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살아내기

by 느린날들

혼자서 글을 쓰는 시간은 지독하도록 고즈넉하다. 지독하다는 말이 더 가까울 것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술에 취하면 주정으로 말을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일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흘러나오는 유행가들은 오랜만에 공감이 안 되고, 지독하게 나만 남아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남기지 못할 말들은 다이어리에 휘발하였다. 요즘의 나의 상황은 뭐랄까, 질문하기에도 대답하기에도 모호한 것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다 비슷한 소리를 했다. 어쩌면 요즘 세대를 넘어선 것일까, 삼십의 언저리 중반에 있는 지인들은 비슷한 곡소리를 내거나 그마저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돈을 버는 일들 일괄적이고도 파편과 같은 일들이 무엇을 향한 일일까 고민했다. 순간에 미약하게도 케어하지 못한 표정들, 내뱉는 말들과 다르게 떨어지는 나의 땀들이 유의미한 것일까 무의미한 고심들이 잦았다. 그저 힘들다, 얘기하면 다반사인 것을 민망하게도 돌아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나의 성향 탓에 얘기하지 못하는 그런 탓이다.


누구나 다 똑같이 힘들다. 유별나게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중심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해서 얻는 것에 대해서 중점을 두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 것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유들이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회적인 동물은 작동을 하고 세상은 맞물리는 것들만 돌아가도록 내버려둔다.


어떠한 것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의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본다. 말장난을 하고 싶지도 않고, 논리 무논리 이게 논린지 싶을 말들로 순서를 매기고 싶지도 않다. 답들이 되는 상황과 여건 안에서 다만, 어떻게 내가 버텨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를 찾도록 했다. 약 2년 전에 썼던 일기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미술품 감정분석사인가 그런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 적었던 일기였다. 최종목표(10단계)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단순한 일들(1단계)을 거꾸로 추적하며 적은 일기였다. 그 사이에는 이 산업에서 근무하며 몇 년 버티기, 와 같은 귀여운 일들도 있었고 지금 당장 자격증 공부하기와 같은 달성들도 있었다. 10단계로 갈수록 단위와 규모가 커지는 일들이었기에 아직 달성하지 못한 부분들도 많지만, 유의미했다.


누구의 무엇으로 지내는 것보다 중요할 것 같았다. 그냥 본능이 그랬다. 지겹도록 나를 찾아야 할 일일 것이다. 내 몫이나 하고 나서 할 말들이었다. 무엇인가를 되찾고 싶지도 않고, 어떠한 것을 고집하고 싶지도 않아 졌다. 미래는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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