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가을하늘 아래

그리움이 깊어진다.

by 김정은 변호사

아빠의 서재에 있는 책에는 불교 서적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를 읽고 있는데, 이는 금강경 해설집이다. 그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살면서 너무 원만 세우면 그 원을 성취한 때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니 원만 바라지 말고 부처님을 봉양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세우라고 말이다.


아빠가 그토록 걱정했던 노후대비를 하고자 노력하셨지만 막상 아빠는 그 노후를 보내시지 못하셨다. 노후대비를 하기 위해 젊음을 바치셨지만 아빠에게 노후는 오지 않았다. 그 점만 생각해도 삶이 서글프고 허무하다 생각된다.


우리가 어떤 원, 욕심, 바람 없이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재미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목표도 세우고 목표 수립을 위한 계획도 하며 신명 나게 사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그 목표에 매몰되어 괴로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명예와 부를 지녔더라도 죽음의 그림자는 똑같이 온다. 방식과 시간의 차이가 개별적으로 날 뿐이다. 아빠가 유난히 안타깝거나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삶이 그러하다는 것을 지금에야 새롭게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니 내 일을 성실히 하되 그 일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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