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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어버이

어버이날

by 지니샘

나이가 들수록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어버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잦아진다. 그들의 시간을, 삶을, 반응을 떠올리며 내 삶 한쪽에 배치시켜 웃기도, 행복해 하기도, 마음이 아리기도, 눈물 짓기도, 먹먹해 지기도 한다. 내 안에 사는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모하고 나를 변화시킨다. 이또한 나에게서의 그들, 내가 만든 그들이지만 말이다.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3일 뒤 내가 죽는다면?’ 내가 보낼 3일을 가정하고 체험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고 언제든 있을 수 있음을 알지만, 내가 3일 뒤 죽는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똑같은 일상을 살고 살고자 하는 동안 죽음 앞에 내가 왜 이렇게까지 슬픈가 들여다 보았을 때 내 눈에 아른거리는 한 사람이 보였다. 엄마였다. 갑자기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나의 죽음과 나에 대한 상실감이 그녀에게 미칠 아픔이 내 폐부 속으로도 느껴졌다. 정말 살이, 내장이 아프다. 내 이야기를 듣는 그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아프다니. 내 스스로가 놀랍기 보다 너무 아파서 생각을 끊어내고 싶기까지 하다. 그렇듯 일상을 보낼 3일 동안 미리 이야기한다면?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입이 떨어지지 않고 이 또한 상상이란걸 알면서도 무거움과 슬픔은 계속 되었다. 내가 체험하기로 한 시작과 그 모든 과정동안 그들과 얽힌 나의 존재가 더이상 다음 스텝을, 다음 시간을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슬픔을 자아냈다.


내 스스로에게 있어 죽음은, 사실 이것도 아직 다가오지 않아 자만하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못해본건 많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삶을 빌어 다시 살려달라 하고 싶을만큼 아쉽지 않다.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다하면 스스로에 대한 마음 준비를 더 굳게 잘 해내고 싶다. 하지만 이게 내가 아닌 타인으로 얽힐 때 무너진다. 내가 없어지는 죽음이지만 이것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 미칠 것들이 상상할 자신 없게 아프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 우리 엄마, 아빠를 떠올릴 힘조차 무겁다. 쇳덩어리처럼.


어버이날인 지금 있지 않은 일을 가정하며 슬퍼하기 보다 현재에 머무르기로 한다. 얼굴도 보고 하지말라며 짜증도 내고 전화하며 목소리를 듣고 감사하다 사랑한다 전하며 내 마음 한구석을 떼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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