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쓰는 용기
몇 번이고 소설을 써보려고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나를 훑어가는 이야기를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어려웠다. 평소에 주변에 있는 다른 것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시도하지만 소설은 또 다른 세계였다. 내가 가진 경험을 조금 다르게 변형하면 어떠한 세계도 그려지지 않았다. 넘어설 수 없는 느낌. 소설을 쓰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소중하고 솔직한 내가 보였다. 내가 느끼고 보고 맡고 먹고 행동하고 감각한 일들만 풀어낼 수 있는 거다. 아직 나의 한계는 그런가 보다 하며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닌 소설을 읽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언젠가 그 무엇이 되어 아니 무언가를 그리며 키보드에 손을 올리게 될 나를 기대하며.
에세이를 읽다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메모장을 열었다. 쓸 수 있는 게 없어 지금 내 마음을 관찰했다. 이걸 쓰고 있는 내 기분이 어떤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오늘 나한테 있었던 일들이 뭔지 하나씩 스캔했다. 놀라운 건 나를 살피면서 글이라는 도구로 풀어내고 나니 내가 들리는 거다.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해서 크게 오랫동안 목소리를 낸 것 같았다. 메모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좋은 글을 쓰거나 책에 나오는 글처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손을 멈칫하게 했지만 내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건 생각보다 더 재미났다. 난 재미없는 건 안 한다. 이제 거의 매일 글을 쓴다. 가끔씩 길을 가다 만난 나무가 되어 글 속에서 펼쳐내기는 하지만, 대부분 속지 않고 속이지도 않고 나를 드러낸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내가 글을 쓴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나다. 내가 나를 쓴다.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