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난 스토리를 연구했다.
물론 그냥 쓰면 되는데, 성격이 그렇지 못했다.
분석하고 논리를 세우고
그럴려면, 영화와 책을 아주 많이 봤야 했다.
시중에 나온 유명 작법서를 어느 정도 섭렵했다.
그래도 난 답을 찾지 못했다.
하루 종일 스토리 생각만 하니, 꿈을 꿔야 하는데 무의식 속에서도
연구를 한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주인공의 목표가 스토리구나'
솔직히 지금은 왜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섬광처럼 지나갔다.
작법책을 보면, 주인공의 목표 아니 초목표가 제일 중요하다고 쓰여 있다.
귀가 아프게 들은 말이다.
하지만 난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왜일까?
대부분의 주인공의 목표가 뻔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부자 남자와 결혼하는 것, 괴물에게서 살아남는 것.
이런 드라마, 영화가 지천이기 때문이다.
악당은 역을 위해 나쁜 짓을 했고, 위기는 말도 안 되게 찾아 왔다.
마치 구구단 같았다.
주인공의 성격은 '캔디' '흥부' 처럼 뻔하디 뻔했다.
한마디로 모든 드라마와 영화가 같은 내용이었다.
그걸 분석하니 책들도 내용이 다 같았다.
삶의 목표는 그 사람의 과거와 성격을 보여준다.
난 부자, 성공을 목표로 삼을 적이 없다.
오직 그냥 조용히 살고 싶었다.
솔직히 글을 잘 쓰고 싶지도 않았다.
눈치보지 않는 고요한 삶. 그게 다 였다.
부모에게 받은 엄청난 재산의 재벌자제를 진심으로 부러워한 적이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나 법관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오직 바라는 건, 싫은 걸 안 할 수 있는 삶 뿐이었다.
하지만 난 목표를 향해 달리지 못했다.
추석에 처가에 갔다.
처남에겐 아들만 둘이었다.
고등학생, 중학생.
처남부부는 큰 돈을 벌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다.
나도 지켜 봤지만, 아이들은 사춘기가 없었다.
간혹 투정은 부려도, 그건 반항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남 학원에 다리고 싶다면, 보내줬다.
이제 학원을 그만두겠다면, 집에서 공부하게 했다.
학교와 학원에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고 왔다.
공부에 지쳤을 땐, 미국 친적 집에 여행을 갔다.
한 장에 50만원짜리 농구티켓값을 지불하고 온 가족이 시합을 봤다.
특목고를 다니는 아이들의 성적은 당연히 상위권이었다.
목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공부하란 소리도 하지 않았다.
좋은 대학은 더 나은 삶이 었다.
단순히 명패가 아니었다.
부모는 자식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온 힘을 다 쏟았다.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그 목표 하나만을 향해 정진했다.
그럼 이룰 수 있다.
목표가 스토리고 삶이다.
처남은 첫째와 아이들 방에서 잔다고 한다.
둘째가 엄마와 자고 싶다는 이유에서 였다.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는 남편인데
2층 침대 윗칸까지 올라가 혼자 잔다.
사춘기가 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