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고 메모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막 펼친 책에서의 문장을 보고, 어제 일기에 남기고 싶었지만 쓰지 않았던 내용을 메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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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쓰러졌다.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버리는 걸 내 눈으로 본 적이 처음이기도 하고 이대로 저 사람을 잃어버릴까 너무 무서웠다.
무서웠지만 눈물이 줄줄 새는 와중에도 이성을 차리게 해주는 119 대원의 목소리를 듣고 나도 지금 내가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이성을 차리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병원에서 지냈고 어제는 한숨을 돌리며 12시간 숙면을 하고 오늘이 되었다.
나의 첫 번째 연애에서도 깨달은 바지만,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꽤나 무서운 일이다. 그만큼 걱정과 불안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그간 내 행동을 돌아보게 되고, 곁에 있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열어본 사진첩에서 지난 제주도에서의 여행 사진을 보며 다시 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아기 낳기가 무섭다. 분명 나의 애기는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 텐데, 내가 그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너무 소중하면 너무 걱정되고 불안한 나날들이 많을 텐데 (하다못해 작은 사고나 예상 불가한 일들) 하는 생각들.
그리고 이번에 또 깨달은 것.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나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들을 지킬 수 있도록 내가 더 강해져야겠다.
그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질 때, 요즘은 조금 두렵기도 하다. 늘 둘이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별의별 게 다 무섭곤 한데, 이럴 때도 내가 나를 지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걸 느낀다.
서울에서의 첫 자취방에서 다짐했던 것처럼. 그때는 주변에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없고 서울에 올라온 지 진짜 얼마 안 되어서 큰 도시에 정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게다가 윗집의 층간소음까지 더해져서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나를 다독이며 ‘내가 나를 지키면 된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