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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Apr 23. 2024

365일 출근하는 회사

방송국

나의 어렸을 적 꿈은 방송국직원이었다. 

아나운서나 작가는 아니었다. 

솔직히 초등학교때는 뉴스를 보지 않았기에, 아나운서가 뭔지 잘 몰랐다. 

그리고 드라마도 잘 보지 않았기에, 작가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었다. 

내가 본 건, 방송은 1년 내내 나온다는 거였다. 

그건 어린 나에게 1년 내내 출근하는 직장으로 보였다. 

난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 만큼 집이 싫었다. 

집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갈 곳이 있다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가장 가깝게 보이는 게 방송국이었다. 

특히 난 요리프로의 카메라맨이 되고 싶었다. 

가끔 맛있는 걸 먹으며 일하는 건 아주 행복한 직업 같았다. 

(진행자가 만든 요리를 카메라맨에게 먹여주는 걸 봤다)


난 왜 카메라맨이 되지 못했을까?

이제 와 생각해 본다. 

그렇게 대단한 직업도 아닌데.

왜 이루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사무치게 후회된다. 난 되었어야 했다. 

난 왜 길을 잃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내가 원하는 건 승진이나 부자가 아니라.

그저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난 목표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했을까?

왜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

여러가지, 아주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학업에 치였다. 

선생들은 거지같은 숙제를 매일 내줬다. 

난 매일 놀기 바빴고. 

겨우 겨우 숙제를 해 갔다. 

혹시라도 과제를 빠뜨리면, 방망이로 애들을 팼다. 

숙제만 하면, 난 살아남는다.

성적이 떨어져도 팼다. 

그때의 고통만 참으면, 또 지나간다. 

선생들은 애들을 패는 게 교육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내 기억에 학교 공부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 였다. 

(난 강북에 있는, 서울대를 전교에서 1명 보내는 학교를 나왔다)

그 삶을 고등학교까지 했다. 

내가 방송국 직원이 되고 싶다고 했을때, 아무도 내게 조언해 주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해' 라는 말을 들었을지 모른다. 이것도 확실치 않다. 


둘째, 난 똑똑하지 못했다. 당돌하지도 못했다. 

평생 가출을 해 본 적이 없다. 

순간 순간 가장 안전하고 쉬운 길을 택했다. 

난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 

'방송국에 취직하려면 어떡해야 해요. 양복 입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요.'

난 내가 뭐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않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 하루 생명을 유지하려고 움츠리며 살았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이 지경이 되었다.


물론, 방송국 직원은 빨라야 20대 중반이 되서야 가능하다.

취직한다고 해도, 어차피 내 고통의 시간을 피할 순  없었다.

무엇을 하든, 난 도망갈 수 없었다.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게, 내 운명이었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그 댓가도 치루고 있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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