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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Jun 15. 2024

팀장의 체력 관리

  지난 금요일은 오후 내내 정신없이 바빴다. 감독기관에 반드시 자료를 제출해야 했고, 상사의 호출, 부서원들의 끊임없는 보고, 유관부서와의 협의 등 업무가 끝없이 휘몰아쳤다. 설상가상 평소에 일정 관리를 잘하던 차장과 내 말귀를 곧잘 알아듣던 과장까지 다들 귀신에 홀린 사람들처럼 촉박하게 보고하고는 의사결정을 재촉했다, 게다가 내 바로 밑의 부장은 휴가였다.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꾹 참았다. 몇 시간을 그렇게 꾹꾹 참았더니 내 인내심이 밑바닥을 드러냈다. 지시한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일을 더 꼬이게 만든 여자 과장 A를 회의실로 불러 일대일로 이야기했다. A 과장한테 일이 꼬이게 된 자초지종을 들어봤으나 수긍하거나 배려할 여지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4시 20분, 이제 피씨-오프(PC-Off)까지 채 두 시간도 남지 않았다. 나는 무척 조급해졌다. 결국 친절이라고는 시늉도 담지 않은 건조한 피드백으로 마무리했다. 평소 칭찬을 많이 들었던 A 과장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나는 싫은 소리를 하고 나면 되레 자책이 심한 편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A 과장의 표정은 퇴근 후에도 내 머릿속을 거북하게 비켜 갔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의 체력은 방전상태였다. 몸이 지치니 정신의 탄력도 유지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일 더미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만약 내게 기운이 허락됐다면, 나는 직원에게 명쾌한 여유를 부리는, 꽤 괜찮은 상사로 하루를 마무리했을까.  


다정함과 친절의 비밀

 부서장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팀장이 되기 전까지야 나의 일만 잘하면 되었다. 조직장이 된 3년 전부터는 팀원들이 일을 잘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 절실해졌다.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자주 읽고 타 회사의 임원들로부터 코칭도 받았다. 내가 배우고 성장할 때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항상 배우고 성장하는 열린 사고의 팀장, 그 모습은 내가 사원 시절부터 그토록 바라던 상사의 이상형이었다. 그러나 팀장이 되고 나서는 절대적 조건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바로 ‘체력’이다. 


 다정함과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과 정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체력이 부칠 때 예민해지고 쉽게 짜증이 난다. 그동안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큰일 작은 일 모두 해결하는 ‘홍반장’처럼 사원들이 겪는 어려운 문제를 대신 처리해 줬다. 한두 번은 나도 좋았다. 직원들의 불편함을 즉각 해결해 주는 유능한 팀장처럼 느껴져 마음이 으쓱거렸다.


 그런데 상황이 반복되니 괴로워졌다.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으레 나를 찾았다. 좋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슬슬 화가 치밀었다. 

 “팀장 찬스를 이렇게 자주 활용하면 정작 큰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 하냐?”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때도 안 되면 부장에게 조언을 구하고 달리 방안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나의 충고는 그대로 부메랑이 되었다. 직원들이 보고를 제때 안 하고 미루는 통에 회색지대(gray zone) 영역의 일을 우리 부서가 떠맡는 경우까지 왕왕 생겼다. 


 부서 내 산하 부장들에게도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본인들도 업무의 리더인데, 나에게 해결을 떠넘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팀장이 되고 나서 평판에 신경 쓰라는 조언을 자주 듣는다. 회사에서 시기하고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버럭 화를 내는 이미지는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 


 체력을 키우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부서원들의 입장을 경청하기 위해서였다. ‘화를 낸 사람이 잘못일까? 화를 나게 만든 사람이 잘못일까?’ 스스로 질문하곤 했었다. 예전에는 화를 나게 만든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둘 다 잘못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책 읽고 강연 들으며 코칭까지 받았지만, 지적 성장에만 치우쳐 있었다는 반성을 피할 수 없다. 체력이 예전만 못하자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고 화내는 내 모습을 자주 만난다. 

 더는 미룰 수 없겠다 싶어서 산책과 아파트 계단 오르기 같은 비교적 쉬운 운동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헬스클럽에서 PT를 받고 하루 만 보를 걸으며 영양 섭취도 꼼꼼하게 챙긴다.


 주말 새벽에도 살짝 고민했다. 

 연습장에 갈까? 밀린 독후감을 쓸까? 

 예전 같았다면 밀린 숙제를 했을 테지만 운동을 선택했다.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가 70분 집중했더니 활력이 솟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아이들 아침밥을 챙겨주고 스타벅스에 가서 독후감 숙제까지 홀가분하게 마무리했다.


 쉽게 할 수 있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자. 재미있고 성향이 맞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부터 기르자. 체력은 나의 힘, 팀장의 힘이다. 팀장의 재능이다. 


Key Message

1. 팀장에게 ‘여유 있고 매너 있다’라는 평판은 필수 조건!

2. 체력이 있어야 다정하고 친절할 수 있다.

3. 1분 스트레칭도 OK!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움직이고, 그것을 습관화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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