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쩐지 조용하다 했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잖아?

by 홍고롱

월요일 첫 출근을 앞두고,

엄마가 그렇게 오라던 병원으로 출발했다.


먼 거리만큼이나 바닷가 앞 전경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차를 빌려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

굽이굽이 진 길마다 바다와 산이 번갈아 나를 유혹했다.


‘여긴 펜션이야, 병원이야?’


엄마 병실은 3인실이었는데, 호텔 뷰로 치면 코너 스위트급.

들어서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엄마, 나 이틀 후에 출근하는데 벌써 일하기 싫어졌어.”

“좋겠다,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



점심시간엔 급식실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남녀노소가 모여 앉아 밥을 먹는데, 꼭 작은 사회 같았다.

자연식, 건강식 반찬이 줄줄이 놓인 상을 보며 속으로


‘이 병원… 최고네?’



엄마가 환우분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제 딸이에요.” 그 말에 싹싹하게 인사를 하고 떡을 돌렸다.


방에 돌아오자 드디어 조용.

오션뷰를 즐기는데, 엄마가 직접 쓴 붓글씨 부채를 하나 건네줬다.


그때 환우분이 말했다. “20분 거리에 장이 서요. 한번 구경 다녀오세요.”

매일 바다만 보면 답답할지도 모르니 엄마 콧바람 좀 씌워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오르막길을 달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BGM도 틀어줘야지.


‘박용하 – 처음 그날처럼’


역시, 이 맛에 달리지!

그런데 휴대폰을 보며 달리던 그 순간—


쾅!


…아. 나의 부주의. 돌덩이 같은 바위를 그대로 들이박았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심각하네요, 견인 필요하겠습니다.”


문득 떠오른 자기 부담금 100만 원.

‘사고 안 날 거야’라며 30만 원 옵션을 안 한 내 지난 선택이 스쳐갔다.


엄마는 “괜찮아,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라면서도,

“초행길은 조심하라고 했잖아”를 덧붙인다.

위로와 잔소리의 콤보.


뜨거운 햇볕 아래 견인을 기다리다 병실로 돌아와 커피를 내렸다.

웃다가 심각해졌다가, 다시 웃다가 보험사 통화에 또 심각해졌다.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50분 후, 땀을 뻘뻘 흘린 견인 기사님 등장.

“차를 내려서 돌려 오겠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시내로 향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견인 아저씨가 차 뒷부분도 박았대. 간호사가 사진 다 찍어놨다더라.”

이게 무슨 시트콤이야. 찍으려고 해도 못 찍는 장면 아닌가.


견인 기사님은 내게 결혼했냐고 묻더니,

눈을 낮춰서라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자기 아들 자랑과 본인 업적을 줄줄이 읊으신다.


그런데 차 얘기는 없다.

“아래쪽에서 차 박으신 거 맞죠?”


뭔가 미묘하게 회피하는 표정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간호사가 보고 사진 다 찍어놨다고 하더라고요.”

“… 그거 저한테 좀 보내주세요.”


후.. 하.. 오늘만 벌써 몇 번째 심호흡인지.




모터스에 도착했더니 여름휴가 중.

시외버스터미널로 직행.


가는 길에 손목과 발목이 시큰했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까지 받고 나니 밀려오는 피곤함.

영어회화고 뭐고, 오늘은 그냥 집으로 숨어들고 싶었다.


그리고 13일 후, 도착한 문자.

자기 부담금 100만 원 + 차량 휴지비 35만 원. 총 135만 원.


흠… 하루 만에 얻은 경험치치고는 너무 비싼데요?


결론 : 다음부터는 무조건 자기 부담금 30만 원으로!

역시 평온한 하루는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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