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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Oct 03. 2024

아낌없이 받겠습니다

피드백의 효용과 수용기술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남편도 골프를 좋아해서 우리 부부는 골프를 주제로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남편과 나는 80대를 친다. 누구와 골프를 쳐도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타율이다. 남편과 함께 골프장에 가면 캐디는 항상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묻는다.  

“두 분 부부가 맞으세요?”

 캐디는 진심으로 헷갈린다는 표정이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왜요?”

 “남편분이 부인에게 잔소리하지 않아서요.”

 캐디는 그간 부부 골퍼들을 많이 봐왔다면서 말을 이었다.


 “부인이 못 치면 남편분이 엄청나게 가르치세요. 그런데 필드 나와서 알려준다고, 바로 잘 치지 못하잖아요. 그러면 남편이 또 잔소리해요. 어떤 여성분은 참다못해 플레이 중간에 가버리기도 하세요.”

 “골프 치다 말고 그냥 집에 갔다고요?”

 “네. 오죽하면 중단하셨겠어요.”

 “그 남편도 플레이 중단하고 부인 따라갔겠네요?”

 나는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했다.

 “아니요. 그 남편분은 18홀까지 혼자서 다 치셨어요.”

 의외의 답변이었다.


 남편은 필드에서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다. 나에게는 예외였는데, 그렇다고 골프 치는 법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다.

 

티박스 라인 앞에서 티샷하면 벌타, 다른 사람이 티샷할 때 떠들지 않기, 벙커에서 빈 스윙할 때 모래 건드리지 않기, 스윙은 천천히 하되 진행을 위해 이동은 빨리하기, 퍼팅할 때 다른 사람의 퍼팅선 밟지 않기, 그린에서 공을 집기 전에 반드시 마크하기 등 ‘골프는 매너 운동’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덕분에 골린이 시절부터 “골프 규칙을 잘 안다”라는 칭찬을 동반자들에게 심심찮게 받았다.


 골프를 친 지 2~3년쯤 되었을 때 일이다. 한참 골프에 재미를 붙여 레슨까지 받으며 타수 줄이기에 신경 쓸 때였다. 어느 날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가 동반자에게 지적받았는데, 남편이 알려주지 않은 규칙이 있었다. 공이 날아갈 쪽으로 방향 잡는 것을 에이밍이라고 하는데, 에이밍을 잘 못 잡으면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니 거리 손실을 본다. OB나 해저드(Hazard)로 빠지면 점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골퍼들 사이에서는 ‘거리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불문율이다. 

 

 티샷이 페어웨이나 러프에 떨어지면 핀까지의 거리를 참작하여 보통 채를 2개 준비한다. 공 뒤에서 거리 측정기로 거리를 재고 앞바람인지 뒤바람인지에 따라 조금 더 긴 채를 잡을지 짧은 채를 잡을지 결정한다. 어떤 채로 칠지 결정하면, 들고 갔던 다른 한 채는 공 근처 잔디에 대충 던져 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 골프 점수에 욕심이 컸던 터라 남은 한 개의 채도 공 앞에다 가지런히 놓고 에이밍을 잡는 데 활용했다. 몇 개 홀을 그렇게 쳤더니 골프 구력이 오래된 분이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알려주셨다.

 “골프채로 에이밍 잡으면 두 벌타예요.”

 “아, 몰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다.      


 골프가 매너 운동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도 스코어에 눈이 멀어 그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나에게 그런 규칙을 일깨워 준 그 분에게 무척 감사하다. 내가 골프를 이분들하고만 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많이 칠 텐데, 이런 실수를 정말 중요한 타이밍에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에이밍을 잡는데 골프채를 이용하지 않는다.      


 구력이 10년 되다 보니 내가 과거에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대체로 골프에 흥미가 많이 올랐거나 스코어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말하지 않지만 친분이 있거나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에게는 살짝 귀띔해 준다.


 “나랑 칠 때는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과 칠 때는 채를 가지고 에이밍하면 안 돼요”

그녀는 대기업의 부장인데 골프 레슨을 꾸준히 받아서인지 공을 제법 잘 쳤다. 하지만 공을 잘 치는 것과 골프룰을 잘 아는 것은 다른 국면의 이야기다.     

 “아? 정말요. 감사해요.”

 그녀는 나에게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별거 아니예요. 다른 사람들과 칠 때 유의하시라고요”

나는 예전의 나의 경험이 떠올라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저 다음 주에 사장님과 골프 나가는데, 골프에 완전 진심이시거든요. 골프 매너 엄청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인데, 오늘 알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번 달 독서 모임에서 <초역 부처의 말>을 읽고 있는데 독서 모임장이 건넨 발제문 중 하나가 이런 질문이었다.

‘타인으로부터 지적받았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그 대처법도 궁금해요.’    

 지적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면 나는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한다. 사람은 대체로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나를 위해서 해주는 조언인지, 부러움과 시기의 발로인지 지적을 가장한 감정의 배설인지 말이다. 전자 후자를 구별하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위의 골프 룰에 대한 예화처럼 정확한 사실이라면 전달 방식이 날카롭더라도 나는 감사하게 수용하는 편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볼 때 나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골프 룰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타인이 건네는 피드백과 지적을 잘 받아들이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 이해득실 측면에서도 그렇다. 돈도 안 받고 나를 관찰하고 알려주는 사람들인데 고맙지 않은가? 피드백이나 지적하는 사람이 지혜롭다면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상대방의 피드백을 듣고 기분 상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상대와 평소에 라포(rapport)형성을 잘하고, 감정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말하고, 질책이 아닌 제안으로 소통하고, 상대방이 잘 수용할 타이밍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 상사, 형제, 친한 친구일수록 전달 방식은 더 거칠기 마련이다.


 피드백이 세련되지 못한 사람은 적절한 예시도 들지 못한다. 전달 방식이 엉망이면 건네는 메시지 자체를 무시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 이성이 감정을 이겨야 한다. 상대방의 지적이나 피드백에서 핵심 키워드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의 표정, 말투, 단어, 예시 등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표현이 서툰 것이지 지적한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지적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최소한의 매너를 장착한 채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피드백 일기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적이나 피드백 받았을 때의 상황과 느낌, 감정의 변화와 앞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적어보자. 적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생각지 못한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시작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나를 인지하는 것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합쳐져 입체적인 내가 완성된다. 우리는 타인의 지적과 피드백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Key Message

1. 돈도 안 받고 나를 관찰하고 알려주는 사람들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2. 전달 방식이 엉망이어도 상대방의 지적이나 피드백에서 핵심 키워드를 찾아라.

3. 내가 나를 인지하는 것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합쳐져 입체적이 내가 완성된다.

4. 피드백 일기를 쓰면 우리는 타인의 지적과 피드백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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