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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ul 27. 2024

완벽한 리더는 없다

완벽한 리더는 없다     

 얼마 전, 팀장 중에서 좋은 의미로 선발된 12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 나의 리더십을 진단해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부교재는 21가지의 리더십을 다룬 존 맥스웰의 「리더십 불변의 법칙」이었다. 21개 리더십 항목마다 각 3개씩 질문을 받았다. 1개당 3점씩 총 9점인데, 9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이 나의 강점 리더십 스타일이다. 나는 ‘과정의 법칙’과 ‘승리의 법칙’에서 9점 만점에 8점을 받았다.

 

 첫 번째 강점인 과정의 법칙(The law of Process) 부제는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계발되지 않는다’ 이다.

1) 내 삶의 중요한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나 멘토를 찾아 정기적으로 소통한다.

2) 직업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3년간 매년 평균 6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3) 개인적 성장을 위한 계획을 매주 구체적으로 수립한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12명의 팀장 중 2명의 여자 팀장 모두 ‘과정의 법칙’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평소에 ‘머리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조언받을 전문가나 멘토가 주변에 있다. HR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여성 A 임원에게는 3년 넘게 코칭을 받고 있기도 하다. A 임원이 건네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의 진짜 문제를 깨닫게 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과 관계 설정 시 유의점, 직원과의 성과 면담 시 고려해야 할 사항, 상사에게 보고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나의 강점과 약점을 들여다보는 회고법, 결과 중심적으로 소통하면 잃게 되는 것들, 완벽주의와 책임감이 늘어날수록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체력 등 많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받았고 그 질문에 답을 찾으며 나는 더 성장하고 있다.  

   

 매년 평균 1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타인을 이해하는 데 책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경영 및 자기 계발 분야 책들에서 찾은 실전 팁들을 업무에 적용할 때, 부서원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올해 재밌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최재천의 「공부」였다.

“저는 어울리기 좋아하지만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합니다. 그 시간에 외롭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홀로움, 참 멋진 단어인 것 같아요.”

 시인 황동규 선생이 ‘자발적 홀로 있음’이라는 표현을 ‘홀로움’으로 불렀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많은 일들을 해내고 처리한 덕에 성취감은 컸지만 심신이 많이 지쳤다. 요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홀로움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2시간짜리 반반차 휴가를 내기도 한다.


 최재천의 「공부」에서 읽고 내가 실천하려고 노력한 것이 ‘미리하기’이다.

“5일 후에 마칠 일을 5일 전에 끝낸다는 겁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5일이라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리포트를 다시 들여다보며 조금씩 고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질이 좋아질 뿐 아니라 돌발 변수가 생겨도 대처할 시간이 있다고요. 그날부터 저는 ‘미리한다’가 습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브런치에 글 올리기, 발표 자료 작성하기, 독후감 제출 등 5일 앞당겨 ‘미리하기’가 처음에는 잘 안되었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두 번째 강점은 ‘리더는 무조건 조직을 승리로 이끈다’라는 승리의 법칙(The law of Victory)이었다.

1) 어떤 팀을 이끌든 반드시 팀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2) 나는 구성원들의 승리를 도울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 나선다.

3) 나는 팀, 부서, 조직에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한다.


 나는 자타공인 승부 근성이 강하다. 내가 속한 팀, 부서, 조직이 우수한 성과를 기대하며,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협상을 통해서 Win-win을 끌어내는 것을 잘하는 편인데, 여기서 비밀이 하나 있다. 큰 WIN은 내가, 우리 팀이, 우리 부서가 갖도록 하고, 상대방은 작은 win을 가지게끔 협상을 조율하는 편이다. 여기서 관건은 상대방이 작은 win을 가졌다는 것을 모르게 하는 것이다. 둘 다 모두 큰 WIN을 가지면 좋겠지만 세상사가 그리 다 좋을 수는 없다. 협상에서 WIN-win을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둘째는 듣는 사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두려워하는지를 파악해야만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대안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양쪽에게 도움이 되는 WIN-win을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며 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그다음 번에도 승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뜻밖의 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관계의 법칙(The law of Connection)이 대표적이다. 나는 외향적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하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관계의 법칙’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좀 의외였다. 존 맥스웰은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관계 법칙의 부제로 ‘리더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라고 정의했다. 아래 3개의 질문에 나는 선뜻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1) 리더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모든 구성원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2) 구성원들의 개인적 이야기나 꿈과 희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3) 구성원들과 업무 관계를 넘어 끈끈한 인간관계를 쌓기 전까지는 내 비전을 달성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나는 개인적인 사항보다는 업무 파악이 먼저였다. 그 사람의 가족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보다는 이 직무에 적성이 맞을까? 역량이 높은가? MBTI는 어떻게 되지? 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할지가 더 궁금했고 그 부분부터 빨리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보고의 목적이 뭐예요?”
  “그 목적을 이루려면 우리 부서가 지금 무엇을 하면 되죠?”

 “내가 도와줘야 할 일은 무엇이 있나요?”

 내가 미팅에서 부서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결과 중심의 소통이다. 자녀 육아 및 교육, 건강, 가족 이야기 등 부서원들과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다.요즘 Z세대와 알파 세대들이 유독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니 개인적인 부분은 굳이 묻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돌이켜 보면 다른 부서 부서장들과 함께하느라 부서원들과는 식사도 자주 하지 못했다. 함께 한 시간만큼 가까워진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업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또한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 부서 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나는 꽤 시간이 흘러 깨우치게 되었다.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과락만 면하면 된다. 약점이 과락을 면하는 건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팀원들의 역량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강점이 팀에 도움이 되고 팀원들의 강점이 나의 약점을 끌어올리며 팀워크는 완성된다. 완전한 리더는 없다. 완벽한 팀워크가 있을 뿐이다.  

  

 Key Message

1) 강점은 강화하고 내 약점을 보완해 줄 사람을 주변에 포진시켜라.

   부서장이 좌뇌형이라면 부서장 바로 아래 포지션에는 우뇌형을 배치하라

2) 완벽한 리더는 없다. 완벽한 팀워크가 있을 뿐이다.

3) 한 권의 책에서 한 개의 실천 사항을 뽑아내고 그 한 개를 반드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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