감정을 경험하지 못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다.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갖기 위해서, 혹은 배우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 수 있다. 젊을 때에야 괜찮다. 하지만 부부가 같이 5년만 둘이서 아기 없이 살아봐라. 아니 2년 정도만 아기 없이 살아봐라. 부부간에 신경을 끄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헤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부부를 가족으로 완성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고 도전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아이를 보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온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이 세상의 어떤 기쁨보다 크다. 많은 어려움을 훨씬 능가하고 극복하게 한다. 가성비 있는 것이다. 아이가 한 살 때 주는 기쁨, 열 살 때 주는 즐거움 등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아이가 스무 살 성인이 되면 얼마나 듬직하겠어!
당장 현재의 순간만 생각하지 마라. 노년이 점점 다가오면 인간은 외로워진다. 젊을 때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겠지만, 나이가 들 수록 친구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아이는 커서 내 고민을 들어주고, 즐거운 일도 함께 하면서 듬직한 정신적 보호자가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유전자를 받았고, 부모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닮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과 습관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아이는 나를 이해해 주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