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아직 나한테 안 생겼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면 배신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도 늘 그래왔다.
‘왜 그래야만 했나, 다른 모습일 순 없었나.’
그렇게 되뇌고 또 되뇌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그러고 있더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네 사람들은 그렇게 객관적이지 못하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왜 사랑이 변하냐’며 울부짖던 나는 이제 없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 인식이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모순을 사랑하는 건 여전히 나 혼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의 살짝 비틀어진 욕망을 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웬만하면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며칠 전, 택시를 탔다.
오랜만에 보는 면접에 늦을까 봐,
급하게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든 참이었다.
웬일인지 택시 기사님에게 묘한 친근함이 느껴져 말을 걸었다.
(아저씨보다는 어르신에 가까운 분이었지만)
“자제분들은 다 결혼하셨나요?”
“그럼~ 너무 잘 먹고 잘살고 있지. 우리 애들 얘기해 줄까?”
그렇게 시작된 자랑 타임.
첫째 아들은 배구선수 출신으로 LG에 다니다가 은퇴했다고,
경상도에 있는 원룸 건물에서 월세 380만 원을 받는다며,
집을 사줬더니 그걸 담보로 또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이야기.
손자 자랑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더니 내게 물었다.
“근데 처자는 결혼했나? 여자는 결혼이 제일 중요해. 잘해야 돼.”
‘역시, 우리 엄마랑 똑같군’ 싶었다.
근데 그다음 말부터…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튀었다.
자신도 파일럿이었고, 미스코리아 와이프를 얻었다며,
결혼하면 남자를 소유하려 들면 안 된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공군 시절 상사 와이프와 바람피운 이야기.
하숙집 부인과 눈이 맞은 이야기.
……리액션을 잃은 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른 채,
나는 그의 거창한 ‘청춘 무용담’을 듣고 있었다.
딱 한 번만 더, 그렇게 살고 싶단다.
(다시 말하지만, 그분은 ‘청년’이 아닌 ‘어르신’이었다.)
“그렇구나… 세상에… 안 들키셨어요?”
안 들켰단다. 남자는 치밀해야 한다며, 눈을 반짝이셨다^^*
다행히도 그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끝내 다 못 푼 무용담이 못내 아쉬우셨는지
“조금만 더 가면 진짜 재밌는 얘기 더 해줄 수 있었는데!”
하시며 작별 인사를 건네셨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결혼은 정말 잘해야 한다고.
세상은 요지경이지만
다들 인생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가 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실망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다름의 간극에서 나는 가끔 세상사의 쓸쓸함을 엿본다.
그래도 오늘, 확실히 안 건 하나 있다.
사람 보는 눈, 아직 나한테 안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