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by 느린날들

아주 약간은 길을 잃은 기분이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이 산업분야에 계속해서 몸을 담궈야하는지 그저 홀로 외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어쩌면 산들바람처럼 나의 마음을 감아버린 전문직 시험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껏 내가 해온 게 이거고, 석사를 따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에너지, 돈도 있다.


무언가 대단한 말들이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해고라는 이벤트의 체증이 뒤늦게나마 해소되는 중인 것 같다. 늘 순서는 똑같았다. 당시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간이 지나고 씹고 뜯고 맛보며 곱씹고는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문맥과 맥락을 해설하게 되는 버릇은 버리기 어렵다. 다만 아직 소화중일 뿐이다.


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나의 미래와도 직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쓸데 없는 고민들을 한참을 하고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취업할 마음이란 것도 안다. 다만 시기가 아닐 뿐이다, 하고 속으로 삼켜본다. 꿈의 값은 비쌌다. 젊은날의 혈기와 조금만 자도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열망들은 어쩌면 지금의 나로써는 갖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고민들이 모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믿고 있다. 몇 번이고 되뇌인다. 내 인생은 늘 지지부진 하다가 성장해왔다고. 도약을 위한 지난한 시간이 도래했다고,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


결론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당분간은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것이다. 어쩌면 일을 하는 일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그 전까지 집에서 영화 많이 보고, 책 무념하게 많이 읽고, 무상하도록 써내려가는 일이다. 이 시간을 버텨내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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