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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평안을 주는 것들에 대한 예의

by 강유랑

환한 빛 아래,

달콤한 우유 냄새.

빵집 앞에서는 언제나.


환한 미소와 함께,

큰 소리로 인사하는 아이.

사랑스러운 아이 앞에서는 언제나.


환하다 못해 주변을 밝히는,

해병 대원의 멋스러운 군복.

영광을 이어가는 전우의 앞에 언제나.


환하지는 않지만,

홀로 연주하고 있는 공연자.

용기를 주고 싶을 때는 언제나.


내 마음 환하게 해주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 앞에

가만히 멈춰 서 있으므로 빛나게 한다.


당신은 갑자기 빵을 먹고 싶어질 겁니다. 이 시를 쓴 날, 어머니와 대형 마트를 갔습니다. 사실, 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빵집이나 빵 코너 앞에 서면 발걸음이 딱 멈춰져 한참 넋을 놓고 구경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이어트에 관한 생각은 백기를 들고, 카트 안에는 갖가지 빵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커피 향은 좋아하는데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안 오다 보니 조금은 피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즈음 ‘디카페인’이라는 친구가 나와서 빵에 커피 한 잔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살찐 자의 변명일지니. 그런데도, 그 달콤한 우유 냄새,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모습에 맛의 조화까지. 빵 하나가 주는 평안이 이토록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뭔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상일까요. 꽤 인기도 있는 편입니다. 온 동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때로는 좀 큰 중학생 아이들한테까지도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조금은 순순해서일지, 어느 순간 제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볼 때면, 얼마나 예쁘고 멋진지요. 사진첩에는 아이들의 재롱과 웃음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힘이 들 때 한 번씩 보면 그 아이들의 웃음만큼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가끔 해병대 군복을 입은 대원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좋습니다. 절대로 ‘나는 전역했지.’하는 놀림의 마음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 모교 홍보 행사를 위해 해병대 전투복을 입고 학교를 간 일이 있었는데요. 그날 점심때는 자신도 해병 출신이라면서 음료수를 추가해 주는 좋은 분도 계셨습니다. 저도 해병대원들을 보면 뭐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어 볼링 치러 온 해병들 음료를 챙겨줬던 기억도 납니다. 물론, 해병뿐 아니라 장교단 후배들인 생도들이나, 후보생들, 동생 같은 타군의 국군 장병들을 볼 때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는 영광 앞에서는 언제나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 영광과 자부심이 얼마나 평안을 주는지요.

대학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거리 공연을 하는 연주자들, 표를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배우들, 그 젊음의 역동이 느껴지는 곳에 가면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대학 시절에는 시간이 남으면 그냥 가서 가장 가까운 시간의 연극을 보던 것이 지금 제 글의 출발이 아니었을까 하는 감상도 듭니다. 어쨌거나 홀로 연주하는 이들 앞에 서면 언제나 멈추게 됩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써주시고 라이킷을 눌러 주십니다. 정말이지 기쁘고 즐거운 요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공연자 앞에서 돈을 주지 못하더라도 들어주었던 그 순간이 그 분에게도 의미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이 환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 상황이 환하지 않더라도, 그 연주는 분명 주위를 밝히는 환한 빛이었습니다. 그 앞에서 서로에게 괜찮다고 위로하는 모습이 얼마나 평안을 주는지요.

마음을 환하게 하는 것들 앞에서는 잠시 멈춰 서고자 합니다. 그것들로 인해 오늘도 제 삶은 평안하고, 빛으로 가득 차니까요. 제가 그 앞에 멈추는 것은 그들에 대한 사랑이자, 예의이자,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만히 멈춰 서는 그것을 통해 서로가 환하게 밝혀지는 멋진 하루를 꿈꾸며, 오늘도 부족한 제 글 앞에 멈춰 서주신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당신을 위해 발걸음을 멈춥니다. 당신의 빛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며.’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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