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과 이기적인, 오만에 관하여
세 줄이 넘어가면 읽지 않아요.
그건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재미가 없네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 말을 하세요.
요즘은 기술로 미래도 다 알 수 있어요.
읽으려고 하니 읽어지네요.
요즈음의 이야기들도 오래전 이야기와 닿아 있어요.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지혜네요.
역시 경험을 무시 못 하겠네요.
이 시대의 오만은 무엇인가.
세상 모든 지식과 지혜가 검색하면 나오는 간편함,
여전히 전쟁이, 기아가, 슬픔이 있다.
개인의 오만은 어떠한가.
자신의 뇌가 망가지는 줄 모르고 쫓는 즐거움,
여전히 두려움, 불안, 그리고 슬픔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마음껏 즐겨라.
그리고,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대하자.
비로소 모든 문제 앞에 사랑이 있다.
이 시의 전반부는 제가 잘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토론을 좋아했습니다. 꽤 많은 대회에 나갔고, 누군가를 논리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볼 때면, 은연중에 판단했고, 오래된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꼰대'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시절, 영광스럽게도 학교에 저명한 미래학자인 교수님께서 계셨습니다. 특별 강의를 통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말씀해 주신 별천지와 같은 미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의, 그리고 기술의 위대함을 배웠습니다. 그게 독이 되었을까요. 점점 더 오래된 것들을 무시했습니다. 이 기술은 곧 사장될 것이다. 이 분야는 이제 기계가 대체할 것이다. 얼마나 쉽고 재밌는지 모릅니다. 읽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을 판단하는 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자신의 모습 조차도 관리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짧은 영상과 만화에 새벽 늦게까지 몰두했고, 어느새 책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단편적인 즐거움으로 불안감과 두려움을 마취했고, 슬픔을 이기기 위해 더 자극적인 것들에 손을 뻗었습니다. 적당한 유희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겠지만, 뭐든 과하면 자신을 갉아 먹는다는 것을 비싸게 배웠습니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많은 좋은 분들과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좋았던 시절의 기억들이 그 파멸로 가는 길을 막아주었습니다. '걷기'를 시작했고, 쉬운 책과 자기계발서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짧은 영상들을 멀리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짧은 영상의 주제도 조금은 유익한 것들로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짧은 영상이 쉬는 것이 아님을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이따금 시간을 낭비할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좌절은 하지 않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 그 말을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걷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 말이죠.
요즘 청소년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또 TV에 일어나는 많은 사건을 보다 보면 크게 2가지가 떠오릅니다. 우선,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행복, 즐거움, 기억 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요즘은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그리고 단편적인 즐거움을 표현할 때 주로 이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순식간에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심장을 울리는 리듬, 더 맵게 더 기름지게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얼마나 스트레스가 클까 하는 생각과 진정으로 쉬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과학적으로도 이런 쇼츠를 보는 것이 결코 쉬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는, '자기만 아는 것'입니다. 요즘 친구 중,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함부로 대하거나,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분출하는 모습. 모두가 자신의 말이 옳다고만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과는 어려워지고, 양보는 불가능해지면, 편을 지어 싸우게 됩니다. 세상 똑똑한 우리들은 그렇게 정당으로, 국가로, 개인으로 싸우고 다투는데 바빠집니다. 읽지 않고 듣지 않는 시대에 오만이죠.
오늘, 이 글은 철저하게 스스로에 대한 반성입니다. 위의 말한 그 도파민 중독,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고 말한 사람이 다름 아닌 저였으니까요. 요즈음 계속 생각하면서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사람마다 다 이유가 있으며, 오래된 것들에 정말 숨은 지혜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별히 브런치의 수많은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변할 수는 없더라도, 온전한 나로의 회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혜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모든 문제 앞에 당당히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당신도 진정한 쉼을 사기 위해 말이죠.
'온전한 나로의 회복을 위해서, 진짜 즐거움과 행복, 사랑을 좇는 하루가 되기를.'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