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쁜 나비 나불나불이와 밤새도록 함께 있고 싶었지만, 새침한 나불나불이는 집에 꼭(?) 들어가야 한다면서 나를 잘도 튕겨낸다. 그것(?)까지 생각한 것은 아닌데, 나불나불이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이럴 때 인간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라면 먹고 갈래?"
결혼하면 나비 와이프와 함께 살아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불나불이와 같이 일어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자리에 들게 된다.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한 번도 이성과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나다. 나는 나불나불이를 위하여 나의 순결을 지금까지 지켜왔다. 고 말하긴 어렵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정신없이 바빴고 연애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나다. 사랑꾼인 내가 연애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연애 전적은 100전 100승! 불패일 것이다. 난 천재니까.
나불나불이가 함께 살기에는 내가 있는 방은 작다고 한다. 나불나불이가 화장할 뷰티룸도 없고, 예쁜 날개옷을 걸어둘 드레스룸도 없어서 싫다고 한다. 더한 것은 총각냄새가 나서 구역질 난다고 한다. 나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이상하네. 나는 예쁜 나비 와이프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나불나불이와 함께 신혼집을 알아봐야 했다.
부동산 개미의 안내로 조금 넓은 집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다녔다. (부동산 개미가 어디 있냐고? 동화의 허구적인 설정으로 그냥 넘어가자.) 집을 옮기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보다는 넓고 좋지만 임대료를 내야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방은 개미여왕이 무상임대로 배려해 준 방이었기 때문에 임대료는 없었다. 나는 나불나불이에게 지금 내 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자고 말했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에서 시작하면 안 될까?"
"그런 냄새나고 구역질 나는 방에서 나는 살기 싫어!"
"새 신혼살림과 가구, 가전을 들여놓고, 방을 좀 고치면 살기 나쁘지 않을 거야!"
"메뚜기나 나비나 한철 살다 가는 건데, 그런 냄새나고 거지 같은 방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고?"
"그건 아니고, 아기를 많이 낳으면 그때 이사하자!"
"나는 아파트 아니 스위트룸 아니면 너랑 안 살 거야!"
아휴~ 나는 나불나불이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내 무상임대 자취방을 나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나은 집으로 신혼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쁜 나불나불이와 결혼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어떻게 하겠어? 그나마 나불나불이와 내가 서로 맞벌이를 할 수 있으니 임대료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인간들도 요즘 결혼하기 쉽지 않다. 젊은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군대에 갔다 와서 변변치 않은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높은 소득을 올리는 젊은 남자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결혼 적령기까지 목돈을 모을 수도 없고, 빠듯한 살림을 하고 있는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젊은 여자들은 그런 변변치 않은 젊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인생에 단 한번 결혼하는 자신에게 허락할 수 없는 일이다. 젊은 여자들은 번듯한 직장에 중형차를 타고, 서울(적어도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에 살 수 있는 남자만을 바라본다. 여자에게 있어 결혼은 꿈이고 이상이다. 남자의 현실과 여자의 이상이 맞지 않으니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출산율 하락과도 연관이 깊다.
결혼하는데 경제력은 아주 중요하다.
신혼부부 중 고소득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말은 저소득자가 결혼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결혼을 한다면 남자든 여자든 상대 배우자로 완벽한 인간을 꿈꾼다.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 모두 완벽한 배우자를 원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면, 배우자가 거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결혼상대자로서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 과연 이상적인 배우자는 몇 명이나 있을까? 궁금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외모는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경제력만 고려한다면 결혼하기 전에 혼자 힘으로 3억 이상의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인간은 몇이나 될까? 잘 사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 모두 기대치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서이다. 기대치는 높은데 현실은 그것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 기대치를 낮출 수는 없겠지?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겠지? 부모들의 자녀들만을 우선순위에 넣는 자녀중심적인 생활방식으로 인해,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성장한 자녀들은 배우자에게 성격상 불편함을 배려하고, 참아내고,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더라도 다시 싱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결혼하여 같이 살 신혼집을 생각하면 당연히 깔끔하고 살기 편한 아파트다. 젊은 여성들의 많은 수는 오래된 빌라 등 다세대주택을 자신이 살아야 할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고?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부모와 살았던 아파트 보다 못한 신혼집은 상상할 수 없다. 수도권의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도 최소 몇억이다.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남자들은 도대체 몇 년 동안 아껴 쓰며 저축을 해야 할까? 그리고 신혼집에는 최신의 대형 TV, 4 도어 대형 냉장고, 인공지능 김치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브랜드 세탁기와 건조기,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스타일러, 빌트인 식기세척기, 인덕션레인지는 필수다. 부모님도 은퇴를 하고 돈벌이가 없는 데다, 자신들의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자식들의 신혼집과 신혼살림을 마련해 주기는 힘든 형편이다. 일부 부유층을 빼고는 말이다.
