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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의 비밀

고통스러운 과정 Vs 화려한 결과

by 하랑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유독 이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잘한 일은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나요?”라며 평가절하하고,

타인의 성과는 “저 사람은 역시 다르다”고 과대평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태도가 겸손이나 성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존감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당연하게 여기고 타인의 강점만 돋보이는 현상. 심리학과 조직 행동 분야에서는 이를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타인을 과대평가하는 패턴'이라고 부른다. 특히 책임이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리더일수록, 자기 성과를 냉정하게 보려는 태도가 과도해지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리더나 실무자가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때, 조직의 성과는 물론 개인의 자존감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왜 타인의 성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정작 자신의 능력은 평가절하하는 오류를 반복하는가?


1. ‘고통스러운 과정’만 아는 사람과 ‘화려한 결과’만 보는 사람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가시성의 착각이다. 나는 나의 노력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만, 타인을 볼때는 그가 이뤄낸 결과만 본다.

<마음챙김_Mindfulness>의 저자인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이를 “비대칭적 정보 인식”이라 설명했다.

내 실패는 과정까지 포함된 현실이고, 타인의 성공은 최종 결과물 또는 편집된 하이라이트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보고서,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화려한 승진 소식 등이다. 이 정보는 마치 잘 편집된 영화 예고편과 같다. 우리는 그 이면에 숨겨진 밤샘 작업, 실패, 수많은 시행착오와 불안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둘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존감은 서서히 구조적으로 흔들린다.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를 평가할 때는 그 모든 과정의 고통과 어려움을 낱낱이 기억한다. “이건 나도 겨우 해낸 일”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자신의 성과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린다. 타인의 결과는 쉽게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결과는 땀과 눈물의 결과이기에 오히려 더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자존감은 “잘한다”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힘인데, 이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2. 더닝-크루거 효과의 역설과 인지적 거울 효과

두 번째 원인은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의 역설적인 작용 때문이다. 이 효과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의 경우도 목격한다. 어떤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전문가)은 그 분야의 난이도와 복잡성을 정확히 인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생긴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겸손한 인식은 깊은 통찰에서 비롯되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불안감으로 변질된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남들은 나보다 훨씬 쉽게 했을 거야’라는 인지적 거울이 작동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3. 자존감을 갉아먹는 ‘상향 비교’의 덫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사회 심리학의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위치를 확인한다. 문제는 우리가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를 비판적인 자기 검열의 도구로 사용할 때다.


인의 '결과'와 나의 '불안'을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만성적인 '부적절감(Inadequacy)'에 시달린다.

이는 결국 팀 리더로서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게 만들고,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관철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비교의 굴레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첫째, 비교 대상을 ‘사람’에서 ‘과거의 나’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은 평가 기준을 타인의 ‘결과’에서 나의 ‘과정’으로 옮기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테레사 아마빌(Teresa Amabile)의 '진전의 원칙(The Progress Principle)'에 따르면, 직원들이 직장 생활에서 가장 동기 부여를 받는 순간은 '작은 진전을 이룰 때'이다.


우리는 이미 달성한 일의 크기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의 나에 집중해야 한다. 보고서 완성이라는 결과보다, 어려운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낸 나의 '대화 기술', 혹은 이전보다 1시간 일찍 업무를 끝낸 나의 '효율적 시간 관리'라는 과정에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 스스로 '성장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자존감 회복의 핵심이다.


둘째, 자기 성과를 ‘언어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분리하고, 성과를 '팩트'로 기록해보자. 객관적인 기록을 통해 감정적 편향을 제거하는 것이다. '나의 성과는 별것 아니야'라는 생각은 감정일 뿐이다. 리더는 감정 대신 팩트를 다룬다. 자신이 이룬 성과를 정량적 수치와 구체적인 행동(동사)으로 기록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도와줬다"가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자 5인을 조율하여 신규 프로젝트의 기간을 2주 단축시켰다"라고 명확히 기록하는 것이다. 이 기록은 타인의 칭찬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나의 능력은 객관적인 사실’임을 증명하는 '판결문'이 된다.

셋째, 타인의 능력을 존중하되, 내 능력과 동일선상에 올려놓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그의 장점으로 성장했고, 나는 나의 리듬으로 성장하고 있다. 비교는 설명이 아니라 왜곡이 될 때 멈춰야 한다.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는 나의 강점은 망각하고, 타인의 결과에만 몰입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는 타인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내가 가진 '고유의 능력'에 주도적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내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자존감은 타인이 주는 칭찬이 아니라, 내가 내린 객관적인 평가에서 솟아난다.


팀장을 맡으며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나는 기준을 외부에 두고 있는가, 내부에 두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나를 깎아내리는 비교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 자존감은 타인을 이겨서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인식할 때 생긴다.


내 것을 작게 만들지 않고, 남의 것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 그 균형 위에서 사람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지는 않기로 선택한다. 그 선택이, 리더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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