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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바스 이실장 Aug 03. 2024

베짱이의 아들 키우기-1

14화 - 베짱이의 육아는 힘들다

우리 아들 포카칩은 아동비만이라고 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포카칩은 태어나자마자 먹성이 먹방 유튜버급이다. 나불나불이도 하나뿐인 아들 포카칩에 대한 사랑이 아주 아주 크다. 다섯 개 알 중에 하나만 부화해서 그런지 포카칩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나불나불이는 우리 아들 포카칩이 먹는 먹이에도 너무 큰 사랑(?)을 쏟는다. 여왕벌이나 먹는 값비싼 로열제리를 구해온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다. 벌어온 식량을 로열제리와 물물교환으로 바꿔 오는 것이다. 비싼 로열제리는 교환 비율이 20:1이 넘는다. 나불나불이가 "우리 아이는 아주 특별하기 때문에 일반 개미 아이들이나 먹는 싸구려 이유식은 먹일 수 없다"라고 한다. 그나마 내가 개미조직의 높은 연봉(?)을 받고, 나불나불이도 개미여왕과 일을 하기 때문에 포카칩에게 퀄리티 있는 고가의 프리미엄 이유식을 먹일 수 있었다. 그나마 아들을 포카칩 한 마리만 낳아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다른 메뚜기들은 수십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값비싼 로열제리나 유기농 먹이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내의 말을 들어야 가정의 평화가 오는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들 포카칩은 나와 나불나불이의 사랑으로 아주 잘 자라고 있다. 며칠이 지나자 "엄마! 아빠!" 벌써 말을 하네. 천재 메뚜기 베짱이의 아들이라 그런지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요즘 엄마 아빠들은 자기 자녀가 영재 또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한글도 빨리 깨치고, 영어도 가르쳐 주면 곧 잘한다. 하지만 그건 보통의 아이도 가르쳐 주면 모두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천재는 10만 명 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다. 자기 자녀가 천재일 가능성은 아주 아주 낮지만 엄마들은 10만 명 중의 하나가 우리 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자기가 낳은 아이는 특별한 자식이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베짱이 아들 포카칩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자기 자신이 천재 또는 영재였는지. 엄마 아빠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보면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 딸이겠어. 엄마 아빠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을 것이다. 소는 송아지를 낳지 망아지를 낳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아들은 말이라면서 다른 소들을 제치고 빨리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본능적으로 아들에 대한 강한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다. 


"내 자식은 다른 애들과 틀려!"


나불나불이는 포카칩에게 사줄 동화책 전집과 고급 책장을 검색한다. 많은 엄마들은 자녀에게 동화책 전집을 사주려고 하며, 책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아이가 다 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장에 새 책들이 가득하면 엄마 마음도 뿌듯해진다. 그것은 책장이 모두 채워지고 나서도 계속된다. 거실의 대형 TV도 없애고 책장을 또 놓는다. 다른 엄마가 전래동화책이 좋다고 하면, 또 구매하고, 또 다른 엄마가 위인전집이 좋다고 하면 또 구매한다. 그렇게 구매해 놓은 전집들은 책장을 꽉 채우고, 박스에 쌓여 한쪽 방구석을 차지한다. 책들은 당연히 새책이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새책! 자신의 아이에게 헌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점점 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지시하는 것은 하기 싫어하고, 통제하는 것은 어기려고 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강제로 책을 읽히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 책은 자녀와 함께 서점에 가서 자녀가 읽고 싶은 책을 1~2권씩 사주는 것이 좋다. 자녀가 스스로 고른 책은 흥미를 가지고 여러 번 읽게 된다.(아이 자신이 골라서 산 책이라 읽어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자녀를 어린이 도서관에 데려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마음껏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것보다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과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책을 읽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독서 습관이 어릴 때부터 형성되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서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는 전반적인 지적 성장과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된다.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책과 친해지는 경험은 성인기에도 독서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불나불이는 우리 포카칩을 개미들이 다니는 일반 유치원에는 보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영재 메뚜기들이 다닌다는 고급 영어유치원에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 영어 교육은 빠르면 2세, 늦어도 5세 경에 시작되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지역에 거주할수록 영어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득이 높고 부유한 가정만이 월 수백만 원 하는 영어 유치원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소득이 높지 않은 가정에서도 값 비싼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데,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 비용이 가정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자기 아이가 주눅 들지 않도록 외제차를 사서 통학시키고, 명품 아파트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의 규모가 가정경제의 허용가능치를 넘어간다. 꼭 그래야 할까? 돼지 엄마 등 (이름이 왜 돼지엄마일까?) 엄마들의 커뮤니티에는 아이에게 좋은 음식부터 가정교육, 독서, 학원, 입시 등 많은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리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런 곳들은 살기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집값도 비싸고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 부모들은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덤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형편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에게 그런 교육을 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엄마들이란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절대 보지 못한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엄마들은 다 해준다. 걸어가기 힘들다고 하면 업어주고, 칭얼대면 휴대폰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달래준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조그마한 불이익이라고 생겼다 하면 교사에게 찾아가서 항의하기도 하고, 전화하여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아이는 참을성이 없어진다. 아이 때부터 참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참을성 없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참지 못하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쉽게 그만두거나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든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운 탓이다. 

현대의 많은 엄마들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며,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한다.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들어주면서, 직장 때문에 어린이집에 맡겨 직접 돌보지 못하는 엄마의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아이의 장기적인 성장과 독립성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까? 혹시 엄마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은 아닐까? 


엄마들의 본능적인 사랑은 아이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데에 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이 항상 최선일까?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참고 기다리며, 실패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과정도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아이를 기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이가 인내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여 성취감을 느끼고 경험을 통해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로서의 죄책감에서 벗어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엄마들은 아이의 행복과 만족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독립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때로는 그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수 있다.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14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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