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코이바 국립공원과 해양 특별 보호구역 (파나마) 멸종우려종의 피난처
- 파나마에 오니 갑자기 권태응 선생의 <감자꽃>이 생각나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 저도 하나 시를 하나 지을게요. 파보나 마나 파나마 운하.
- 혹시 그거 아니? 우리가 가려는 코이바 섬에 한때 교도소가 있었다는 거 말이야.
- 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 18세기 세계 각국에서 말이야. 탈옥이 힘든 고립된 섬에, 흉악범 감옥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갇혔던 미국의 앨커트래즈섬, 영화 ‘빠삐용’에 나온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의 섬이 유명해.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교도소였지.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감옥 섬이 하나둘 문을 닫고, 파나마의 코이바 섬 교도소도 2004년에 문을 닫았어.
- 그래서 이 섬이 코이바 국립공원이 되었군요.
- 코이바 국립공원은 코이바섬, 38개의 작은 섬과 치리키만 내 해양 지역을 다 포함해. 코이바섬은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아주 오래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본토에서 분리되었지. 북서쪽에 치리키만, 동쪽에 몬티호만이 있고. 여기서부터 코딜레아 산맥이 시작하는데,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큰 산호초가 에워싸고 있어.
- 코딜레아 산맥에 무엇이 있는데요?
- 음, 좋은 질문이야.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코코스제도와 갈파고스 제도가 그 산맥에 이어져 있지. 500년 이상 외부의 간섭이 없었던 코이바 섬도 청정한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 조선왕조 500년 같아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
- 사실 아빠도 어린 시절 농촌에서 살 때는 아, 나도 우리 조상들이 살다가 돌아가신 것처럼 농사를 지으며 아무 변화 없이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그건 잠시였어. 도시에 나오자마자, 생존경쟁에 휩쓸리고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처지에 놓였어. …참 그때가 좋았는데.
- 맞아요. 그랬다면 아빠도 지금과는 달리, 좋은 성품을 그대로 지녔겠지요.
- 아니, 그럼 지금 내 성격이 좋지 않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 섭섭했다면 죄송해요. 자연 속에 사셨다면 좀 더 순수한 상태로 남아있지 않을까 해서요.
- 아, 그런 뜻이구나!
- 세계 자연유산 어디를 가나 사람이 문제인 것 같아요.
- 맞아. 포유동물이나 식물, 조류가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것은 고립된 위치 때문이지. 이곳은 열대습윤지역인데 관다발식물, 포유동물,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가 고유종을 높게 유지하면서 서식하고 있어. 그것만이 아니야. 볏독수리, 스칼렛잉꼬 같은 멸종우려종 동물의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어.
- 멸종우려종, 더 없어요?
- 붉은바다거북, 대모거북, 장수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 참돌고래, 향유고래, 뱀상어, 고래상어, 홍살귀상어. 아이구, 숨차다.
- 흐흐 죄송해서 어쩌지요.
- 아직 더 남았다. 코이바섬짖는원숭이, 망토짖는원숭이, 관머리독수리, 여기까지.
- 치리키만이 좋은 역할을 하는가 봐요.
- 차가운 바람과 엘리뇨 현상의 완충 역할을 해주면서 수중환경이 특이하게 만들어졌어. 상어가 33종, 고래목이 20종, 해양 어류가 760종. 다양한 생물종이 놀라울 정도로 서식하고 있지. 또한 이곳은 동태평양에서는 유일하게 연안에 가깝게 있어서 태평양 횡단 어류들도 살아. 그뿐 아니야.
- 엘리뇨 현상은 뭔가요?
- 동태평양 페루지역에 약2~7년 주기로,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봄철까지, 평상시보다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생기지. 주변보다 2~10℃ 이상 기온도 높아지고,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것을 남자아이처럼 거칠다고 해서 스페인어로 ‘엘리뇨(El-nino)’라 불렀어. 그 반대 현상도 있어.
- 라니냐 말이군요.
- 응. 페루에 평상시보다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같은 주기로 서늘한 날씨와 강수량이 적고 가뭄이 많은 기후 현상을 말해. 여자아이 같아서 스페인어로 ‘라니냐(La-nina)’라 불렀고.
- 알고 보니 성차별적인 언어네요.
- 무심코 쓰는 말에도 그런 것이 있구나. 조심해야겠구나. 과거에 우리 세대는 생각 없이 ‘살색’이라는 말도 썼는데.
- 세상은 변하는 거죠. 옳은 쪽으로 가야 하고. 참, 적도 부근에는 주로 어떤 바람이 불어요?
- 적도 부근에는 북반구에는 북동무역풍이 불고, 남반구에는 남동무역풍이 부는데, 적도 태평양상에서는 동에서 서로 부는 편동풍 즉 무역풍이 불지.
- 다른 것도 있어요?
- 사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짧은 시간인데 말이야. 여기 포유류나 조류, 식물 등을 보면 새로운 고유종이 태어나고 있다는 거야.
- 진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