결혼하기 힘들기도 하고, 기대치에 맞는 상대자도 없는 상태에서 젊은이들은 굳이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20년 전만 해도 인생에서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결혼 적령기가 넘어도 결혼을 안 하면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자존감이 내려가기도 한다. 외모나 성격에 문제가 있던가, 집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말 못 할 사정이 있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 혼자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과 살아야 할까? 배우자의 다른 성격이나 생활방식을 맞추기도 어렵고, 항상 배려하고 이해해 주어야 하고 신경 써야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맞는 말이긴 하다) 결혼하는 것보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내 월급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아주 편하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400만원 수입을 얻는다고 하자. 나 혼자 한 달에 400만원을 내 마음대로 다 쓸 수 있고 써도 된다. 깔끔한 신축 오피스텔에 살면서, 적당히 좋은 차를 탈 수 있고, 1년에 한두 번 친구와 해외여행도 가고, 골프와 바이크 등 고급취미도 가질 수 있고, 데이트상대를 바꿔가며 오마카세와 고급 음식점에 갈 수 있다. 한 명의 배우자에게 구속당하지 않아도 되고 듣기 싫은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 최신 휴대폰, 에어팟, 노트북, 고급브랜드의 옷과 신발을 사고, PC게임에 현질을 하더라도 크게 부담이 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결혼을 하게 되면 위의 것들을 하기 부담스럽다. 그래서 결혼을 포기하고, 편하게 혼자 살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베짱이인 내가 나불나불이와 결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당연히 나불나불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음도 예쁘고 하는 짓도 예쁘고, 비주얼도 예쁘다. 나불나불이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기만 하다.(연애할 때는 예쁜 것만 보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 나불나불이를 다른 벌레가 채간다면 나는 일생일대의 후회를 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더욱 내 마음에 드는 여자는 없을 것 같다.(연애할 때는 세상의 반은 여자라는 것을 모른다) 나에게 나불나불이는 내 인생의 구원자요, 나를 이끌어 줄 선도자이며, 내 마음을 알아줄 인생의 동반자이다.(연애할 때만 이렇게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나불나불이는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어른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아이들에게는 상냥하다. 나불나불이는 다른 개미들의 평판도 좋고, 다른 나비 친구들도 많이 있다. 나에게만 잘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곤충들에게도 잘하는 그런 여자 나비다. 만약 나에게만 잘 대하고, 다른 저렴한 벌레들에게는 냉랭한 그런 나비였다면? 친구도 없고, 일하지도 않은 그냥 예쁘기만 한 나비였다면 나는 나불나불이와 결혼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쁘기만 하고 친구도 없고, 꿀만 빠는 그런 나비라면 결혼한 후 나비 공주되고, 난 나비 공주의 시중이나 드는 메뚜기 시종&운전기사가 될 것이다.
