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하라”는 봉사 모임, 투명성은 어디에?

의문투성이 회비, 가려진 메시지, 남겨진 불신

by 홍고롱


지난달, 동구복지센터에서 열린 한 봉사 모임.

이름만 들으면 훈훈할 것 같았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


처음 봉사 활동을 신청하고 가봤더니, 네 명 모두 초짜였다.

장소는 ‘장난감도서관’. 이름만 들으면 동심의 천국 같지만,

실제로는… 글쎄.


아이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친구들끼리 뛰노는 게 훨씬 즐거워 보였고,

우리는 눈치껏 장난감 정리를 하며 어슬렁거렸다.

“아… 이게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봉사였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처음 본 네 명은 이야기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맞았다.

‘이왕 시작한 거, 우리끼리라도 제대로 해보자.’ 하고 의기투합했는데,

동시에 이런 상황을 아직 모르는 다른 모임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이상한 사명감도 생겼다.


그래서 일주일 뒤, 모임장에게 정중히 메시지를 보냈다.

“가입비 5천 원, 활동비 3천 원, 이 돈은 어떻게 쓰이는 건가요?”

돌아온 답변은… 질문과 평행선을 달리는 이상한 말뿐이었다.


결국 나는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모인 금액이 어디에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활동 전에도 기본 설명이 있으면 모두가 훨씬 수월할 거예요.”


그러자 모임장은 이렇게 말했다.

“봉사활동 와서 누가 속속들이 알려주냐, 알아서 해야지.

금액은 매달 재무상태표로 정리해서 올리고 있다. 난 이 정도밖에 못 한다.

다른 모임도 봉사비를 받아서 의문이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그나마 저렴하게 받는다.”


…네? 이게 논리라고? 의문이 들면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정상 아닌가.

진짜, 어이없음에 말문이 턱 막혔다.


나는 결국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난감도서관은 이미 연회비를 받는 곳인데, 왜 봉사자에게 또 가입비와 활동비를 받나요?

봉사하러 갔는데 단순 인력으로 쓰이는 느낌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센터 관리자분이 바쁘시다면, 모임장님이 대신 알려주셔야 사람들이 믿고 따르지 않겠습니까?

아이들과 놀아준 사진을 후기라며 단톡방에 올리라고 하신 것도,

봉사활동이 아니라 마케팅 같아 불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못 박았다.

“재무상태표에는 가입비·활동비 외에는 소모임 운영비 지출만 있고, 매달 리셋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게시판과 정보란에 꼭 투명하게 공지해 주셔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지 않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내 메시지가 통째로 가려졌다.^^



인생, 참 기묘하다.

하루에도 최소 2~3명은 새로 들어오고, 봉사가 끝나면 우르르 나간다.

이런 이상한 봉사활동인 줄 모르고 참여했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다.


돈을 모으지 말란 것도 아니다. 단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건데, 그것조차 못 하겠다면—

부디 사람들의 착한 마음만은 이용하지 않길 바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허술한 모임 덕분에 처음 본 네 명은 오히려 더 끈끈해졌다.

“우리끼리라도 진짜 봉사를 해보자!” 하고 다짐했으니까.


결국 우리가 보고 온 건 봉사보다 봉사 코스프레에 가까웠다.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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