나불나불이와 결혼하려는 세 번째 이유는 나불나불이는 일을 한다. 베짱이처럼 놀고먹고 하지 않는다. 부지런하고, 깔끔하고, 활동적이다. 나는 베짱이처럼 게으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 미래가 없는 그런 여자 하고는 결혼할 수 없다. (헉! 내가 베짱이지. 지금의 나는 옛날의 먹고 놀기만 하다가 추운 겨울에 추위와 배고픔에 얼어 죽은 베짱이가 아닙니다. ㅎㅎㅎㅎ) 아무튼 나불나불이는 개미여왕의 알을 돌보는 도우미 일을 한다. 어린 개미들이 알을 깨고 나오기 전에 나불나불이의 손을 한 번은 거친다. 아주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전문직업이다. 그러면서 인간들 월급 받듯 식량을 많이 받아온다. 나 혼자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면 내 어깨의 무게는 많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내가 예전처럼 진짜 베짱이로 돌아가 일 안 하고 빈둥빈둥 놀더라도, 나와 아이들을 책임져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ㅋㅋㅋㅋ
이런 마음도 예쁘고, 얼굴도 예쁜 데다 일까지 잘하는 전문직 나비를 내가 어찌 그냥 놔둘 수 있겠는가?
결혼식 날이 정해졌고 이틀 남았다. 개미여왕과 386개미들 그리고 나와 친해진 개미들에게 청첩장을 날렸다. 주례는 개미여왕에게 부탁했다. 개미여왕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개돌이에게 돌렸고, 나는 다시 개미여왕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개미여왕의 필요에 의해서 말이다. 개미여왕은 천재 메뚜기 베짱이인 내가 아직은 필요했다. 개미여왕이 주례를 서주기로 흔쾌히 허락했고, 사회는 개돌이가 봐주기로 했다. 개미여왕이 개돌이를 버렸더라도 나는 개돌이를 버릴 수가 없다.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다. 개돌이가 없었다면 나는 재작년 겨울에 추위와 굶주림으로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 나불나불이도 개돌이가 구해주었다. 개돌이가 없었더라면 예쁜 나비 나불나불이와 내가 이 세상에서 결혼할 수 없었다. 저세상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미여왕의 신임을 잃은 개돌이는 많이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졌다. 나는 힘이 빠진 개돌이에게 다시 파이팅 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었다. 개돌이와 함께 일하면서 개돌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개돌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개돌이는 천재메뚜기인 나 베짱이에게 내 밑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개도라이야! 아니 개돌아. 말이 헛나왔네.ㅋㅋㅋ 너는 아직 젊고, 다른 개미들보다 뛰어난 개미야. 정도 많고, 마음도 착하고, 기술적인 손 재주도 있고, 머리 회전도 빨라. 누구든 인생을 살면서 방황의 시기도 겪고,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어. 이 시기는 잠깐이야. 그리고 개미나 사람이나 아픔이나 시련을 극복해야 더욱 성장하는 거야. 인생에서 아픔이나 시련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어. 기운 차리고 다시 힘내 보자. 나 베짱이 형이 많이 도와줄게! 한 개 피워볼래? 힘들 땐 하나 피워보면 인생을 알게 돼!"
개돌이는 내가 불을 붙여준 담배 한 모금을 빨았지만 냄새가 너무 역하다며 담배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것도 장초를 말이다. 아이고 아까워라 내 담배. 개돌이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담배 친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실패다. 아까운 담배만 낭비했다. 나중에 개돌이에게 과일맛 전자담배를 권해볼까?
나의 천재적인 말 한마디에 개돌이는 조금씩 다시 활기를 찾으며 나에게 농담을 할 정도로 마음이 회복되었다.
결혼식날이다. 예정대로 개미여왕이 주례를 서주었고, 개돌이가 결혼식 사회를 봐주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개미들의 얼굴 화장도 받게 되었고, 개미들이 만들어준 남자 예복 턱시도도 입었다. 나불나불이도 결혼 드레스를 입고 신부화장을 했는데, 너무너무 예뻤다. 내 심장의 박동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멋진 메뚜기 베짱이인 나는 많은 개미들의 축복 속에 예쁜 나비 나불나불이와 결혼식을 올렸다.
베짱이와 나불나불이의 결혼식
11화 끝! 다음화에 계속~
이너바스 이실장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